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날들

| 2013. 6. 27. 23:41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관객들에게 조금 불친절한 플롯을 제외하고는 이 정도면 썩 괜찮은 영화가 아닌가 하는 1차적인 평을 내렸다. 나보다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던 사람들의 해설을 찾기 위해 구글링을 한 뒤에는, 나 정도면 그래도 평균 이상의 자신감을 가지고 이 영화를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시험 문제가 꽤나 어려웠던 것 같아 시무룩하게 시험장을 나왔는데 다른 사람들이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나서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했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 어쨌든 앞서 나온 두 문장의 결론을 합친다면, 남 부끄럽지 않게 영화에 대해 이해한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썩 괜찮은 영화라는 이야기다. 일단 예고편부터 보고 관심이 생긴다면 한 번쯤은 어떻게 영화를 구해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영화는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세 이야기의 콜라보다. 주가 되는 이야기는 송새벽이 주연으로 나오는 첫 번째 이야기로 'Between'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는데 내용의 극적임이나 연출의 치밀함을 떠나 송새벽 개인의 연기력이 모든 걸 압도해버리는 단편이다. 세세한 것 하나 놓치지 않는 그의 연기를 보며 배우로서의 성실성과 직업에 대한 프로 정신이 모두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을 것. 하여튼 대단한, 따라서 장래가 기대되는 배우가 아닐 수 없다.

송새벽의 연기에 대한 칭찬을 뒤로 하면 나 같은 메이저 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난이라는 이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죽음이라는 가볍지 않은 소재의 의미를 평범한 관계 속에서 재조명하고 결론에 대한 디테일을 제시하기보다 해석의 책임을 관객에게 돌리면서 몰입도 있는 플롯과 의미 있는 오픈 엔딩 ㅡ 영화의 많은 오픈 엔딩들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것에 비하면 굉장한 성과다! ㅡ 을 만들어냈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기억해둬야 할 이름으로 점찍어두었다.

내용이 짧으니까 괜히 부담스러운 크기의 포스터라도 하나 올리고 마무리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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