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ew Good Men

| 2011. 6. 9. 01:23

'굿'이라는 음절이 들어가는 총 4음절의 제목 때문이었을까.
나는 유독 이 영화를 '굿 윌 헌팅'과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굿 윌 헌팅 상세보기

어쨌든 내가 어떤 영화를 보지 않았음에도 그 이름을 알고 있는 경우는 대개 그 영화가 고전[각주:1] 명작일 때이다.
이제 영화를 보기 전에 수상 실적이나 흥행 실적부터 살피는 취미가 붙은 나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위키피디어를 뒤적였다.
제작비 총 40M$에 총 거둔 수익이 240M$에 달하는 초흥행작이었고,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에도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어쨌든 주요 부문에 그 이름을 올렸더라.

영화 자체를 들여다보기 전에 그 껍데기부터 살펴보자.
감독은 랍 라이너.

로브 라이너(Rob Reiner) 상세보기

내가 본 그의 대표작으로는 스릴러의 대명사 '미저리'와 잔잔한 감동의 대명사 '버킷 리스트'가 있는데 저 두 영화와 이 영화까지 합쳐서 딱히 공통점을 뽑아내기엔 나의 기억과 내공이 모두 부족하다.
그나마 찾을 수 있는 것은 '버킷 리스트'와 이 영화에 둘 다 잭 니콜슨이 주연으로 나왔다는 것 정도?

대본을 쓴 애런 소킨은 이 부문 오스카를 수상한 '소셜 네트워크'의 대본 작업을 한 사람이기도 하다.
주목할 점은 '소셜 네트워크'의 경우 또 다른 원서를 기반으로 작업한 것이지만 이 영화 '어 퓨 굿 맨'은 순수한 혼자만의 창작이라는 것.
위키피디어를 뒤지다가 알게 된 굉장히 흥미로운 점은 현재 이 사람이 올 9월 말에 개봉할 영화 '머니볼[각주:2]'의 대본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영화의 주연은 브래드 피트! 
오오미, 꼭 개봉일을 기억해둬야겠다.

열심히 구글링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것 말고 내가 원래부터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정보는 이 정도가 전부다.
그럼 본격적으로 '어 퓨 굿 맨'이 어떤 영화인지 살펴보자.

마치 화려한 액션 영화 같은 느낌의 제목을 가진[각주:3] 영화는 법률 영화다.
법률 영화라 하면 떠오르는 것이 내가 참 좋아하는 두 감독의 작품 '레인메이커'와 '영광의 길'인데 이 '어 퓨 굿 맨'은 저 두 영화를 적당히 짬뽕시킨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무리 없겠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적당한 로맨스 라인과 위트를 갖췄고, 무엇보다 군인들의 군사재판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배우로는 톰 크루즈와 위에서 언급한 잭 니콜슨, 그리고 내추럴 간지 케빈 베이컨이 있는데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데미 무어다.

아따 그 목에 굴곡 참


1962년생의 이 여배우는 그러니까 내 어머니와 동갑.
비록 지금은 나 같이 속만 썩이는, 징그럽게 커버린 아들을 두셨지만 어머니도 92년에는 저 정도의 미모를 자랑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예전에 이 배우를 잘 몰랐을 때는 '어떻게 이런 늙은 여우 같은 여자한테 애쉬튼 커쳐 같은 멋쟁이가 넘어갔을까' 싶었는데 현재의 모습은 몰라도 그녀의 과거 모습을 보면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영화를 찍은 1992년의 다음 해에 개봉한 '은밀한 유혹'에서의 그 어마어마한 매력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아래서부터 보자면 다소 턱이 각져보이기는 하나 저 다부진 어깨로부터 솟아나는 탄탄한 목.
위로부터 내려오면 중용을 지키는 이마 라인과 짙은 눈썹, 적당한 쌍커풀, 오똑한 코와 쫄깃해보이는 입술까지.
데미 무어 화이팅! 데미 소다 화이팅!

플롯은 적당히 재미있다.
법률 영화답게 한 라운드(법률 용어를 모른다.)가 끝날 때마다 새로운 상황과 정보가 주어지고 그에 대처하여 민첩하게 움직이는 모습, 그리고 바로 다음 라운드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주는 모습을 카메라에 잘 담아냈다.
다만 '일급 살인'류의 영화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잘 풀려가는 상황을 방해하는 요소가 외부에서 오지를 않고 대부분 내부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주인공 무리의 목적을 막기 위해 더 상급의 권위력이 각종 방해 공작을 필 법도 한데 이 영화에선 그런 식의 직접적인 외압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
 
조, 주연급으로 활약하는 배우들은 연기로는 그 누구에도 지지 않을 사람들인만큼 영화에 몰입하는 것이 쉽다.
영화 '일급 살인'에서는 국가로부터 억울한 취급을 받는 피해자 역할로 나온 케빈 베이컨이 이 영화에서는 뭐 악역까지는 아니지만 실제적인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고가는 검사 역할로 나온 것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대목.

미국 군인 문화와 특유의 분위기, 용어에 익숙한 사람이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점들도 깨알 같은 재미를 유발한다.

영화 후반 부에서 톰 크루즈와 잭 니콜슨이 나누는 텐션 높은 대화는 명장면이라고 취급되는 장면이라고 한다.
옛날에 아이돌 나이 한참 속이고 밝히고 할 때에 누군가 그 장면을 이용해서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었던 적이 있는데 도저히 못 찾겠다 꾀꼬리.
아래는 원본 영상.


법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안 봤을 리가 없는 영화지만 어쨌든 법률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봐둘만한 영화.

 
  1. 고전이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 나이가 두 자리수로 표현되는 작품부터 고전이라는 칭호를 쓴다. [본문으로]
  2. 원작은 책이다. [본문으로]
  3.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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