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것 참 골 때리는 영화다.
1968년에 만들어진 공상과학 영화라는 짧은 문구만으로 대충 영화의 성격이 어떨 것인지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예컨대, 느긋하디 느긋한 플롯이나 허술하기 짝이 없는 연출, 거기에 배우들의 어색 돋는 연기, 상황에 맞춰 봤을 때 정말 진부하거나 또는 정말 안 어울리는 듯한 선곡 등이 난무하는 그런 영화라는 말이다.
도저히 배우들의 연기에 성의가 보이질 않는다.
개그콘서트 개그맨들을 갖다 써도 이보다는 훨씬 더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
이 역대급의 발 연기는, 극악의 편집과 손과 발이 알아서 쥐었다 펴졌다 하는 대사 등과 어우러져 아주 생경한 병맛 장면을 대량으로 찍어낸다.
거기에 분위기를 깨기 위해 삽입된 것만 같은 노래까지 흘러 나오면 이게 바로 컨셉, 상황 종료.
되먹잖은 개그와 기니어 피그 시리즈에 가까운 연출 수준은 보너스다.
플롯에 대한 디테일만 뺀 이유는 문단을 나누어 좀 더 심층적으로 접근해 보려는 의도에서였다.
큰 관점에서 보자면 《바바렐라》의 이야기는 오디세이다.
영화가 나왔을 당시의 상황에서라면 미래의 한 여자가 벌이는 치열한 오디세이였겠지만, 21세기가 시작된 지 10년도 넘는 지금의 관점에서 보자면 과거의 미래에서 한 여자가 벌이는 저열한 오디세이랄까.
또는, 미스테리의 베일에 싸인 한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는 관점에서 《지옥의 묵시록》과 비교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물론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관객을 짓누르는 듯한 무게감과 철학적인 사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단순히 피상적으로 드러나는 구조에 관해서라면 말이다.
이 영화의 플롯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ㅡ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ㅡ 섹스 코드다.
초반에는 《데몰리션 맨》의 섹스 코드, 즉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과 어느 정도 일맥 상통하는, 옛 방식이 더 좋지 않느냐는 약간의 러다이트주의의 냄새를 풍기는가 하더니 갑자기 우리의 바바렐라는 단 한 번의 구시대적 육체 행위를 통해 모든 성감대가 일깨워진 신여성마냥 모든 언행과 사고 방식이 뒤떨어진 시대의 색녀(色女)들처럼 변하고 만다.
손을 맞대고 몸을 부르르 떠는 그 베드신, 아니 침대가 없으니 가부좌신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의자에 앉았던가, 만약 그렇다면 체어신이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바로 그 장면은 쓴 웃음과 함께 다소 거친 소리가 자연스레 튀어나오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여러모로 황당하기 그지 없는 설정이다.
차라리 냉동 캡슐에서 깨어나고 보니 온 세상에 여자만 살아 남아 있는 상황이라는 《섹스미션》이 더 현실적인 설정으로 느껴질 정도다.
반복되는 성적 자극의 장면을 통해 영화가 관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대체 무엇일까?
여러분, 섹스는 만병 통치약이니 우리 모두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합시다, 뭐 이런 건가?
대체 이게 무슨 영화란 말인가.
내 말이 잘 안 믿길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이 여자가 풍기는 매력은 어마어마하다. http://www.larkcrafts.com/jewelry-beading/8637/attachment/barbarella
하지만 이 영화를 중간에 끄지 못하는 이유는 바바렐라 역으로 나오는 제인 폰다의 무시무시한 매력 때문이다.
거의 역대급이다.
아르누보의 아름다움이 철철 넘쳐 흐르는 백치미의 아이콘 역할을 헌신적으로 소화한 제인 폰다가 없었더라면 구려도 너~무 구린 영화로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빠지는 이야기지만 이 영화는 리메이크의 이야기가 꾸준하게 솔솔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이 역사에 길이 남을 바바렐라 역할을 맡을 여배우로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 《플래닛 테러》의 치명적인 매력녀 로즈 맥고완, 그냥 보고만 있어도 봐도 흐뭇해지는 시에나 밀러, 잘은 모르겠지만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흘끗 봐도 한 몸매 하시는 에리카 듀란스였다는데 원작만큼의 섹시함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묘한 결론이지만, 리뷰에 조금이라도 끌렸다면 영화를 한 번 보는 걸 조심스레 추천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해서 "조심스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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