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가 살인 범죄율을 낮추는 방법

| 2014. 7. 1. 13:35

어느 정도 미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시카고라는 제시어를 던졌을 때 떠오르는 것을 말해보라 하면 어떤 단어들이 튀어나올까? 피자? 마이클 조던? 윈디 시티? 염소? 그 사람의 관심사에 따라 수없이 많은 단어들이 등장하겠지만 아마 그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범죄와 관련된 단어들일 것이다. 알 카포네로 대변되는 시카고 마피아, 아웃핏. 아직까지도 그 계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해지는 아웃핏 때문일까, 시카고는 범죄율이 높기로 소문이 난 도시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인구 백만이 넘는 미국 도시 중에 살인 범죄율이 2위다. 1위는 이름에서부터 범죄의 냄새가 나는 필라델피아.

좌측 상단의 돼지가 알 카포네. http://www.boston.com/news/nation/articles/2008/03/01/irs_releases_files_from_case_against_hoodlum_capone/

하지만 시카고의 살인 범죄율은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다른 미국의 대도시들과 비교해 그렇게 급감하고 있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넓은 관점에서 봤을 때 지난 25년간 시카고의 살인 범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지엽적인 관점에서 볼 때 ㅡ 이 현상이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고려하면 결코 지엽적이라는 수식어가 옳지는 않겠지만 ㅡ 시카고의 살인 범죄율은 어떤 면에서 조작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뉴미디어의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복스 미디어의 최신작, Vox.com에서 이 내용을 기사로 다뤘다.

요지는 시카고 경찰 당국이 살인 사건으로 처리해야 할 사건을 다른 사건으로 분류해 처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자동차 사고에서 의식을 잃고 결국 목숨까지 잃게 된 한 남성의 부검 결과 머리에 총상을 발견하고 차 내부에서는 탄피가 발견되었으며 실제 사망 진단의 사인도 살해라고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 사건을 살인 사건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도에 시카고에서 살해 당한 사람의 수는 경찰 당국이 발표한 414명이 아니라 최소 423명은 된다고 한다.

원글에서는 이 지점에서 해당 문제의 원인, 또는 해결책에 대해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지역 기반 언론의 영향력이 줄어듦에 따라 이런 일종의 지역 부패(corruption)가 과거보다 더 횡행할 수 있다는 것. 비록 시카고라는 도시가 범죄로 유명함과 동시에 부패로도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이와 비슷한 주장은 과거에도 수차례 제기되었다고 한다. 영문이라 당연히 제대로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논문 연구 결과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

앞에서 소개된 현상에 대한 진짜 문제는 살인 범죄가 살인 범죄로서 분류되지 않는 경우엔 살인 범죄로서 수사되지 않고 이는 살인 범죄의 검거율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시카고 경찰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벌인 일인지는 모르지만, 도시의 범죄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성과를 과시하려는 행동이 결과적으로 범죄 행위에 대한 관대한 처벌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웬만한 경우 언론의 종류와 수는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하는 내게 지역 언론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돌이켜보게 되는 글이었다. 이 경우와 그렇게 관련성이 있는 사례는 아니지만 한창 재밌게 읽었던, 서울신문의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시리즈가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