El Espinazo Del Diablo

| 2011. 11. 16. 18:28

기예르모 델 토로의 초기 작품이라 해서 본 영화인데 내가 영화를 제대로 찾은 것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다시 한 번 확인해봤으나 내가 본 '악마의 등뼈' ㅡ 스페인어 제목을 직역하자면 '등뼈 of 악마'가 된다. 스페인어를 조금 공부해서 알고 있는 것이다. ㅡ 는 기예르모 델 토로가 만든 영화가 맞았다.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와 자매 영화라는 이 영화가 이리도 밍숭맹숭한데 과연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는 제대로 된 영화일는지 의심을 품게 되었다.
처음으로 본 그의 영화라 나의 기대가 컸던 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악마의 등뼈'는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가 생각나는 스페인 내전을 바탕으로 한 호러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고어도 아니고 포르노도 아닌 이상한 영화다.
그렇다고 주제 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 음악이 굉장히 좋다거나 배우들의 연기가 몹시 뛰어나다거나 미쟝센이나 소품, 세트 따위가 굉장히 신선하다 뭐 이런 것도 아니다.
뭔가 긴장감을 줄 것 같은 장면은 계속 스크린을 노려보고 있으면 대체 언제쯤 이 영화가 나를 긴장시킬지 기다리다가 김이 빠지고 만다.
공포감도 마찬가지다.
스페인 내전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이나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 고아원의 현실 따위를 재현하려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므로 마찬가지로 논외.
'무섭지 않으면 최소한 징그럽기라도 하리라!'는 공포물을 가장한 3류 고어물이라고 보더라도 그 고어의 정도가 심하게 떨어지므로 OUT.
게다가 대체 그 잠깐 등장하는 베드신은 또 무엇인가,
솔직히 나는 영화를 보고 한참이나 생각했는데도 이 영화의 제목이 왜 '악마의 등뼈'인지 모르겠다.
여러 가지 독립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이 여러 다른 인물들을 종합시킬 만한 소재가 그 실체조차 잘 드러나지 않는 '악마의 등뼈'라니 대체 무슨 말인가.
귀신이 나오는 영화가 다 어쩔 수 없지만 몹시도 떨어지는 개연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각각의 캐릭터도, 각각의 이야기도, 각각의 상징들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모두 따로 따로 논다.

이런 영화가 평단에서 상당히 훌륭한 반응을 받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심지어 '악마의 등뼈'를 같은 해에 출시된 호러 영화 '디 아더스'보다 더 좋은 영화로 꼽은 의견도 있는데 어린 나이였지만 굉장히 재밌게 보았던 '디 아더스'가 어째서 이 영화보다 더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런 평가가 단 한 사람만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쳐도 억울하다.

기예르모 델 토로에 대한 좀 더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 위해선 우선 '판의 미로 - 오필라와 세 개의 열쇠'를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디 아더스'도 다시 봐야겠다.

악마의 등뼈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 (2001 / 멕시코)
출연 에두아르도 노리에가,마리사 파레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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