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초여름의 일이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 인트로와 같이 환상적인 영상 효과가 곁들여진다면 조금 더 운치가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해조차 뜨기 전인 이른 새벽이었다. 택시에는 세 명의 남자가 타고 있었다. 세 남자는 모두 'ARMY'라고 쓰인 회색 반팔 티셔츠와 역시나 같은 문구가 새겨진 남색 반바지를 입고 적당히 깨끗한 흰 양말과 디자인은 같으나 크기는 제각기 다른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경리단 길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그렇게 급할 것도 없었다. 택시는 좁은 골목길 주황색 가로등 아래를 천천히 지나 언덕 위의 하얏트 호텔로 향하고 있었다. 기사는 어색한 공기를 조금이나마 순환해보고자 라디오를 틀었다. 그리고 라디오에서 키 보이스의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노래가 흘러나왔다.
비록 군인 신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위에서는 코폴라의 이야기를 꺼냈지만 컬트적으로나 희극적으로 바라본다면 영락없이 타란티노가 떠오르는 대목일 것이고 흔들리는 백미러로 보이는 빡빡머리 남자들의 반반한 얼굴 ㅡ 세수를 못했기 때문에 기름으로 반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덥디 더운 여름이 아닌가. ㅡ 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왕가위의 냄새가 풍기는 신(scene)이다.
개강 첫 날 침대에 누워 페이스북을 보다가 Designersparty의 포스트를 보고 방울방울 떠오른 추억을 풀어봤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에도 클래식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문화적 자산들이 많다. 최근 불어닥치는 음악에의 관심을 보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들의 관심에 뿌리가 없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일시적 문화 현상으로 끝나는 유행이 되진 않을까 내심 걱정이다. 물론 쓸데없는 오지랖이고 그야말로 꼰대적 근원의 발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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