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레이크(Daybreak) <Urban Life Style>

| 2011. 11. 25. 20:26

데이브레이크의 1집 'Urban Life Style'의 평을 짧게 줄이면 무엇이 될까?

일단 빠질 수 없는 단어는 '웰빙'이다.
이들의 음악은 신선하고 건강하다.
신선하다는 것은 뭔가 기존에 없었던 음악을 한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진짜 신선해보이는 과일과 채소를 볼 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다.
다른 말로 하면 '싱그럽다'는 단어가 적절하다.
건강하다는 말은 아케이드 파이어의 'Sprawl II'를 들을 때 느껴지는 건강(한 여자)이기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뒷산 산책로 조깅을 뛰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 그런 건강함이랄까.
이 건강은 다른 단어로는 표현하기가 조금 어렵다.

왜 데이브레이크의 음악은 신선하고 건강할까?
일단 훵키 사운드가 주는 가벼움이 위에서 말한 신선함과 건강함에 한 몫하리라.
중간 보코더 솔로가 인상적인 대한민국적 훵크의 진수 '인디언 인형처럼'과 가사가 너무 진부해서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그만큼 희망적인 우리의 하루를 노래하는 '범버카', 허세 가득찬 도시 사나이의 삶에 대한 트랙 'Urban life style' 등의 트랙은 모두 훵크를 베이스로 삼고 있는데, 직접 들으면 알겠지만 정말 신선하고 건강함으로 마음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정통 훵크이든 훵크가 가미된 다른 음악이든 어쨌든 기존의 훵키함에서는 느낄 수 없던 이런 새로운 감정을 데이브레이크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추측컨대 보컬 이원석의 힘이다.
깔끔한 톤을 바탕으로, 오바하지 않고 자신의 포지션을 꿋꿋하게 지키는 것이 이들의 음악을 어느 한 쪽 극단으로 몰아가지 않고 중용의 도를 지키게 한다.
어떤 음악에서든 중용을 지킨다는 것이 곧바로 건강함과 신선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훵크를 기반으로 하는 음악의 경우에는 중간 지대만을 점할 때 건강함과 신선함의 색을 띠게 된다.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September', 스티비 원더의 'Isn't she lovely', 타워 오브 파워의 'Soul with a capital S' 같은 음악에서 느껴지는 감정이라면 조금 더 나은 설명이려나.

두 번째로 들어가야 할 단어는 '고급'이다.
뭐 럭셔리하다는 말도 좋고 고급스럽다는 말도 좋고 강민경급이라는 말도 좋고 어쨌든 고급, 하이 퀄리티를 나타내는 단어는 꼭 하나 들어가야 옳다.
이들의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디지털 음원이 아닌 라이브 무대로부터였다.
데이브레이크의 라이브에서 뭐니뭐니해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션들의 무시무시한 연주력이다.
나는 당시에 데이브레이크를 두고 빵빵한 코러스가 결여된 한국의 토토라는 극찬을 했는데 이 감정에 치우친 듯한 평은 'Urban Life Style'을 최소한 20번은 넘게 들은 지금에 와서도 별 변화가 없다.
악기의 녹음 상태도 인디밴드치고 굉장히 양호하고 마스터링도 깔끔하게 마무리된 편이라서 드럼, 베이스, 기타, 신디사이저가 주는 각각의 개성을 캐치하기도 쉽다.
데이브레이크의 음악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미로콰이가 떠오르는 대목을 심심치 않게 마주칠 수 있는데, 자미로콰이가 생각보다 굉장한 슈퍼 세션 밴드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데이브레이크의 세션들이 만만치 않은 실력자들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마지막으로 꼭 빠지면 섭섭한 단어가 '다양성'과 관련된 단어다.
이들의 음악적인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은 앨범을 딱 한 번만 쓰윽 들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한민국 인디 신에서 잘 찾아보기 힘든 장르인 훵크 넘버들 말고도, 케이팝 특유의 발라드 넘버인 '멍하니(7월의 비)',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자주 구사하던 재즈가 가미된 R&B 넘버 '반성문' ㅡ 내가 처음으로 자작하여 공연했던 노래의 제목과 같은 것은 우연의 일치겠지 ㅡ 애시드 재즈 풍의 '사진'.
각각의 트랙을 들어 보면 이륻이 단순히 실험적인 목적을 위해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장르가 갖는 아이덴티티를 올바르고 효과적으로 구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다양함이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무려 세 버전에 달하는 '사나이'라는 트랙에서이다.
락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오리지날 버전의 사나이를 보사 노바 버전과 어덜트 버전 ㅡ 이는 뭐 19금 성인판 이런 것이 아니고 우리가 흔히 트로트라고 부르는 한국 성인 가요 버전을 가리키는 것이다 ㅡ 으로 바꾼 것을 듣고 있으면 참 기가 막힌 녀석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쉽게도 인터넷에서 보사 노바 판과 어덜드 판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오리지날은 유튜브에서 찾았으니 이거라도 링크를 걸어두어야겠다.

뮤직비디오 전개상 원곡에는 없는 부분이 조금 포함되어 있다.

 
그럼 이제 세 가지를 조합할 시간이다.
웰빙과 고급스러움과 다양성.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웰빙.
다채로운 하이 퀄리티의 건강함.
가지각색의 럭셔리한 신선함.
여러가지 강민경급의 건강함.
강민경의 여러가지 건강함.
강민경은 여러모로 건강하다.

데이브레이크의 1집 앨범 'Urban Life Style'은 강민경의 건강을 챙겨주는 앨범이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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