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운 우먼》이 준 충격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내게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이름이 박힌 《말레나》는 거부할 수 없는 영화였다.
영화의 초반 장면을 보다가 과거 언젠가 이 영화를 분명히 마주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뭐 영화의 전반적인 감상에 있어 크게 중요한 사실은 아니니 그냥 데자뷰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가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고, 어쨌든 이 사람의 영화, 특히나 엔니오 모리꼬네와의 협업이 이루어진 영화라면 그 어떤 영화를 그 어떤 때에 골라 보더라도 만족스러울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다음 감상은 《시네마 천국》이겠지.
아무래도.
모니카 벨루치 캐스팅은 신의 한 수였다. http://vaccarisays.wordpress.com/2012/06/10/malena-2000
약간 19금의 장면이 등장하는 것을 ㅡ 사실 내용의 흐름을 봤을 때, 모니카 벨루치의 유두 노출이나 모니카 벨루치의 아주 부자연스럽지만은 않은 성 관계의 도입 부분을 미성년자에게 보여주는 것이 전혀 그들의 인식 구조에 큰 해악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우리의 고귀하신 영상물등급위원회 관련자들의 생각은 나와 다를 것이 분명하므로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ㅡ 제외하면 그 누가 보더라도 흡족하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유쾌함의 정도에 있어서 불후의 명작인 《지중해》를 따라갈 힘은 부족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영화에서 기대하는 유쾌함의 평균치 이상은 갖추고 있고, 보기에 불편하다거나 봐서 불쾌해지는 장면, 또는 불평을 터뜨릴 만한 장면도 없다.
보는 사람의 연령대나 입장에 따라서 영화를 통해 전해지는 주제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도 누구에게나 이 영화를 권할 수 있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단순히 소년적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건강하면서도 야릇한 동경심부터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를 지배했던 집단적 병폐까지, 《말레나》는 아는 만큼 다르게 보이는 영화다.
게다가 영화의 여 주인공이 모니카 벨루치다.
여자라도 좋아할 것이고 남자라면 더욱 좋아할 이탈리아 최고의 여성이 아니겠나.
영화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꺼리는 편이고 2차 세계대전 무렵의 이탈리아에 대해 아는 바도 없기 때문에 아예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하다가 아무래도 포스트의 길이가 짧은 것 같아 마지막 사족을 덧붙인다.
《말레나》 화법의 특징인 소년의 관조적이고 관찰자적인 시점에서 바라 본 말레나의 삶을 통해, 관객들은 전쟁 전후의 불우한 한 개인사와, 이탈리아라는 집단 사회 전반에 낀 칙칙함, 그 유쾌하지만은 않은 두 이야기가 극적으로 만나는 현장을 지켜볼 수 있다.
후반부 시장 장면으로 대변되는 집단적이고 연쇄적인 치유의 과정, 병 들었던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화해, 그 카타르시스란 참으로 깔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광경을 눈물 머금은 웃음으로 바라 볼 수 있게끔 하는 것은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다.
그의 음악이 없었더라면 《말레나》는 너무 어둡고 칙칙한 영화가 되었거나, 죽도 밥도 안 되는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음악이 만든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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