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나는 한국 나이로 2살이었다.
내가 2살이던 1989년, 흑진주 유리가 태어났다.
내가 2살이고 흑진주가 지상에 태어났던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었다.
내가 2살이고 흑진주가 지상에 태어났고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었던 1989년, 베를린 필의 카라얀이 숨을 거두었다.
내가 2살이고 흑진주가 지상에 태어났고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었고 베를린 필의 카라얀이 숨을 거두었던 1989년, 레니 크라비츠의 데뷔 앨범 'Let Love Rule'이 발매되었다.
이제 2011년이 되었다.
나는 24살의 별볼일 없는 남자가 되었고, 흑진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이돌로 성장했으며, 베를린 장벽 붕괴 후 20년을 다룬 칼럼이 쏟아져나온 지 2년이 되었고, 마찬가지로 카라얀 사후 20년을 기리는 앨범이 나온 지도 2년이 되었다.
레니 크라비츠는 그 사이 9개의 정규 앨범을 내고 4개의 그래미를 받으며 세계적인 뮤지션이 되었다.
데뷔 앨범 'Let Love Rule'의 나이는 23살이 되었다.
구태의연한 연도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이 앨범이 얼마나 오래 전에 나온 것인지 상기하고자 하기 위함이었다.
23년 전 우리의 모습은 어떠했나.
9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23년 전에는 정원세포와 난원세포로 쪼개져서 어느 남녀의 몸 속에 존재하고 있었겠고, 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극초반에 태어난 일부를 제외하고는 23년 전에 대한 기억조차 없으리라.
억지스러운 표현을 쓰자면 이 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23년 전이란 생각할 수 없을 ㅡ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서 ㅡ 옛날이다.
그런 옛날에 세상에 나온 레니 크라비츠의 데뷔 앨범은 놀랍게도 세월의 흔적이 거의 없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20여년 전의 '촌스러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앨범 커버에서 보이는 레니는 촌스럽게 생겼지만 말이다.
믿기 어렵다면 직접 들어보자!
첫 트랙 'Sittin' on top of the world'는 뒤로 깔리는 뽀각뽀각거리는 신디 소리와 다양한 타악기가 어우러진 신나는 훵크 넘버다.
이어지는 'Let love rule'은 이름상 이 앨범의 주제곡이다.
차분한 8비트 위에 살짝 얹힌 코러스, 그 위에서 사랑으로 세계를 지배하자는 메세지를 힘차게 노래하는 레니의 목소리가 절묘하게 어울린다.
색소폰과 오르간이 주는 완급 조절의 느낌도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 몫 담당.
3번 트랙 'Freedom train'은 자극적인 톤의 기타 리프가 베이스로 깔리는데, 마치 바삭바삭한 초코칩 쿠키를 씹는 듯한 질감이 느껴져 신선하다.
노래의 진행에 따라 구조적으로 분위기가 변화하는 양상도 주의 깊게 들어보면 흥미롭다.
'My precious love'에서는 앨범의 분위기가 극적으로 반전된다.
레니의 음악에서 거대한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사랑에 관한 발라드의 효시가 되는 곡으로 오르간과 피아노의 듀엣이 돋보이는 트랙이다.
레니가 부르는 사랑 발라드는 대부분이 아름다운데 나는 그 공의 대부분을 그의 호소력 넘치는 창법으로 돌리고 싶다.
에릭 클랩튼의 'River of tears'를 연상시키는 이 노래의 중후반부, 즉 감정이 최고조로 터져나오는 부분에서 피아노와 오르간이 솔로를 주고 받는 부분은 그야말로 백미다.
'I build this garden for us'는 8집 'It Is Time For A Love Revolution'에 수록되어있는 'Good morning'과 닮았다.
현악 세션의 풍부함과 로즈의 영롱함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것을 이 트랙을 들으며 처음 알 수 있었다.
6번 트랙 'Fear'는 코러스 부분의 상승하는 기타 리프가 중독성 있다.
이어지는 'Does anybody out there even care'는 'My precious love'가 개인적인 사랑을 노래했던 것과는 달리 범인류적인 사랑을 노래하는 트랙.
사랑의 범위가 넓어졌다고 그의 노래가 아름다워지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랑을 노래할 때 가장 아름다운 아티스트 레니 크라비츠.
그리고 바로 그 다음 트랙, 'Mr. Cab driver'는 내가 꼽은 이 앨범의 베스트다.
새 천년 이후 가장 주목받는 기타리스트 존 메이어의 가장 최근 앨범에 타이틀 곡으로 실린 ' 1Crossroads'와 비교해보면 레니의 20년 전은 우리의 현재와 아주 닮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다니 빠른 템포를 좋아하지 않는 레니답게 역시 느긋한 8비트를 기반으로 하는 어깨가 들썩이는 블루스 락.
사실 이 뒤의 트랙들은 앞의 트랙들과 분위기상 큰 차이가 없다.
9번 트랙 'Rosemary'는 저 시대가 아니면 들어볼 수 없는 명랑한 코러스의 기타 반주가 들어간 락 발라드.
'Be'에서는 레니 크라비츠 특유의 보컬 오버 더빙을 들을 수 있고 'Blues for sister someone'은 뭐 그냥 레니식 락이고, 'Empty hands'는 2분 30초 경의 비올라가 프로그레시브적 서던 락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트랙이다.
마지막 트랙 'Flower child'는 순간적으로 벤 폴즈의 노래인지 착각할 정도로 피아노 반주가 강하게 들어가는데 뭐 주욱 듣다보면 그 외에 집어낼 특징은 없다.
촌스러움과 신선함과 같은 느낌은 지극히 주관적이므로 사실 이 앨범 'Let Love Rule'이 전혀 나이를 먹지 않은 앨범 같다는 평을 내리는 것은 나의 억지일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그의 음악이 23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은 좋게 봐서 그의 음악이 상당히 선구적이었고 할 수 있는 것이지, 뒤집어 보면 발전이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가 아니라는 것은 데뷔 앨범이 나온 지 2년 뒤에 발매된 기념비적 앨범 'Mama Said'로 증명된다.
'Mama Said'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자.
오늘은 레니 크라비츠라는 뮤지션을 주변에 알린 것만으로 충분한 성과다.
내가 2살이던 1989년, 흑진주 유리가 태어났다.
내가 2살이고 흑진주가 지상에 태어났던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었다.
내가 2살이고 흑진주가 지상에 태어났고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었던 1989년, 베를린 필의 카라얀이 숨을 거두었다.
내가 2살이고 흑진주가 지상에 태어났고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었고 베를린 필의 카라얀이 숨을 거두었던 1989년, 레니 크라비츠의 데뷔 앨범 'Let Love Rule'이 발매되었다.
이제 2011년이 되었다.
나는 24살의 별볼일 없는 남자가 되었고, 흑진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이돌로 성장했으며, 베를린 장벽 붕괴 후 20년을 다룬 칼럼이 쏟아져나온 지 2년이 되었고, 마찬가지로 카라얀 사후 20년을 기리는 앨범이 나온 지도 2년이 되었다.
레니 크라비츠는 그 사이 9개의 정규 앨범을 내고 4개의 그래미를 받으며 세계적인 뮤지션이 되었다.
데뷔 앨범 'Let Love Rule'의 나이는 23살이 되었다.
구태의연한 연도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이 앨범이 얼마나 오래 전에 나온 것인지 상기하고자 하기 위함이었다.
23년 전 우리의 모습은 어떠했나.
9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23년 전에는 정원세포와 난원세포로 쪼개져서 어느 남녀의 몸 속에 존재하고 있었겠고, 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극초반에 태어난 일부를 제외하고는 23년 전에 대한 기억조차 없으리라.
억지스러운 표현을 쓰자면 이 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23년 전이란 생각할 수 없을 ㅡ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서 ㅡ 옛날이다.
그런 옛날에 세상에 나온 레니 크라비츠의 데뷔 앨범은 놀랍게도 세월의 흔적이 거의 없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20여년 전의 '촌스러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앨범 커버에서 보이는 레니는 촌스럽게 생겼지만 말이다.
믿기 어렵다면 직접 들어보자!
지금도 촌스럽게 생기긴 했다. http://en.wikipedia.org/wiki/File:Lenny_Kravitz_cropped_2010.jpg
첫 트랙 'Sittin' on top of the world'는 뒤로 깔리는 뽀각뽀각거리는 신디 소리와 다양한 타악기가 어우러진 신나는 훵크 넘버다.
이어지는 'Let love rule'은 이름상 이 앨범의 주제곡이다.
차분한 8비트 위에 살짝 얹힌 코러스, 그 위에서 사랑으로 세계를 지배하자는 메세지를 힘차게 노래하는 레니의 목소리가 절묘하게 어울린다.
색소폰과 오르간이 주는 완급 조절의 느낌도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 몫 담당.
3번 트랙 'Freedom train'은 자극적인 톤의 기타 리프가 베이스로 깔리는데, 마치 바삭바삭한 초코칩 쿠키를 씹는 듯한 질감이 느껴져 신선하다.
노래의 진행에 따라 구조적으로 분위기가 변화하는 양상도 주의 깊게 들어보면 흥미롭다.
'My precious love'에서는 앨범의 분위기가 극적으로 반전된다.
레니의 음악에서 거대한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사랑에 관한 발라드의 효시가 되는 곡으로 오르간과 피아노의 듀엣이 돋보이는 트랙이다.
레니가 부르는 사랑 발라드는 대부분이 아름다운데 나는 그 공의 대부분을 그의 호소력 넘치는 창법으로 돌리고 싶다.
에릭 클랩튼의 'River of tears'를 연상시키는 이 노래의 중후반부, 즉 감정이 최고조로 터져나오는 부분에서 피아노와 오르간이 솔로를 주고 받는 부분은 그야말로 백미다.
'I build this garden for us'는 8집 'It Is Time For A Love Revolution'에 수록되어있는 'Good morning'과 닮았다.
현악 세션의 풍부함과 로즈의 영롱함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것을 이 트랙을 들으며 처음 알 수 있었다.
6번 트랙 'Fear'는 코러스 부분의 상승하는 기타 리프가 중독성 있다.
이어지는 'Does anybody out there even care'는 'My precious love'가 개인적인 사랑을 노래했던 것과는 달리 범인류적인 사랑을 노래하는 트랙.
사랑의 범위가 넓어졌다고 그의 노래가 아름다워지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랑을 노래할 때 가장 아름다운 아티스트 레니 크라비츠.
그리고 바로 그 다음 트랙, 'Mr. Cab driver'는 내가 꼽은 이 앨범의 베스트다.
새 천년 이후 가장 주목받는 기타리스트 존 메이어의 가장 최근 앨범에 타이틀 곡으로 실린 ' 1Crossroads'와 비교해보면 레니의 20년 전은 우리의 현재와 아주 닮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다니 빠른 템포를 좋아하지 않는 레니답게 역시 느긋한 8비트를 기반으로 하는 어깨가 들썩이는 블루스 락.
사실 이 뒤의 트랙들은 앞의 트랙들과 분위기상 큰 차이가 없다.
9번 트랙 'Rosemary'는 저 시대가 아니면 들어볼 수 없는 명랑한 코러스의 기타 반주가 들어간 락 발라드.
'Be'에서는 레니 크라비츠 특유의 보컬 오버 더빙을 들을 수 있고 'Blues for sister someone'은 뭐 그냥 레니식 락이고, 'Empty hands'는 2분 30초 경의 비올라가 프로그레시브적 서던 락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트랙이다.
마지막 트랙 'Flower child'는 순간적으로 벤 폴즈의 노래인지 착각할 정도로 피아노 반주가 강하게 들어가는데 뭐 주욱 듣다보면 그 외에 집어낼 특징은 없다.
촌스러움과 신선함과 같은 느낌은 지극히 주관적이므로 사실 이 앨범 'Let Love Rule'이 전혀 나이를 먹지 않은 앨범 같다는 평을 내리는 것은 나의 억지일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그의 음악이 23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은 좋게 봐서 그의 음악이 상당히 선구적이었고 할 수 있는 것이지, 뒤집어 보면 발전이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가 아니라는 것은 데뷔 앨범이 나온 지 2년 뒤에 발매된 기념비적 앨범 'Mama Said'로 증명된다.
'Mama Said'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자.
오늘은 레니 크라비츠라는 뮤지션을 주변에 알린 것만으로 충분한 성과다.
하지만 오늘의 리뷰는 미괄식! 저는 유리!
- 는 나의 의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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