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맛있지만 비싼 컵 떡국, '우리 쌀 즉석 떡국' 시식기

| 2012. 1. 12. 08:48

시중에서 파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사실과, '우리 쌀 즉석 떡국'의 제조회사인 백제물산이 군인들이 훈련소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특식인 쌀국수를 만든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우리 쌀 즉석 떡국'이 미군 부대 매점에 진열되어 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리라.
어느 날 아침, 나는 매번 그 곳에 진열되어 있었으나 왠지 모를 거부감에 사먹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그 떡국에 급관심이 생겼고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녀석을 구매했다.
아무 생각 없이 5달러를 내밀었는데 계산원 아주머니 왈,

"2불 80전이요."

2달러 80센트라는 뜻이다.
현재 기준으로 환율 조회를 해보면 3200원을 조금 넘는 가격이다.
빌어먹을 컵 즉석 요리 따위가 3000원이 넘다니 이것은 한솥 도시락, 편의점 즉석 도시락을 포함한 도시락계에 대한 조롱이요, 원조 김밥과 라면으로 근근히 장사를 이어가는 영세 분식점에 대한 모독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대인배인 나는 그런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태연하게 2달러 20센트를 잔돈으로 받았다.
나의 마음은 울고 있었지만 말이다.

사무실로 와서 내용물부터 꺼내보았다.


그러니까 이 녀석이 자신의 그 터무니없는 가격을 정당화하는 수단은 밀폐 봉지에 담긴 쌀 떡이렷다.
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질을 자랑하는 생생우동의 컵라면 가격이 아무리 비싸봐야 2000원을 넘기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 녀석의 비장의 무기는 쫄깃한 쌀 떡이 아니라 육수를 우려내는 분말 스프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직접 만들어서 먹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었기에 잽싸게 조리에 들어갔다.
조리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쌀 떡 봉지를 뜯어서 쌀 떡을 용기에 담는다. 이 때 탈산소제는 잘 빼도록 한다.
2. 분말 스프 봉지를 뜯어서 분말 스프를 용기에 담는다.
3. 뜨거운 물을 용기 선에 맞게 붓고 기다린다.


1번과 2번은 그 순서를 바꾸어도 크게 문제가 없겠다.
봉지 라면을 끓일 때도 면부터 끓는 물에 넣는 습관이 있는 내가 그냥 임의로 정한 순서에 불과하다.

곧 완성이 되었다.
그래서 개봉박두.


확실히 쌀 떡이라는 어드밴티지가 있었다.
적당한 온도에서 적당한 시간을 기다리면 상당히 질 좋은 쌀 떡을 맛볼 수 있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서 약간 사각거리는 딱딱한 떡을 원한다면 뜨거운 물을 부은 뒤 조금 더 빨리 개봉하여 먹으면 되겠다.
충분한 여유를 둔다면 떡이 엉겨 붙어서 기분 나쁜 모양의 떡을 먹어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국물은 뭐, 별로 특별할 것은 없었고 사리곰탕 컵라면의 국물이랑 비슷한 맛이었다.

결론을 내리자면 제목에 적은 대로 적당히 맛있지만 비싸다.
백제물산 공식 홈페이지 쇼핑몰을 이용하면 16개 들이를 35000원에 살 수 있다.
계산하면 한 개당 약 2000원이 조금 넘으니 나는 시중가보다 1000원 정도 비싼 가격에 이 떡국을 먹은 셈인데 솔직히 2000원 넘는 가격 주고 이 떡국 먹는 것도 돈 낭비다.
차라리 그냥 컵라면 하나에 깔끔하게 핫 식스 한 캔 사먹고 말지.
설날 이벤트 정도로 준비한다면 모를까 내 평생 다시는 이 떡국을 사먹을지 의문스럽다.
백제물산의 명운도 얼마나 가게 될지 의문스럽다.
군 부대 차원의 대량 구매가 끊길 때 회사의 대도 바로 같이 끊길 것 같은 느낌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진기한 음식 포스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