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 Wilson - What a year for a new year/krablog.com

Dan Wilson - What a year for a new year

| 2011. 12. 30. 13:25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캐롤 앨범 또는 캐롤 트랙을 소개하려던 나의 진부한 꿈은 실현되지 못했으나 신년 시즌에는 그 꿈을 꼭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음악적 커리어를 가진 미네소타 출신의 뮤지션 댄 윌슨이 컴필레이션 앨범 'Maybe This Christmas'에 실은 트랙 'What a year for a new year'는 내가 이 앨범을 처음 접한 뒤부터 매년 말 나의 MP3 플레이어에서 자주 흘러나오곤 했다.
내가 처음 'Maybe This Christmas' 앨범을 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또는 2학년 때의 일인데, 안타깝게도 어쩌다가 이런 앨범을 듣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꽤 주옥 같은 캐롤 트랙이 많이 수록되어 있는 앨범이므로 내년 크리스마스 시즌 즈음을 노려 제대로 소개하거나 아니면 그냥 내 맘 내키는 대로 아무 때나 포스팅할 계획이다.

어째 벤 폴즈에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를 섞어놓은 느낌. http://www.classicrockforums.com/forum/f4/gone-solo-4346/index2.html


다시 댄 윌슨의 'What a year for a new year'로 돌아오자.
캐롤과는 달리 새해 노래, 신년 음악은 단순히 특정 코드 진행, 특정 악기의 사용 등으로 자신의 고유한 분위기를 살리기가 어렵다.
상대적으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캐롤에겐 종소리나 어린이들의 합창 같은 필살기가 있고, 오래 전부터 계승된 캐롤만의 클리셰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런 노래도 없이, 심지어는 종소리 하나로 땡땡거리기만 해도 "캐롤이다!"하는 느낌을 들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새해 노래는 그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가사로 "내가 신년 음악이오!"하고 노골적으로 외치는, 다소 손발이 오그라드는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나는 이 노래의 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말이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만큼이나 진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가사의 핵심이 되는 'What + 형명주동' 감탄문들은 이상스럽게도 내 귀에 착착 달라 붙는다.
지금 내가 숨쉬고 있는 이 시점이 새 해를 맞이하기에 얼마나 좋은 해인지, 새 태양이 떠오르기에 얼마나 좋은 밤인지, 새 날을 맞이하기에 얼마나 좋은 날인지 감탄하는 것은 일상의 소중함에 감사하는 나의 삶의 태도와 잘 맞아 떨어진다.
What이 들어간 세 문장은, 우리가 별 생각없이 질타하고 불평하는 그 일상의 소소함, 평범함이란 단순히 관성적인 관점에서 비롯되는 것에 불과하고, 그 껍질을 살짝만 들춰봐도 그 뒤에 얼마나 많은 경이로움과 특별함이 가득한지 깨닫게 하는 해탈의 문장들이다.
따지고보면 우리에게 12월 31일이라는 날이 특별한 것은 무엇인가?
크리스마스를 외롭게 보내는 사람들이 으레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처럼 2011년 12월 24일과 25일이 그냥 토요일과 일요일이라면, 대체 12월 31일과 1월 1일이 지니는 의미라는 건 뭐 그리 특별한 것일까.

결국은 우리의 의미 부여에 달려 있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일지라도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보는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그것이 지니는 특별함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댄 윌슨의 노래는 단순히 새해를 맞이하는 빅 감동의 노래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면서 삶에 대해 어떤 식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갖출 수 있는지를 시사하는 노래다.

What a year for a new year!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의 기본적인 송구영신의 심정과, 그것을 한층 뛰어넘은 소욕지족의 정신이 담긴 참 멋드러진 문장이 아닌가.

PS : 
구글 검색을 하다가 이런 포스팅을 발견했다.
신년 파티에 어울릴 만한 노래들을 추천해놓은 것인데, 'The final countdown'에서 웃으면 되는 건가.
사실 그 카운트다운 송을 빼고 나면 주옥 같은 뮤지션들의 곡이 눈에 많이 보이는데 사실 그 포스트를 보기 전에 새해 노래라는 것이 이렇게 다양할 줄은 몰랐다.
그래봤자 백만대군 캐롤에 비하면 새 발의 피고 요란한 빈 수레에 불과하긴 하지만.

빈 수레가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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