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상어 이야기

| 2012. 8. 22. 12:05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고래상어의 죽음, 그 자체를 위한 이야기는 별로 할 것이 없다.
하지만 생물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저 거대 동물의 죽음과 관련해서 분명히 신경을 거스르게 하는 문제가 있다.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의혹을 가지고 열심히 안철수 룸살롱을 쳐대는 것보다, 그리고 선동질을 하지 말라며 열심히 박근혜 콘돔을 검색하는 것보다는 이 고래상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최소한 몇 배는 더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고래상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 확실히 경이로운 생물체이긴 한 것 같다. http://aeterno.tistory.com/94

첫 번째 포인트는 이 고래상어의 포획 과정에 있다.
팩트올의 기사를 아래 인용한다.

2012년 7월 7일과 8일, 제주 애월읍 하귀리 앞바다에서 한치를 잡던 어민 임모씨의 정치망 그물에 이틀 연속해서 고래상어가 걸려들었다. 2마리의 고래상어는 한화가 운영하는 아쿠아플라넷에 기증됐다. 그런데 이를 놓고 당시 개관을 7일 가량 앞두고 있던 아쿠아플라넷에 의혹이 눈길이 쏠렸다. 제주에서 10년 동안 잡히지 않던 고래상어가 갑자기 기적처럼, 이틀 연속해 2마리나 포획됐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그물에 고래가 걸리면 곧바로 해경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 어민은 해경에 신고하는 대신, 아쿠아플라넷에 바로 전화해 기증했다. 당초 아쿠아플라넷은 중국에서 마리당 10억원씩을 들여 고래상어 2마리를 구입하려 했었다. 그런데 중국이 고래상어 반출금지 명령을 내려, 매입이 좌절된 상태였다. 아쿠아플라넷 측으로서는 어부의 고래상어 2마리 기증이 ‘하늘에서 떨어진 복덩이’였던 셈이다.

고래상어를 잡은 어민 임씨는 당시 “살아 있는 고래상어였기에 바다에 죄를 지은 것 같아 팔지 않고 아쿠아플라넷에 전화했다”며 “무상으로 기증했고 연구목적에 잘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제주해경은 “정치망 그물에 걸린 고래상어가 상처가 거의 없을 정도로 멀쩡하고, 그물이 손상 없이 깨끗한 것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라며 포획 어민과 아쿠아플라넷을 상대로 무상 기증에 대해 조사를 벌였었다.

위 사실에 대한 정확한 출처는 없지만 큰 따옴표로 인용된 것을 실제 워딩으로 간주할 경우, 이건 누가 봐도 확실한 조사가 필요한 사항이다.

첫 문단은 대체적으로 문제가 없다.
"10년 동안 잡히지 않던 고래상어가 갑자기 기적처럼, 이틀 연속해 2마리나 포획"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해양 환경이나 해양 생태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나지만 원래 고래상어가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두 마리의 고래상어가 연속해서 포획된 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실제로 2008년 강원 양양 근해에서 위 사건과 흡사하게 두 마리의 고래상어가 정치망에 살아 있는 채로 포획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두 번째 문단부터 의혹이 시작된다.
고래가 그물에 잡혔을 경우 해경에 신고해야 한다는 규칙을 어겼다는 점, 신고 대신 아쿠아플라넷에 즉시 기증을 했다는 점, 원래 아쿠아플라넷이 두 마리의 고래상어를 반입하려 했다는 점.
도미노처럼 연결된 연쇄적인 사실을 하나씩 엮어 보면 중학생 2학년이 보더라도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의문점이 유추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세 번째 문단의 마지막 문장도 수상하다.
바로 위에 링크한 2008년의 경우를 보면, 그물에 잡힌 고래상어의 상태는 수족관에 전시하기에 흉측할 정도로 많은 상처가 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거기에 그물마저 손상 없이 깨끗하다니, 밀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고래상어의 관리에 대한 문제는 둘째치고서라도 밀수라는 위법 사항은 엄격한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위에 적힌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이것이 밀수가 아니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긴 하지만, 어쨌든 현재도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직접 고래를 잡았던 어민의 이야기도 신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니 밀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기로 하자.

두 번째 포인트는 수족관의 크기와 관련된 것이다.
아래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조선일보의 기사다.

이에 아쿠아플라넷은 "죽은 고래상어는 '제주의 바다'라는 대형 수족관에 있었다"며 "제주의 바다는 가로 23미터, 세로 8.5미터의 6000톤 규모여서 고래상어가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는 크기이다. 스트레스받아 죽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죽은 고래상어의 크기는 약 6미터이다.

이 블로그의 정보에 따르면, "제주의 바다"의 높이가 9m라고 하는데 수조의 용량을 가로 X 세로 X 높이라고 가정하고 단순 계산을 해보더라도 2000톤 규모밖에 안 되긴 한다.
뭔가 수상하기는 하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하자.

고래상어의 크기가 6미터라고 하니 수조의 크기는 가로로 네 배가 조금 안 되고 세로로는 한 배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사람에 비유를 하자면, 키 170cm의 성인을 가로 6.5m, 세로 2.4m의 방에 가둔 것과 다름 없다.
평수로 따지면 약 4.72평이다.

사람의 입장에서 무엇을 알 수 있겠냐며 반박을 할 사람들을 위해 귀찮은 인터넷 조사까지 벌였다.
크기에 관련된 나의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고래상어를 전시하고 있는 다른 수족관 크기가 어떨지 비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조지아 수족관은 현재 총 네 마리의 고래상어를 전시하고 있는데, 수족관의 크기는 나와 있지 않지만 그 규모는 총 24000톤에 달한다고 한다.
이 수족관에서 생명을 잃은 고래상어는 두 마리.
한 마리는 복막염이 사인이라고 하고, 다른 한 마리는 약 1년 8개월의 생활 끝에 갑자기 먹는 것을 중단하고 괴상한 움직임을 보여 안락사를 시켰단다.
잘은 모르지만 후자의 경우를 보면 수조의 크기에서 ㅡ "제주의 바다"보다 네 배나 큰 수조 ㅡ 오는 스트레스를 그 사인으로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본 오키나와의 추라우미 수족관에는 쿠로시오 해(海)라는 이름의 수족관이 있는데, 이 곳에도 조지아 수족관과 마찬가지로 네 마리의 고래상어가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크기는 가로 35m, 세로 27m, 깊이 10m로 용량을 따져 보면 9450톤이다.
아쿠아플라넷의 수족관보다 1.5배밖에 되지 않는 용량이긴 하지만 ㅡ 만약 내 계산법을 적용하자면 그래도 네 배 이상의 크기다 ㅡ  이 수족관은 세계 최초로 고래상어를 실내에 전시했던 곳이며 1985년부터 고래상어를 키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래상어의 수족관 사육에 있어서는 단연 앞선 기술력을 가진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외, 다른 곳의 수족관 크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관계가 어찌되었든 여간 찝찝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 와중에 거센 여론에 부딪힌 아쿠아플라넷 측은 물타기의 소지가 다분한 조치를 단행, 결국 남은 한 마리의 고래상어를 방류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여러 의혹들이 시작되고 끝나는 과정을 봤을 때 이번 사건 역시 이렇게 찝찝한 구석만을 남기고 끝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