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뿌리를 찾아서 1 : Radical Psycho Machine Racing (1)

| 2012. 3. 19. 17:22

최근 까불로그 페이스북 페이지의 라이크(또는 좋아요) 개수가 40개가 되었다.
라이크 중 절반이 넘는 수가 나의 지인으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나 이런 내용 없는 블로그의 새 포스팅 소식을 꾸준히 자신의 타임라인에서 접하게 되는 사람이 40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꽤나 고무적인 일이었다.
조촐한 이벤트로, 키워드를 던져주면 그 키워드에 맞는 글을 쓰기로 했다.
예상보다 많은 댓글이 달렸고 최후까지 내게 주어진 단어는 세 개였다.
이 글은 그 첫 번째 단어인 "블리자드"에 대한 글이다.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733448

2012년 5월 15일로 디아블로 3의 발매일이 확정되면서 한국 뭇남성들의 멘탈이 붕괴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나야 어차피 그런 구리구리한 게임 같은 거 절대 절대 안 하고 5월 이후로는 어떤 이유로든 PC방에 가는 것을 자제하고 디아블로 관련 뉴스는 눌러보지 않을 것이며 스크린샷도 최대한 의도적으로 안 보기로 내 자신과 최고 수준의 다짐을 어쩔 수 없이 걸었기 때문에 별로 상관 없는 소식이기는 하다.
사실 디아블로가 나오네 마네 하는 이야기는 어차피 이 글의 주제와 별로 상관이 없다.
디아블로 3에 대한 포스팅으로 블리자드 키워드를 살려볼 마음이 없던 것은 아니나 이미 수많은 디아블로 3 포스팅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경쟁력이 없는 포스팅이 될까봐 뜻을 접었다.
하지만 수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차피 블리자드의 최신 게임을 다룰 수가 없다면, 블리자드 최초의 게임을 다뤄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아, 바로 위키피디어에 도움을 요청했고 그들은 블리자드가 만든 최초의 게임이 Radical Psycho Machine Racing(이하 RPM)이라는 정보를 내놓았다.

별로 재밌어 보이는 커버는 아니다. http://en.wikipedia.org/wiki/File:RPM_Racing_cover.jpg

RPM은 1991년, 슈퍼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줄임말인 SNES로 나온 게임이고 1985년에 발매된 EA의 Racing Destruction Set의 SNES 버전 리메이크 판이며 미국 회사에 의해 최초로 개발된 SNES 게임이자 고해상도 그래픽 모드(High resolution graphics mode)에서 개발된 최초의 게임 중 하나라고 한다.
"고해상도 그래픽 모드"라는 것은 화면의 해상도는 더 좋게 하되 구현되는 색상과 형태는 대폭 줄인 그래픽 모드로, 나중에 Rock N' Roll Racing으로 이름이 바뀐 RPM의 후속작에서는 이 모드를 포기하고 종래의 저해상도 그래픽 모드로 돌아갔다고 한다.
개발에는 약 5달이 소요되었고 블리자드 창업자 중 하나인 앨런 애드햄이 전적으로 프로그래밍을 진행했으며 인터플레이는 그래픽 부분에서 도움을 주었다고.[각주:1]

사실 관계는 재미 없는 이야기니까 쌈빡하게 게임 이야기를 해야지.
래디컬 사이코 머신이라는 말초적이면서 난폭한 제목의 레이싱 게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블리자드의 첫 게임이 얼마나 재밌을지 기대하며 나는 SNES 에뮬레이터와 롬 파일을 받아서 바로 게임을 시작했다.
그런데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나는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참고로 이후에 등장하는 모든 스크린샷은 내가 직접 찍은 것이다.
내가 직접!

인터플레이?

왜 블리자드의 로고가 없는가.
바로 위키피디어로 달려갔고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블리자드는 UCLA에 다니던[각주:2] 세 젊은이, 마이클 모하임, 앨런 애드햄, 프랭크 피어스에 의해 설립된 회사로 당시(1991년)의 이름은 실리콘 앤 시냅스(Silicon & Synapse)였다.
당연히 비루했을 실리콘 앤 시냅스는 초반에는 포팅(porting)과 개발을 병행한 모양인데, 포팅을 하든 직접 게임 개발을 하든 게임의 첫 화면에는 그 게임을 발매하는 스튜디오나 프로덕션의 이름이 들어갔던 것이다.
나중에 회사가 인수되기 전까지 실리콘 앤 시냅스의 단골 고객은 위에 보이는 인터플레이였다.
스튜디오와 배급사의 이름을 병기하는 영화계와는 달리, 초기 게임 산업에는 영세 게임 스튜디오의 입지를 살려주는 장치 따위 없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블리자드의 전신이 만든 게임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나는 게임을 바로 진행했다.

위 커버와 비교하면 고해상도 그래픽 모드라는 것이 어떤 느낌의 시스템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다섯 개의 세이브 파일 중 하나를 선택해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면 된다.
다음에 유저가 할 일은 차체를 고르는 일.

일명 방구차로 유명한 슈퍼 오프로드가 생각나기도 한다.

어차피 이런 고전 게임에서 차체와 성능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겠나 싶어 내가 좋아하는 세단을 뽑았다.
나중에 게임을 하면서 느낀 바로는, 놀랍게도 차 모양에 따른 기본 능력치의 차이가 있다는 것.
지프 모양의 차는 속도는 다소 떨어지나 오프로드에서 탁월한 안정성과 묵직함 움직임을 보여주는 반면, 레이싱 카 모양의 차는 단연 속도는 빠르나 오프로드에서의 안정성이 상당히 떨어지고 차가 방방 뜨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내가 직접 조종해서 얻은 결과는 아니고 컴퓨터가 움직이는 차들의 모습을 본 것이라 신빙성이 아주 높지는 않다.
그래도 높은 편이다.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는 다음 포스트에 이어진다.
  1. 위의 정보는 모두 위키피디어에서 참조했다. [본문으로]
  2. 회사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91년 2월의 일이었고, 이로부터 1년 뒤에 이들은 UCLA에서 졸업하게 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