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름 어느 날, 나와 작은 남자 그리고 큰 여자 셋은 KAIST 학내 호프 머큐리에 모여서 저녁 식사를 빙자한 맥주 섭취를 하고 있었다.
대화의 주제는 딱히 정해진 것이 없었다.
하도 할 일이 없어서 무슨 종이 하나를 가운데에 두고 셋이서 자유롭게 마인드 맵을 그리기도 했던 것 같다.
앤타이-소셜한 분자들의 불온한 광경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한가한 카이스트 여름방학 절정기에, 그것도 머큐리가 여는 시각만을 기다렸다가 주인 아저씨가 오자마자 잽싸게 맥주를 시킨 그 정도 근성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외에 또 있을 리 만무했다.
즉, 우리의 엑스트라-오더너리한 모습을 지켜본 사람은 거의 0명에 가깝다는 말이다.
뻥 뚫린 공간에서 묘한 고립을 즐기던 중, 작은 남자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주변 사물 중에서 한 가지를 골라 그것에 대해 짧은 글을 써보자는 것.
나와 큰 여자는 즉시 동의했다.
바로 그 대상이 될 녀석을 찾았다.
공교롭게도 머큐리의 실내 장식은 빨간 벽돌벽 ㅡ 이 말은 리던던시(redundancy)? ㅡ 이었고 우리는 멀리 내다볼 필요 없이 벽돌에 대한 생각을 하기로 했다.
실제로 우리들의 생각이 각각의 글로 구체화되진 않았다.
그 자리에서 손을 움직여 일정 시간 이상 어떤 종류의 노동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할 만큼 끔찍히도 귀찮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에 대해서 '입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나는 확실하지 않지만 벽돌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유치한 삶의 교훈 따위를 이야기했던 것 같다.
벽돌이 차곡차곡 쌓인 모습의 그 어떤 질서정연함과 견고함은 사실 그 사이사이의 시멘트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든가 하는 아주 조악한 형태의 생각이었다.
큰 여자는 무슨 이야기를 했었나 아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아무 말도 안 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작은 남자가 툭 뱉은 말에 있었다.
인류는 왜 벽돌을 만들었을까?
당시에는 이 질문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다만 그 문제 제기의 방식, 즉 우리가 단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고 당연하게 여기던 것을 집어내는 행위가 상당히 의미 있는 사고 작업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할 일도 없으니 그냥 밖으로 술이나 먹으러 나갔을 것이다.
솔직히 이 이상의 중요도가 있는 질문은 아니다.
그 날 이후 나는 벽돌의 유래 따위 신경쓰지 않고 내 갈 길 가면서 잘 살아왔다.
그런데 이 질문이 몇 주전 불현듯 떠오르더니 그 때부터 계속 머리 속이 평온해질쯤 되면 어김없이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어느 날에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네이버와 구글에 관련된 검색어를 쳤다.
하지만 지난 날 담배의 유래에 대해 개인적인 조사를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벽돌의 유래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단순한 역사적인 사실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질구레한 역사는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나 혼자서 답을 내리기로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도 구했고 나름 고심을 거듭했지만 이거다!하는 생각이 벌컥 드는 그런 결론은 도출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의 영리한 선조들이 맨 처음 벽돌을 만들어 쓰게 된 이유는 단순히 벽에다 점토를 발라 굳히는 방법보다 더 빠르고 쉽고 튼튼하게 구조물을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벽돌을 만든다는 것은 일정 기술력과 사전 준비 과정이 필수적인 작업이다.
그러나 일단 충분한 양의 벽돌을 구비하면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일정 간격으로 쌓고 접착제를 바르고 쌓고 바르고 쌓으면 된다.
목재와 비교를 하더라도 재료의 재화적 가치와 실용성 측면에서 단연 우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점토와 나무와 벽돌로 만든 구조물의 규모에 합당한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같은 인력의 노동력을 고용해도 더 빨리, 그리고 더 튼튼하게 건물을 지을 수 있으니 기술이 발전하고 인구가 늘어감에 따라 건축물의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인간은 벽돌의 발명으로 그 문명의 발전 수준을 한 단계 크게 끌어올린 것이 아닐까.
철근을 자유자재로 쓰게 된 뒤 인간이 그 좁은 지구의 표면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그 전세대 혁명인 벽돌의 발명이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위대한 순간 중의 하나였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터.
사람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ㅡ 거칠게 말해 그것을 문화라고 한다면 ㅡ 유전적으로 그 손을 움직이는 뇌의 발달을 유도하고 그렇게 발달이 유도된 뇌는 다시금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유전자 문화 공진화의 입장에서 이 현상을 바라보면, 인간이 조금씩 더 큰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된 것이 우리의 집단 무의식에 어느 정도의 변화를 초래했을지 조금은 예측할 수 있다.
실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이었으리라.
비록 내가 처음에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주관적이고 추측성을 가득 띤 녀석밖에 내놓지 못했지만 ㅡ 게다가 맘대로 이야기를 옆으로 새게 만들고는 그 결론이 이르는 곳에 혼자서 감탄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ㅡ 벽돌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곁다리 지식을 두 가지 얻을 수 있었다.
누군가는 궁금해 했을지도, 또는 그 논제를 보고 나면 '응? 그러고보니까 진짜 왜 그렇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라 판단, 간단하게 요지만 여기에 옮긴다.
우선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벽돌의 빨간 이미지, 바로 그 빨간 벽돌들은 왜 빨갛느냐는 것.
빨간 벽돌은 내화 벽돌이라고 불리는, 일반 벽돌 ㅡ 그럼 대체 "일반" 벽돌로 내화 벽돌을 떠올리는 나는 뭐지? ㅡ 과는 조금 다른 성격의 것으로 포함되는 재료에 점토질이 많아 빨간색이 주로 발색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건물을 지을 때 외장재로 이 내화 벽돌을 많이 쓰는 이유는 강도가 강하고, 심미적으로 그 자체만의 인테리어가 가능하며 내구성도 강하고 내연성도 강하기 때문이라고.
몇몇 벽돌의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주요인은 벽돌 자체의 하중이 너무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철근을 삽입하기 위해서, 셋째는 공기층을 형성하여 단열 효과를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 벽돌하면 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그냥 여기까지만 하련다.
글이 지루하고 재미도 없는 것 같다.
대화의 주제는 딱히 정해진 것이 없었다.
하도 할 일이 없어서 무슨 종이 하나를 가운데에 두고 셋이서 자유롭게 마인드 맵을 그리기도 했던 것 같다.
앤타이-소셜한 분자들의 불온한 광경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한가한 카이스트 여름방학 절정기에, 그것도 머큐리가 여는 시각만을 기다렸다가 주인 아저씨가 오자마자 잽싸게 맥주를 시킨 그 정도 근성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외에 또 있을 리 만무했다.
즉, 우리의 엑스트라-오더너리한 모습을 지켜본 사람은 거의 0명에 가깝다는 말이다.
뻥 뚫린 공간에서 묘한 고립을 즐기던 중, 작은 남자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주변 사물 중에서 한 가지를 골라 그것에 대해 짧은 글을 써보자는 것.
나와 큰 여자는 즉시 동의했다.
바로 그 대상이 될 녀석을 찾았다.
공교롭게도 머큐리의 실내 장식은 빨간 벽돌벽 ㅡ 이 말은 리던던시(redundancy)? ㅡ 이었고 우리는 멀리 내다볼 필요 없이 벽돌에 대한 생각을 하기로 했다.
실제로 우리들의 생각이 각각의 글로 구체화되진 않았다.
그 자리에서 손을 움직여 일정 시간 이상 어떤 종류의 노동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할 만큼 끔찍히도 귀찮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에 대해서 '입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나는 확실하지 않지만 벽돌로부터 얻을 수 있는 유치한 삶의 교훈 따위를 이야기했던 것 같다.
벽돌이 차곡차곡 쌓인 모습의 그 어떤 질서정연함과 견고함은 사실 그 사이사이의 시멘트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든가 하는 아주 조악한 형태의 생각이었다.
큰 여자는 무슨 이야기를 했었나 아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아무 말도 안 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작은 남자가 툭 뱉은 말에 있었다.
인류는 왜 벽돌을 만들었을까?
벽돌의 진화, 가 아니고 우리는 진짜 벽돌을 두고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http://blog.naver.com/viponstory/110103577228
당시에는 이 질문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다만 그 문제 제기의 방식, 즉 우리가 단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고 당연하게 여기던 것을 집어내는 행위가 상당히 의미 있는 사고 작업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할 일도 없으니 그냥 밖으로 술이나 먹으러 나갔을 것이다.
솔직히 이 이상의 중요도가 있는 질문은 아니다.
그 날 이후 나는 벽돌의 유래 따위 신경쓰지 않고 내 갈 길 가면서 잘 살아왔다.
그런데 이 질문이 몇 주전 불현듯 떠오르더니 그 때부터 계속 머리 속이 평온해질쯤 되면 어김없이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어느 날에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네이버와 구글에 관련된 검색어를 쳤다.
하지만 지난 날 담배의 유래에 대해 개인적인 조사를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벽돌의 유래에 대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단순한 역사적인 사실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질구레한 역사는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나 혼자서 답을 내리기로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도 구했고 나름 고심을 거듭했지만 이거다!하는 생각이 벌컥 드는 그런 결론은 도출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의 영리한 선조들이 맨 처음 벽돌을 만들어 쓰게 된 이유는 단순히 벽에다 점토를 발라 굳히는 방법보다 더 빠르고 쉽고 튼튼하게 구조물을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벽돌을 만든다는 것은 일정 기술력과 사전 준비 과정이 필수적인 작업이다.
그러나 일단 충분한 양의 벽돌을 구비하면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일정 간격으로 쌓고 접착제를 바르고 쌓고 바르고 쌓으면 된다.
목재와 비교를 하더라도 재료의 재화적 가치와 실용성 측면에서 단연 우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점토와 나무와 벽돌로 만든 구조물의 규모에 합당한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같은 인력의 노동력을 고용해도 더 빨리, 그리고 더 튼튼하게 건물을 지을 수 있으니 기술이 발전하고 인구가 늘어감에 따라 건축물의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인간은 벽돌의 발명으로 그 문명의 발전 수준을 한 단계 크게 끌어올린 것이 아닐까.
철근을 자유자재로 쓰게 된 뒤 인간이 그 좁은 지구의 표면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그 전세대 혁명인 벽돌의 발명이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위대한 순간 중의 하나였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터.
사람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ㅡ 거칠게 말해 그것을 문화라고 한다면 ㅡ 유전적으로 그 손을 움직이는 뇌의 발달을 유도하고 그렇게 발달이 유도된 뇌는 다시금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유전자 문화 공진화의 입장에서 이 현상을 바라보면, 인간이 조금씩 더 큰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된 것이 우리의 집단 무의식에 어느 정도의 변화를 초래했을지 조금은 예측할 수 있다.
실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이었으리라.
실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이었으리라.
비록 내가 처음에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주관적이고 추측성을 가득 띤 녀석밖에 내놓지 못했지만 ㅡ 게다가 맘대로 이야기를 옆으로 새게 만들고는 그 결론이 이르는 곳에 혼자서 감탄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ㅡ 벽돌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곁다리 지식을 두 가지 얻을 수 있었다.
누군가는 궁금해 했을지도, 또는 그 논제를 보고 나면 '응? 그러고보니까 진짜 왜 그렇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라 판단, 간단하게 요지만 여기에 옮긴다.
우선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벽돌의 빨간 이미지, 바로 그 빨간 벽돌들은 왜 빨갛느냐는 것.
빨간 벽돌은 내화 벽돌이라고 불리는, 일반 벽돌 ㅡ 그럼 대체 "일반" 벽돌로 내화 벽돌을 떠올리는 나는 뭐지? ㅡ 과는 조금 다른 성격의 것으로 포함되는 재료에 점토질이 많아 빨간색이 주로 발색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건물을 지을 때 외장재로 이 내화 벽돌을 많이 쓰는 이유는 강도가 강하고, 심미적으로 그 자체만의 인테리어가 가능하며 내구성도 강하고 내연성도 강하기 때문이라고.
몇몇 벽돌의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주요인은 벽돌 자체의 하중이 너무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철근을 삽입하기 위해서, 셋째는 공기층을 형성하여 단열 효과를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 벽돌하면 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그냥 여기까지만 하련다.
글이 지루하고 재미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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