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진동음과 함께 실제로 창문이 다 떨리는 정도의 진동이 몸으로 느껴져서 갑자기 잠에서 깼다.
시계는 새벽 6시 3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한 내 감각을 의심할 여지는 없기 때문에 그 소리와 그 진동이 대체 무엇이었는가 궁금해 인터넷을 켜는 순간 온라인 세상이 온통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주의 보이지 않는 무엇과 지구가 충돌하는 바람에 지구 자기장에 거대한 변화가 생겨 발생한 소음과 그 소음의 파동 에너지가 만들어 낸 진동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했다.
온 세상이 시끌시끌한 가운데, 한국의 각종 커뮤니티는 이 괴현상에 대한 이야기로 서버가 마비될 정도였다.
그 와중에도 범야권에서는 이 현상에 미리 대처하지 못한 MB 정부를 탓하고 있었고, 여당에서는 이 현상이 모두 DJ 정부부터 예측이 가능했던 문젠데 DJ는 대체 뭘하고 있었느냐며 반대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물 만난 교계에서는 이것이 모두 하나님이 내린 재앙이기 때문에 회계하라고 신나게 떠들고 있었고, 습관적으로 켠 TV에서는 방사능 드립과 함께 사태 이전에 잡아 올린 조기와 복어를 싸지 않은 값에 대량으로 팔아대고 있었다.
용케도 논의에서 빠진 노통.
평소 그 어떤 자연병 드립 ㅡ 광우병 파동, 돼지 콜레라, 조류 독감 등에 영향을 받지 않던 어머니가 이번만큼은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이라 안 되겠는지 어느 새 마트에서 복어와 조기를 사재기 해두셨다.
문제는 현재 주문량이 너무나도 많아 아무리 온라인 주문을 했더라도 물건 자체는 직접 와서 받아가야 한다는 것.
평소에 자전거라고는 절대 타지 않는 내가 자전거를 타고 마트로 출동했다.
밀려 터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한 나는 옆으로 살짝 쓰러지고 말았는데, 넘어지지 않겠다고 디뎠던 발이 하필이면 옆에 주차되어 있던 에쿠스 앞 범퍼를 밟으면서 결국 차에 1cm 가량의 덴트를 남기고 말았다.
하지만 혼잡한 인파 속에서 차주가 나를 발견할 가능성은 없었다.
조금 양심에 가책을 받긴 했지만 일단 상황이 상황인 만큼 빨리 생선을 받아 오는 것이 중요해 자리를 떴다.
서울 시내의 대형 마트가 수산 시장이라도 된 듯 마트에서는 거대한 규모의 생선 상륙 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가까스로 내 몫의 고기를 챙겨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아침으로는 북어국을 먹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날 깨웠고 나는 아침으로 김치국을 먹었다.
잠에서 깬 시각은 7시 38분쯤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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