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저만 놓고 보면 상당히 준수한 SF 영화계의 언더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젠 과거형으로 말해야만 하는 흥행 성적을 놓고 봤을 때 진정한 언더독이 되기엔 한 끗에서 두 끗 정도가 모자라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소재의 신선함에서 최상급을 자랑하는 《인 타임》이 주류 SF 영화가 되는 데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너무"라는 단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 "너무"라는 말이 아쉽지 않을 정도로 "너무" 빠른 전개를 구사하고 있기 때문.
러닝 타임을 조금 늘리는 악수를 써서라도 진행에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관객들에게 그 신선한 소재의 생소함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줬더라면 아마 이 영화의 평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나아졌을 것이다.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원래의 금발보다는 저런 색의 머리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http://kennethauthor.com/2012/08/05/let-me-spoil-that-for-you-in-time
고난이나 갈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너무" 쉬운 시나리오 또한 아쉬울 따름.
초반부터 계속되는 무난함이 관객들에게 강한 관성을 유발하기 떄문인지 그 뒤로 등장하는 박진감 넘치게끔 만들어진 것이라고 추정되는 장면에서조차 긴장감이 전부 실종되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관점에서 영화의 시나리오가 "너무" 단순한 모델링을 채택한 것이 아닌지 나 같은 경제 문외한마저 의심을 품게 만든다.
부자들의 돈을 훔쳐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작위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과연 부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다소 가혹한 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인 타임》이 SF 영화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소재를 가졌음에도 고작 이 정도의 아웃풋밖에 뽑아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에서 비롯한 것이니 절대적으로 혹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채줬으면 좋겠다.
자신의 흥행성을 꾸준히 증명하고 있는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영 작품 선택에는 재능이 없는 것 같은 아만다 사이프리드도, 84년생임에도 불구하고 81년생 저스틴의 어머니 역할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올리비아 와일드도, 그리고 그 외의 모든 조연, 단역 배우들까지 자칫 어설프기 짝이 없을 수 있는 가상 사회에서의 연기를, 눈에 띄지는 않지만 눈에 튀지 않을 정도로 착실하게 소화했다.
기타 영화 제작 전반에 참여한 사람들의 진지함에 대해선 더 이상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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