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이 미국 축구에 보내는 당부의 말

| 2014. 7. 15. 12:07

미국의 축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 스포츠 문화를 좋아하는 내가 이 열기의 시작부터 트래킹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을 할 정도!

위르겐 클린스만이 미국 축구에 보내는 당부의 말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한국의 성적은 1무 2패, 총 2골을 넣고 9골을 실점해 월드컵에 출전한 모든 팀들 가운데 30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31위는 아르헨티나, 크로아티아, 자메이카에게 내리 3패를 당한 일본. 바로 이 월드컵에서 32위의 성적을 올린 팀이 미국이다. 전패는 말할 것도 없고 골득실마저 일본에게 뒤지면서 조별 예선에 출전한 32개 팀 중 가장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4년 뒤 한일 월드컵에서는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해 16강에 진출, 16강에서는 멕시코를 제치고 8강까지 올랐으나 당시 준우승 팀인 독일에게 패배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예선 탈락에 그쳤지만,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제치고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그리고 16강에서 만난 가나에게 아쉽게 연장전에서 패배.

이렇게 꾸준히 성장하던 미국 축구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일을 냈다. 죽음의 조라고 평가 받던 G조(독일, 미국, 포르투갈, 가나)에서 가나를 상대로 승리, 포르투갈과 무승부를 거두며 총 1승 1무 1패로 16강에 진출 ㅡ 비록 독일이 포르투갈을 완파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얘기지만 ㅡ 했다. 16강에서 이번 월드컵 최고의 다크호스로 평가 받은 벨기에를 만나 팽팽하게 맞섰지만 연장전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전반에만 2실점을 하고 결국 2대1로 분패하고 말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출처: ThinkFootball.com

16강 경기가 끝나고 며칠 뒤, 미국 월드컵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축구에 메시지를 전했다. 아래는 감독의 페이스북 포스트에 대한 대강의 해석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의 실력을 인정 받았지만, 필드 위, 그리고 필드 밖에서 더 발전시켜야 하고 잘 해내야 할 부분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월드컵에서와 같이 거의 4일마다 반복되는 템포와 리듬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들 코치의 역할은 이렇습니다. 선수들에게 꾸준히 운동량을 부여해야 합니다. 경기의 수준 또한 향상시켜야 하고 선수들에게 회복 시간이란 무엇인지 이해시켜야 합니다. 경기 외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선수의 경력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지 알려줘야 합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꾸준히 소통해야 합니다. 특히나 17세 이하, 18세 이하, 20세 이하, 21세 이하 대표팀과 같이 미래의 올림픽 대표 선수가 될 자원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내용입니다. 그 선수들이 바로 이 나라 축구의 다음 세대를 책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선수들에게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할수록 앞으로 2~3년 안에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월드컵 16강에 올랐다는 것은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클린스만은 부임 초부터 이와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해왔다고 한다. 데드스핀의 기사를 참고하면, 클린스만은 미국 프로 축구 리그(MLS)의 일정을 과거 7~8개월에서 현재의 10~11개월로 늘렸고, 미국의 대표 축구 선수인 랜던 도노반에 대해 "70%에서 80%밖에 능력을 발휘하지 않으나 여전히 리그 최고의 선수다"라고 평하며 선수와 리그를 모두 비판해 논란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미국이 보여준 것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가능성"이다. 올해 미국의 월드컵 시청률이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했다는 것이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돈 냄새를 맡은 미국 언론에선 이미 다음 월드컵 중계권을 딴 폭스 스포츠가 이런저런 제약을 극복하고 지금의 ESPN과 비슷한 성과를 얻을 수 있겠냐는 분석 기사까지 써내고 있다. 이처럼 고조된 미국의 축구 열기는 심지어 현재 재투표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2022년 월드컵의 개최지가 미국으로 정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2018년까지 미국 대표팀을 맡은 클린스만과 그 문하의 선수들, 그리고 스포츠라면 좋아라 하는 미국 국민들이 미국의 축구 문화를 ㅡ 미식 축구가 아닌! ㅡ 어떻게 바꿔나갈지, 그리고 그 변화가 세계 축구계를 어떻게 흔들어놓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