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Trip

| 2011. 5. 15. 11:09

지난 번 메이저리그의 관중 수와 관련된 포스팅에도 언급되어있지만, 뉴 밀레니엄에 접어들면서 각종 영상/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가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많이 늘어났다.
그 새로운 방법들이 영화 산업 자체에 가져온 변화 중 가장 획기적인 것은 아마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장소에 구속되어있던 영화 감상을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늦은 밤 적당히 술에 취해서 분위기 있는 멜로 영화를 볼 수 있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어느 여름 오후에 침대에 누워 신나는 액션 영화를 볼 수도 있게 되었다.
각각의 영화들은 기존의 '장르'라는 성질 외에 '~할 때 보고 싶은 영화'라는 성질도 가지게 된 것이다.

바로 이 영화도 저런 분류 방법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영화에 대한 나의 감상은 '술 먹은 다음 날 아침에 몽롱한 상태에서 해장용으로 볼만한 영화'.

유로트립
감독 제프 샤퍼 (2004 / 미국,체코)
출연 스콧 메클로위츠,제이콥 피츠,미셸 트라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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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혹한 평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말 그대로 '보는' 것 이상의 어떤 정신적 행위를 요구하지 않는다.

너무 가까이서 보면 눈 나빠진다


중학교 2학년 남자아이라도 생각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전형적이고 전형적이고 전형적인 캐릭터들만 잔뜩 모아놓고서는 나름의 개그를 구사하지만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감당이 안 되는 정도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볼만한 점이라면 유럽의 각 도시들을 돌아다니는 것 정도일텐데 위키피디어에 따르면 이마저도 모두 프라하에서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캐스팅은 상당히 흥미롭다.

먼저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던 것은 영화 초반부에서 락 밴드 보컬로 나온 맷 데이먼.

맷 데이먼(Matthew Paige Damon) 상세보기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 사람의 작품 선택을 보면 이 사람도 가끔은 일탈을 꿈꾸는 구나 할 때가 있다.
물론 저 수많은 피어싱과 목의 문신은 이 장면을 위해 일시적으로 만든 거겠지만 그래도 충격적.

각종 TV 드라마에서 인기몰이 중인 미셸 트라첸버그는 무려 이 영화의 주연급.
둔감하고 성적 매력이 없으나 여행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되는 말도 안 되는 역할로 등장.
아래의 키스 장면은 거참 촬영하기 전에 칫솔로 혓바닥을 열심히 닦았을 것만 같은 장면이다.

미셸 트라첸버그(Michelle Christine Trachtenberg) 상세보기


스몰빌의 그녀, 크리스틴 크룩도 이 영화에 나온다.
남자 주인공의 옛 여자친구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그를 뻥뻥 차버리고는 예전부터 내연 관계에 있던 맷 데이먼과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그녀.

크리스틴 크룩(Kristin Laura Kreuk) 상세보기

아 저 목의 핏줄


장재인이랑 닮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뿐?


훌리건의 우두머리 역할로 나오는 사람은 비니 존스다.

비니 존스(Vincent Peter Jones) 상세보기


실제 축구 선수이기도 했던 그는 가이 리치의 명작 '락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에 출연하기도 했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상세보기

조작된 화면인지 모르겠지만 두 눈으로 맥주 뚜껑을 따는 장면에서는 참 나도 한 번쯤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그러고 나면 눈 주위에 예쁜 별 모양 자국이 생길 것 같아서 포기했다.

이 정도면 꽤 빵빵한 출연진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어쨌든 그래서 그런지 정말 제작비가 안 들어갔을 것 같은 이 영화의 제작비는 생각보다 높은 2천5백만 달러라고 한다.
내게 2천5백만 달러를 주면 이것보다 더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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