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ant

| 2013. 6. 2. 19:18

이건 분명하다. 내가 보고 싶었던 작품은 장자크 아노의 《연인》이었지, 류이치 히로키의 《낯설은 섹스 그리고 연인》이 아니었다는 것. 결과적으로 내가 본, 그 번역된 제목에서부터 C급 영화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각주:1] 《낯설은 섹스 그리고 연인》은 많은 일본의 C급 영화들이 그렇듯 이 영화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미학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배우가 특출나다거나 음악이 좋다거나 조명이 좋다거나 뭐 이런 모든 점이 전혀 없이, 그냥 내가 이 영상을 보고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이 영화를 보면서 소비하는 산소가 지구촌 어딘가의 누군가에겐 절실하게 필요한 그런 산소가 아닌지 괜한 자책감이 드는 그런 영화다. 지금 이런 영화를 보고 난 뒤에 평을 쓰겠다고 인터넷에 접속해 있는데, 아마 지구상 어딘가에는 내가 만들어낸 트래픽으로 인해 사람의 목숨이, 또는 백만달러 어치의 거래가, 또는 한 가족의 운명이 존망의 길을 걷고 있을 수도 있으리라.

그러니까 그만 써야지. 끝.

  1. 왜냐하면 "낯설은"이라는 표현은 맞춤법에조차 맞지 않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낯선"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옳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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