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간지x하헌진 《김간지x하헌진》

| 2013. 10. 21. 00:27

정말 최고로 덕후스러운 블루스 앨범 리뷰를 써보겠다는 신념으로 내가 가볍게 꺼낼 수 있는 내공은 ㅡ 차마 온 신경을 곤두 세워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요즘이므로 ㅡ 총동원해 완성한 리뷰다. 단 한 번의 퇴고도 거치지 않았으며 역대 네이버 앨범 리뷰 중에 가장 빨리 완성해서 보낸 글이 아닐까 한다. 내용도 적당히 마음에 들고 길이도 적당한 것 같으며 덕후감도 적당하고 앨범에 대한 내용도 적당하며 블루스라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적당히 담아낸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글.

네이버 뮤직에서 유튜브 영상도 걸어준다는 다소 신박한 사실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네이버에 올라간 글은 여기서 읽어보자.

"네가 당장 돈이 없다면, 그게 바로 블루스야. 네가 당장 돈이 없어 집세를 낼 수 없다면, 그것도 블루스지. 많은 사람들이 '난 블루스가 별로야.'라고 말하지만 네가 당장 돈이 없어서 밥 먹을 돈조차 없다면, 그게 바로 망할 블루스라고. 뭔가가 부족해서 걱정할 거리가 생긴다면 그것도 블루스야.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그 누구도 부족해하지 않는 것을 본다면, 그리고 진심으로 외로움을 느낀다면, 그게 바로 블루스야." - 하울링 울프, 아메리칸 포크 블루스 페스티벌에서(1966) [관련 영상]

"온몸이 블루스로 똘똘 뭉친 사나이"([블루스 기타 애드립], 이정선)라는 하울링 울프(Howlin' Wolf)가 정의한 글로벌한 블루스의 감성에 가장 충실한 한국형 블루스 앨범이 발매되었다. 앨범을 낸 주인공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블루스 좀 듣는다는 젊은 층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김간지와 하헌진이다.

블루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음악을 한 번도 접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만족할 만한 앨범이다. 기본에 충실한 연주, 과도한 사운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녹음, 거기에 무덤덤하나 왠지 모르게 감칠맛 나는 하헌진의 목소리가 화룡점정을 찍었다. 취향을 타는 문제이겠지만, 근래 들어 대한민국 대중음악에서 블루스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는 젊은 블루스 뮤지션들의 앨범 중에 단연 최고다. 단순한 청각의 문제를 떠나 가사에 초점을 맞춰도 이들의 명민함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자칫 형식적 매너리즘에 빠져 듣는 이에게 지루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블루스의 난제를 가장 기본적인 블루스의 자세 ㅡ예컨대 위에서 인용한 하울링 울프의 그것과도 같은ㅡ 로서 풀어냈다. 몇 줄 되지 않는 가사들로 하나의 앨범을 완성한다는 것, 참으로 기가 막힌 "썰풀이"가 아닐 수 없다.

지난 몇 년간 대한민국의 대중 음악계의 흐름을 보면 특정 장르가(요지부동의 K-POP은 제외다.) 바이럴하게 뜨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유수의 인디 팀들이 시작한 통기타 기반의 포크부터, TV 프로그램의 여파를 탄 밴드 기반의 록,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신설되며 본격적인 인기몰이에 나선 힙합까지, 장르의 정체성을 문화적 트렌드와 엮어 음악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운 예가 적지 않다. 지난 몇 년간 블루스가 대한민국 대중 음악계에서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장르라고 생각하는바, 가까운 장래에 김간지x하헌진의 노래를 카페에서, 거리에서, 술집에서 들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