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 2

| 2011. 5. 28. 17:17

최근에 대부 2라는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하다가 바로 어제 엔딩을 봤다.
이 블로그의 전신이 되는 나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사진첩 란에는 '게임'이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있었지만 갈수록 컴퓨터든 콘솔이든 게임을 잘 안 하게 되는 나의 모습을 보며 게임 이야기는 이 블로그에선 '일상'에 올리기로 했다.

오, 내 랩탑에서도 이 정도 그래픽으로 게임을 돌릴 수 있다니.


이 게임의 전작인 대부 1을 플레이한 것은 내 싸이월드를 참조했을 때 2008년 4월 중순 무렵인 것 같다.
지인의 컴퓨터에서 잠깐 해보고는 굉장히 흥미가 생겨 당시 내 룸메이트의 컴퓨터로 게임을 옮겨와서 결국 순식간에 엔딩을 봤던 기억이 있다.[각주:1]
영화 '대부 2'를 보지는 않아서 이 게임이 전작처럼 원작 영화와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전작과 비슷하게 영화의 줄거리를 어느 정도 끼워다 맞춘 것으로 추측된다.

결국 이런 류의 샌드박스 액션 어드벤쳐 게임(이라고 쓰고 'GTA 같은 게임'이라고 읽는다.)과 마찬가지로 대부 2는 크게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 두 부류의 작업을 병행하는 게임이다.
즉, 새로운 돈 꼴리오네가 된 마이클의 지시를 받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패밀리를 꾸미는 내용과, 각종 사람들로부터 개인적인 심부름 센터 일을 맡아 수행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의 스크린 샷은 당연히 훼이크다. 저런 풀 사양으로는 도저히 제 정신으로 게임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이 게임이 제공하는 최저의 사양에서 플레이했다.


따라서 이 게임은 1편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
아니, 어쩌면 1편이 더 재밌는 게임일지도 모르겠다는 판단이다.
그렇다면 내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 1편과 2편을 비교해보겠다.

1. 메인 퀘스트

1편의 단연 압도적인 승리.
1편의 메인 퀘스트가 내용 면에서 상당히 다채로웠고 난이도 면에서도 적당히 사람의 오기를 자극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면, 2편의 메인 퀘스트는 정말 지리멸렬한 총 싸움 일색에[각주:2] 무엇보다 너무 쉬웠다.
한 번에 깨지 못한 퀘스트는 단순히 지령으로 주어지는 영어 문장을 잘못 이해했던 것들 뿐이었고 그것들을 제외한 모든 나머지 메인 퀘스트는 물 흐르듯 점령할 수 있었다.
플롯 또한 1편의 승리다.
2편의 이야기는 마치 '드래곤볼' 같이 단순하게 저 상대를 이기면 더 강한 상대, 그 상대를 이기면 그보다 더 강한 상대가 나타나는 식으로 두어번만 반복하면 쉽게 지겨워지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게임 진행 면에서 약 절반 정도만 하고 나면 그 누구나 이 게임이 남은 절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그 사실을 깨달으면 남은 게임을 마저 끝내느냐 아니면 당장 삭제하고 내가 왜 이런 게임에 시간을 썼는지 반성문을 쓰느냐 또는 남 엿 먹으라고 지인들한테 추천해주느냐 등등의 선택권이 주어지는데 나는 기왕 시작한 게임, 엔딩까지 가자라는 신념 하나만으로 엔딩까지 간 사람일 뿐이었다.

2. 서브 퀘스트

이 부분은 그래도 대부 2가 더 낫다.
대부 1의 서브 퀘스트는 단지 암거래 장소를 점령하는 것밖에 없었고,[각주:3] 그 점을 나름 다음 편에서는 보완하자고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
대부 2에서는 암거래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각각의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암거래 장소를 모두 점령하면 그로부터 보너스 효과를 얻는 시스템을 추가했다.
예를 들어 공사장 종류를 모두 내 편으로 만들면 적의 폭탄 공격에 의해 박살난 나의 암거래 장소의 복구 시간이 2배로 빨라진다거나, 불법 도박장 종류를 모두 내 손안에 넣으면 우리 편이 쏘는 총의 위력이 2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암거래 장소를 지킬 수 있는 우리 편 NPC 같은 녀석들을 고용하는 시스템도 생겼다.

엔딩을 보기 위해선 모든 경쟁 패밀리를 없애야 한다는 면에서 경쟁 패밀리의 핵심 인물들을 죽이는 것은 메인 퀘스트로 분류해도 되겠으나 사실상 보스만 스나이핑하는 것만으로도 그 패밀리 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기 때문에 그 외의 핵심 인물들을 암살하는 것은 서브 퀘스트로 취급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위에 보이는 망가노(Mangano) 패밀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아래 녀석들을 모두 죽일 필요 없이 저 맨 윗대가리만 죽이면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아래 녀석들을 죽이는 퀘스트는 서브 퀘스트로 분류했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보스만 죽이면 패밀리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모르고 열심히 짬찌들을 죽이러 다녔다.
이 짬찌들을 암살하기 위해선 먼저 길가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 중 퀘스트 부여가 가능한 사람에게서 개인적인 부탁(때려서 협박하기, 죽이기, 가게에서 깽판 부리기 셋 중에 하나다.)을 받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심부름에 성공하면 저 짬찌 중 랜덤으로 누군가 하나의 은신처를 알게 되고, 나는 그가 은신처에서 머무르고 있을 때 또는 나의 암거래 장소 중 하나를 공격하고 있을 때 그를 만나러 가서 '특정 조건'으로 죽여야 한다.
만약 그냥 죽이게 되면 그는 병원에서 회복하고 다시 살아 숨쉬며(20세기의 아킬레스다.) 특정 조건으로 죽이게 되면 위에서 보이는 것처럼 영구적으로 없어지게 된다.
처형 방법으로는 맨 손으로 때리는 것, 둔기를 휘두르는 것, 목을 조르는 것, 차로 치는 것, 피스톨, 매그넘, 라이플, 오토매틱 건, 샷 건으로 쏘는 것 등이 있는데 처음에는 상당히 재밌지만 갈수록 따분해진다.

이 외에 특수한 NPC들의 심부름을 처리하게 되면 다른 보상을 얻는 경우도 있다.
단순히 돈을 받는 쉬운 퀘스트도 있지만 감옥이나 병원에 들어가 있는 나의 패밀리 구성원을 정해진 시각보다 빨리 빼낼 수도 있고, 어느 순간에 나를 쫓는 경찰을 모두 없애버릴 수도 있으며, 상대방 패밀리 요원을 잠시 활동 불능 상태로 만든다거나, 상대방의 폭탄 공격으로 망가진 나의 암거래 장소를 순식간에 복구시킬 수도 있는데 뭐 별로 사용할만한 일은 없다.
왜냐하면 게임이 워낙에 쉽기 때문에.

정리하면 서브 퀘스트 면에서는 당연히 2편이 우위에 있지만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역시 썩 훌륭한 시스템은 아니라는 말.

3. 컨트롤

이건 1편도 썩 자유롭지 못했지만, 2편은 거의 최악에 가깝다.
우리의 주인공은 1편에서도 그랬지만 2편에서도 점프를 할 줄은 모른다.

영겁의 시간이 흘러도 나는 저 차도에 다다를 수 없어.


주인공은 담장을 넘을 줄도 모른다.
어떤 벽을 폭파하거나, 철조망을 뜯을 수는 있는데도 가장 간단한 방법은 사용할 줄 모른다.
어쩌면 그래서 그가 대부에 다다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달리는 것 외에 두 발을 지면에서 모두 떼는 것은 리스펙트를 상실하는 행위일지도.

자동차 면은 오히려 1편의 승리다.
2편의 자동차 카메라 시점 조종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도무지 내가 보고 싶은 곳을 볼 수가 없다.
게다가 속도감도 현저하게 떨어지고 길도 거지 같이 만들어놔서 정말 온전한 도로가 아닌 이상 무조건 차에 상처가 생기기 마련이다.
최소한 1편에서 자동차를 타고 달리면 속도감이라도 느껴졌었다.

4. 인터페이스

이 부분에선 무조건 2편의 패배다.
심지어 내가 1편의 인터페이스가 어땠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만큼 대부 2의 인터페이스는 사상 최악이다.

스크린 샷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미 게임 엔딩을 본 사람으로 이 녀석에 대한 미련은 없다.


위 스크린 샷이 의미하는 바는 여러가지가 있겠다.
내가 여기서 이 스크린 샷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 게임의 인터페이스 얼마나 구린지를 증명하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내가 저 스크린 샷에 나와있는 Tony Rosato(이하 TR) 패밀리의 짬찌 녀석이 현재 어디에 있으며 어떤 식으로 암살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고 하자.
그러기 위해서 나는 TR 패밀리 구조도를 찾아 그 녀석의 사진을 클릭해야만 한다.
나는 보통의 게임 화면에서 TAB키를 누른 뒤(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래의 아이콘 중에 Family Tree 위에 커서를 위치하고 클릭한 뒤(조금 귀찮지만 문제없다.) 나타나는 패밀리들의 이름 중 TR위에 커서를 위치하고 클릭한 뒤(자꾸 마우스에 삑사리가 나지만 참을 수 있다.) 나타나는 TR 패밀리 계보에서 그 녀석의 이름을 찾아 클릭한 뒤(아...) 암살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한 번 보고 기억해서 빠릿빠릿 하면 되지 무슨 투정이냐'하는 사람들에겐 할 말은 없지만 나는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 짓을 최소 백 번은 반복한 것 같다.
그 외에도 게임 진행에 대한 각종 정보를 얻고자[각주:4] 저 코딱지만한 아이콘과 글씨를 클릭한 나에게 박수를.

박수하면 이 짤방이 빠질 수 없잖아?


정리 : 하지마.

 
  1. 당시의 댓글을 보면 이렇다. '이한결 : 드디어 엔딩 ㅠ ㅠ 4일만인가 (2008.04.20 16:08)' [본문으로]
  2. 물론 카스트로 암살을 시도하는 퀘스트는 조금 색다른 편이었지만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쉬운 데다가 짧았다. [본문으로]
  3. 내 기억에 의지한 문장이므로 낮은 신빙성에 근거한 말이다. [본문으로]
  4. 이 게임에서 게임 진행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저 메뉴를 여는 것 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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