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 Impossible - Ghost Protocol

| 2011. 12. 23. 21:27

정말 우연히, 그리고 우발적으로 개봉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로는 '최종병기 활' 다음이었고, 최근의 영화 계획에 따르면 '악마를 보았다'를 보겠다는 약속을 두 번째로 저버리는 셈이 되었고,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풀로 감상한 네 번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되었다.
결과는 대만족!
비록 내가 2011년에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볼 생각이었던 '셜록 홈즈 : 그림자 게임'을 보지는 못했지만, '셜록 홈즈 : 그림자 게임'이 얼마나 재미 있는 영화든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을 지금 보게된 것을 절대 후회할 일은 없다.

http://lezhin.com/882


영화를 보는 내내 도무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직 대규모 폭팔 장면 따위에서는 CG가 꽤 노골적인 티를 내긴 하지만 정말 스펙터클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려주는 영화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기억에 남는 장면만 꼽아도 손가락이 모자란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추격 신, 감옥에서의 격투 신, 크렘린 잠입신, 이후 브란트 요원과의 수중 신과 기차 신, 두바이의 사막과 도심, 부르즈 칼리파 빌딩을 헬기로 담아낸 신, 빌딩 등반 신, 이어지는 각개 전투 신, 모래 바람과 함께 벌어지는 추격 신,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파티 신, 그리고 엔딩까지 계속해서 줄기차게 이어지는 이런 저런 각종 기상천외한 장면들…….
특히나, 레진도 강조했던 두바이 빌딩 신은 액션 영화의 한 획을 그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이제 잔주름도 늘고 왠지 머리숱도 줄어가는 것 같고 몸매의 탄력도 눈에 띄게 상실한 톰 크루즈라는 배우의 숨길 수 없는 저력, 스타로서의 상품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아무리 안전 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저런 환경에서 그런 결과물이 나올 만한 열연을 펼친다는 것, 톰 크루즈가 아니면 그 누가 할 수 있었을까.
게다가 이 아저씨는 여전히 잘 생기고 난리.



그냥 평면을 바라보는데도 다소 간의 입체감을 느낄 수 있었던 기법 때문인지, 촬영 후 화면 처리에 따른 것인지, 영사 방법이 특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이라면 요새 영화 중에서도 최고급 블록버스터에 속하는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제 우리가 보는 영화라는 것은 ㅡ 최소한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는 ㅡ 최근에 영화관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영화와는 상당히 다른 개념이 되어버린 것 같다.
영화관은 잘 가지 않지만 영화는 굉장히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조차 이렇게 깜짝 놀랄 정도니 말이다.
손잡이를 당기면 천장에서 콸콸 물을 내리쏟는 목욕 기계처럼 박진감과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나는 '트랜스포머' 시리즈도, '아바타'도 그 외에 보통 우리가 '스펙터클한'이라는 형용사를 수식어로 쓰는 영화는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는데,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의 영상은 정말 끝내준다고 생각한다.
진짜.

그러나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이 영상미라는 면을 벗겨내면 무엇이 남게 될까.
이런 류의 영화를 즐겨 보지 않거나 이런 류의 영화에 좋은 평을 주지 않는 사람들 ㅡ 수 년 전의 나를 포함해서 ㅡ 이 이런 류의 영화를 등한시하는 이유만이 찌꺼기처럼 남게 된다.
그 이유라는 것들은 우리가 보통 스토리라고 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데 굳이 더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무슨 맥락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임무라면 자신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물불을 안 가리고 덤비는 워리어, 적당한 얼굴에 화끈한 몸매(중요)를 가진 여캐, 머리가 영특하며 보통 기계와 많은 호흡을 맞추는 어딘가 덜 떨어지고 어벙벙한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왜소남이라는 선(善)의 기본 파티 구성.
악당의 역할을 맡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전 지구 인류의 운명을 위태롭게하는 강인한 적진.
적군인지 아군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캐릭터, 뛰어난 살결을 가졌으나 마음씨는 차갑기 그지없는 악녀, 착한 성품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나 음모에 이용당하고 헌 신짝처럼 죽임을 당하는 학자.
중학교 3학년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평면적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이라도 좋아하게 생긴 악녀다. 레아 세이두(Lea Seydoux). http://crom115.tistory.com/610


이야기의 흐름은 또 어떤가.
서로의 목표를 향해 갈등하는 두 선악 집단의 양상을 그리다 결국 선의 승리, 끝.
초등학교 4학년이면 쓸 수 있는 이야기.
좀 더 디테일하게 본다 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정사정없이 도입되는 각종 첨단 기술 ㅡ 이 기술에 대한 설명은 마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설명할 때 F=ma라는 공식만 던져주고 끝내는 식으로 아주 기초적이면서도 일반인들이 알 듯 모를 듯한 단어를 랜덤하게 조합한 문장으로 구성된다, 엄청 사고 싶게 생겨서는 평생 숨만 쉬고 돈 모아도 사기 힘든 가격을 가진 자동차 퍼레이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주변 지형 지물과 사람, 때로는 그 상황 자체마저 주인공 위주로, 주인공에 관대하게 기울어지는 편애 문제,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의 고삐를 풀지 않기 위해 적을 초인적인 생명을 자랑하는 좀비로 만드는 억지스러운 현상, 앞서 말한 개그 캐릭터의 부주의함, 허황됨과 주인공의 진지함이 빚어내는 소소한 웃음, 괜히 인생의 참된 것을 깨우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하고 영화가 끝난 뒤 2시간 내에 머리에서 자동 삭제될 어설픈 우성, 사랑, 인생에 대한 메시지 등.
심심한 고등학교 2학년생이라면 누구라도 쓸 수 있을 판에 박힌 내용이다.
그렇다.
결국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은 그 장르적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와 같은 식상함을 상업적이라느니 뻔하다느니 매도하며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스펙터클한 영상미를 가진 액션 영화에서 이런 식상함은 필요악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비록 그 성질이 근본이 악이라고 하더라도 "필(必)"하다는 말이다.
끝까지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주인공이 적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맥없이 죽어버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니 그렇게 추격도 하기 전에 너무 어렵거나 너무 무섭거나 너무 돈이 많이 든다면서 포기한다면.
적이 너무 약해 빠져가지고는 일기토가 시작된 지 5합 안에 싸움이 결판 난다면.
고작 악당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목표가 주인공 창가에서 자라는, 그 주인조차 살았는지 죽었는지 잘 모르는 500원짜리 선인장 화분이라면.
단 한 명의 등장인물도 빠짐 없이 명백한 선악성을 띠고 있다면.
같이 일하는 여자 파트너가 아침 산책로에서 가장 많이 마주칠 수 있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비주얼을 하고 있다면.
대체 이 영화가 처음부터 만들어질 수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답은 당연히 "아니?"다.
혹자가 이런 류의 영화를 스토리를 가지고 가혹하게 비난한다면 그는 장르 상대주의의 기본조차 깨우치지 못한 사람이요, 장르적 특색을 장르적 한계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매우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이다.
필요 조건과 충분 조건이 무엇인지 헷갈린다면 고등학교 수학부터 다시 배워야 할 일이지 톰 크루즈를 욕하고 있을 일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에 등장하는 클리셰를 아무런 비판없이 넘겨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한 클리셰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근본적으로 악(惡)이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고 할 사람들을 위해 다른 말로 내 입장을 분명히 하자면,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는 시작 점수가 마이너스 부호를 가진 음수에서 시작한다는 말이다.
이 영화도 여기에서 예외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을 만들겠다고 한 이상 그들의 시작은 100점 만점에 -100점이다.
장르의 특성상 모든 클리셰들을 다 안고 가야 한다는 약점에 지난 작품들의 명성들까지 고려한다면 그 이하의 점수에서 시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감독 브래드 버드를 포함한 모든 제작진들이 자신들이 만들 영화 점수의 부호를 바꾸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만천하에 알려진 진부하고 식상한 재료들을 어떻게 엮고 어떻게 포장하는지에 관한 것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여러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더불어, +200점짜리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내가 본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의 점수는 100점 만점에 100점이다.

아, 기대했던 끈적끈적한 러브 신이 없었으므로 5점 빼서 95점.
하긴 이제 50대가 다 된 아저씨에게 그런 장면을 기대하는 내가 나쁜 것인가.

아아, 젊은 날이여. http://blog.naver.com/koframe/110112540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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