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개의 수'를 읽고 있을 때 이 전시의 광고를 봤다.
머리가 한참 우주적인 마인드로 가득 차 있을 때 "하늘에서 본 지구"라는 문구가 내 뉴런들에게 준 인상은 꽤 강한 것이었다.
저 머나먼 우주(하늘)에서 내려다 본 지구의 모습을 좋은 질로 감상할 수 있다면, 마틴 리스가 역설했던 관점의 다양화를 통해 인간 문명의 덧없음과 거대한 자연에의 경외감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진이 사진으로서 주는 단순한 심미적 가치야 두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전시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우선 내가 조금 착각하고 있었던 게 있다면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은 우주 사진이 아니라 항공 사진을 찍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하기사, 우주 사진사라는 것이 존재하기에 인간의 우주 공학적 역량은 아직 한참 모자란다.
전시 뒷부분에 가면 아르튀스-베르트랑의 작업 환경을 조금 엿볼 수 있는데 그는 각종 비행체를 타고 다니며 약 30~3000m 고도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사람의 신장이 아무리 커봤자 3m도 채 되지 않는데 그 10배, 100배, 1000배 더 높은 시점을 갖는다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신선한 것인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작업 자체의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차치하고서라도 분명히 수도 없이 많았을 각종 제반 문제 ㅡ 특히나 DMZ, 그 천혜의 자연과 첨예한 인간들이 공존하는 공간을 찍기 위해서 그는 이 답답한 대한민국 행정부와 얼마나 많은 실랑이를 벌여야 했을까? ㅡ 들을 이겨내고 이런 훌륭한 작품들을 남긴 그의 노고에 박수를 보냈다.
시간이 있다면 꼭 인터넷에 마련된 그의 작품 공간을 방문하여 인간 냄새와 자연 냄새 ㅡ 그것이 향기이든 악취이든 ㅡ 풀풀 풍기는 작품들을 감상해보자. 1
다만 사진에 비해 너무 작은 글씨로 쓴 작품 해설과 그 조그마한 글씨를 보기 위해 작품 앞으로 몰리는 사람들 때문에 자꾸 가리는 나의 시야가, 그 180cm도 되지 않은 작은 신장이 아쉬웠다.
게다가 작품 해설은 삼천포로 빠지는 경향이 꽤 있어서 처음에는 열심히도 읽어댔지만 뒤로 갈수록 작품 제목과 작품을 찍은 장소, 그리고 도무지 사진만으로는 무슨 풍경인지 모르겠을 때에만 대체 무엇을 찍은 사진인지 그 내용을 읽게 되더라.
인간들이 만들어낸 자연적인 패턴, 자연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패턴, 인간들이 만들어낸 인간적인 패턴, 자연이 만들어낸 자연의 패턴, 이 네 가지가 공존하는 전시였다.
사람의 문명이 이 정도의 자연 왜곡을 초래할 수 있는지 놀라게 되는 한편, 아직도 자연은 인간이 상대하기에 버거운 거인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또 놀라게 된다.
동물과 사람이 주제가 된 세 번째 전시관에서는 창공이 아닌 지상에서의 아르튀스-베르트랑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확실히 피사체의 종류가 바뀌니까 사진들의 느낌도 사뭇 달라졌던 것 같다.
제 아무리 항공 사진 전문 작가라지만 그도 한 명의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당연한 이치를 새삼스럽게 깨달았던 곳.
주제를 요약하자면 일단은 지속 가능한 발전의 수준으로 자연 개발 수위를 조절하자는 것이다.
무섭게 진행되는 사막화, 댐으로 수몰된 수많은 지역, 각종 탄광에서 유출되는 오염물 등에서 이런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둘째는 우리 인간들끼리의 문제로,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다.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은 아프리카 및 중동 난민촌의 광경을 비롯해 극악의 생활, 노동 조건에서 살고 있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이미지 안에 이런 메시지를 담았다.
요컨대, '하늘에서 본 지구' 전시는 자연주의와 인본주의의 경계에서 묘한 중용을 추구하려는 시도다.
파이를 조화롭게 늘려가며 그 분배를 균등하게 하자는, 긍정적으로 보자면 유토피아적이고 시니컬하게 보자면 사캐즘(sarcasm) 가득 담긴 디스토피아적인 구호 앞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이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나의 소시민적 관점을 보태자면, 나는 그저 사진들의 공허한 외침 속에서 '거참 찍느라 고생 많이 하셨겠수.'라는 심심한 감탄을 하고 이내 다른 사진을 보러 넘어갔을 뿐이다.
머리가 한참 우주적인 마인드로 가득 차 있을 때 "하늘에서 본 지구"라는 문구가 내 뉴런들에게 준 인상은 꽤 강한 것이었다.
저 머나먼 우주(하늘)에서 내려다 본 지구의 모습을 좋은 질로 감상할 수 있다면, 마틴 리스가 역설했던 관점의 다양화를 통해 인간 문명의 덧없음과 거대한 자연에의 경외감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진이 사진으로서 주는 단순한 심미적 가치야 두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전시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우선 내가 조금 착각하고 있었던 게 있다면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은 우주 사진이 아니라 항공 사진을 찍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하기사, 우주 사진사라는 것이 존재하기에 인간의 우주 공학적 역량은 아직 한참 모자란다.
전시 뒷부분에 가면 아르튀스-베르트랑의 작업 환경을 조금 엿볼 수 있는데 그는 각종 비행체를 타고 다니며 약 30~3000m 고도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사람의 신장이 아무리 커봤자 3m도 채 되지 않는데 그 10배, 100배, 1000배 더 높은 시점을 갖는다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신선한 것인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작업 자체의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차치하고서라도 분명히 수도 없이 많았을 각종 제반 문제 ㅡ 특히나 DMZ, 그 천혜의 자연과 첨예한 인간들이 공존하는 공간을 찍기 위해서 그는 이 답답한 대한민국 행정부와 얼마나 많은 실랑이를 벌여야 했을까? ㅡ 들을 이겨내고 이런 훌륭한 작품들을 남긴 그의 노고에 박수를 보냈다.
시간이 있다면 꼭 인터넷에 마련된 그의 작품 공간을 방문하여 인간 냄새와 자연 냄새 ㅡ 그것이 향기이든 악취이든 ㅡ 풀풀 풍기는 작품들을 감상해보자. 1
다만 사진에 비해 너무 작은 글씨로 쓴 작품 해설과 그 조그마한 글씨를 보기 위해 작품 앞으로 몰리는 사람들 때문에 자꾸 가리는 나의 시야가, 그 180cm도 되지 않은 작은 신장이 아쉬웠다.
게다가 작품 해설은 삼천포로 빠지는 경향이 꽤 있어서 처음에는 열심히도 읽어댔지만 뒤로 갈수록 작품 제목과 작품을 찍은 장소, 그리고 도무지 사진만으로는 무슨 풍경인지 모르겠을 때에만 대체 무엇을 찍은 사진인지 그 내용을 읽게 되더라.
인간들이 만들어낸 자연적인 패턴, 자연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패턴, 인간들이 만들어낸 인간적인 패턴, 자연이 만들어낸 자연의 패턴, 이 네 가지가 공존하는 전시였다.
사람의 문명이 이 정도의 자연 왜곡을 초래할 수 있는지 놀라게 되는 한편, 아직도 자연은 인간이 상대하기에 버거운 거인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또 놀라게 된다.
동물과 사람이 주제가 된 세 번째 전시관에서는 창공이 아닌 지상에서의 아르튀스-베르트랑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확실히 피사체의 종류가 바뀌니까 사진들의 느낌도 사뭇 달라졌던 것 같다.
제 아무리 항공 사진 전문 작가라지만 그도 한 명의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당연한 이치를 새삼스럽게 깨달았던 곳.
주제를 요약하자면 일단은 지속 가능한 발전의 수준으로 자연 개발 수위를 조절하자는 것이다.
무섭게 진행되는 사막화, 댐으로 수몰된 수많은 지역, 각종 탄광에서 유출되는 오염물 등에서 이런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둘째는 우리 인간들끼리의 문제로,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다.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은 아프리카 및 중동 난민촌의 광경을 비롯해 극악의 생활, 노동 조건에서 살고 있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이미지 안에 이런 메시지를 담았다.
요컨대, '하늘에서 본 지구' 전시는 자연주의와 인본주의의 경계에서 묘한 중용을 추구하려는 시도다.
파이를 조화롭게 늘려가며 그 분배를 균등하게 하자는, 긍정적으로 보자면 유토피아적이고 시니컬하게 보자면 사캐즘(sarcasm) 가득 담긴 디스토피아적인 구호 앞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이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나의 소시민적 관점을 보태자면, 나는 그저 사진들의 공허한 외침 속에서 '거참 찍느라 고생 많이 하셨겠수.'라는 심심한 감탄을 하고 이내 다른 사진을 보러 넘어갔을 뿐이다.
- 현재 아르튀스-베르트랑의 공식 홈페이지는 공사 중이라고 하는데, 내가 제공한 이 링크가 영구적인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니까 나중에 언젠가 이 링크를 눌러보고 왜 안 들어가져 이 꼬물 블로그야!라고 백 번 외쳐봐야 소용 없다는 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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