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선 《Lento》

| 2013. 4. 14. 22:39

네이버에 보낸 글로 이번부터 권장 분량이 조금 줄어든 덕에 쉽게 쉽게 술술 써내려갈 수 있었다. 리뷰 마감 앞뒤의 일정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쓴 글은 아니고 무난한 글을 뽑아내기 위해 앨범을 두어번 순차적으로 감상하며 전체적인 인상과 각 트랙에 대한 짧은 메모들을 바탕으로 완성했다.

제목을 보내는 것을 깜빡하는 바람에 네이버에는 담당자가 알아서 만들어준 제목이 붙게 되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의 요지와 크게 다름이 없는 제목이다.

앨범 리뷰 : 나윤선의 높은 내공을 느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노래

수준 높은 앨범이 다수 포진했던 한 주였다. 주제 의식이 뚜렷했던 진보(Jinbo)의 앨범과 훌륭한 기타 소리를 자랑했던 윤나라 트리오의 약진을 내심 바랐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정상급 재즈 보컬의 자리에 오른 나윤선의 내공을 꺾기에는 다소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8.1점이라는 숫자만으로 앨범의 가치를 논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앨범이 최소한 2013년 전반기를 장식할 앨범 중 하나라는 사실만큼은 절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한 앨범이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갖췄는지 판단하는 것의 기본이 되는 기준은 트랙 단위의 완성도와 앨범 전체로서의 완성도를 따져보는 것이다. 3년 만에 발표된, 트릴로지(Trilogy)의 마지막 앨범이라는 나윤선의 [8집 Lento]는, 맥락상 당연한 말이지만, 저 두 기준을 모두 훌륭하게 만족시키는 수작이다. 앨범 전체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8집 Lento]는 템포, 조(調), 창법 등의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끊임없는 분위기의 부침을 만들며 청자의 감정적 긴장과 이완을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반복적으로 이끌어내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첫 트랙 'Lento'로 운을 뗀 앨범은 이국적 악기 구성과 힘찬 목소리의 조화가 돋보이는 'Lament'로 넘어간다. 담백한 기타 라인으로 순식간에 호흡을 가라앉힌 'Hurt'와 잔잔한 박자 감을 살린 'Empty Dream'이 그 뒤를 따른다. 이어지는 'Momento Magico'는 감히 앨범의 절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 트랙으로 강약이라기보다는 농담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울리는 완급 조절과 함께 진한 내공이 담긴 스캣이 일품인 트랙이다. 이후 다시 침잠의 단계로 접어드는 앨범은 '초우'에서 단조로의 전환을, 'Ghost Riders In The Sky'에서 강한 발음으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CF에 사용되며 대중성 또한 인정받은 '아리랑'을 포함한 후반부의 세 트랙은 첫 트랙의 주제로 천천히 환원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음악평론가 서정민갑은 [8집 Lento]에 "3월이지만 올해의 음반이라고 불러도 좋을 음반이 벌써 나왔다"는 찬사를 보냈다. 도입부에서 이 앨범의 파급력을 2013년 전반기에 한정 지은 이유는 앞으로 얼마나 더 훌륭한 앨범들이 우리들의 귀를 즐겁게 해줄지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점만 제외하면 충분히 그의 의견에 동감한다. 겨우 봄기운이 일렁이는 쌀쌀한 3월에, 벌써 올해의 음반 후보가 하나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