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아니면 중학교 언젠가 EBS에서 중반부부터 봤던 영화가 문득 떠올라서 감상했다. 어린 내가 봤을 때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었던 해학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음에도 마냥 가볍고 시시껄렁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로버트 드 니로, 숀 펜, 데미 무어라는 무시무시한 주연 라인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이보다 더 능구렁이 같을 수 없는 미소와 표정은 익히 알려져 있는 그의 장기요, 뚜렷하게 추구하는 목표는 있으나 실천에 있어 어리숙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코미디를 위해 태어난 캐릭터를 그보다 더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ㅡ 아마 팔할의 이유가 《아이 엠 샘》이겠지 ㅡ 중장년의 바보를 연기하기에 최적화된 표정과 말투를 가진 숀 펜의 연기 역시 로버트 드 니로의 그것에 모자라지 않는다.
두 쟁쟁한 남배우 콤비에 비해 출연 분량은 적으나 누구보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캐스크 스트렝스 싱글 몰트 위스키의 깊은 애프터 테이스트 같은 여운을 남기는 배우는 데미 무어다. 특히나 영화의 흐름과 여러 모로 관련 없는 초반의 노출 장면은 《천사탈주》를 뭇남성들의 기억 속에서 쉽게 지우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동기 부여의 요소다. 여배우의 외모에 대해 이런 식으로 칭찬을 하는 일이 잘 없는 나지만 데미 무어는 이 영화에서 문자 그대로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캐릭터가 가진 고유한 백치미는 그녀가 뿜어내는 순백의 아우라와 어우러져 최고의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후후,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니 남자들이라면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없겠지.
http://www.tvtotty.net/tottyvids18-32/id47.htm
하지만 정말 왜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는 위 장면만 제외한다면 ㅡ 우리가 성인 여성의 젖가슴을 왜 보면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자 ㅡ 《천사탈주》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기에 충분한 영화다. 괜히 억지스럽게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흐름을 따라가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만큼 굴곡이 큰 영화도 아니고, 대단한 몰입력을 요하는 장면도 없다. 이를테면 코미디 영화는 이 정도로 만들어야 명화라는 기준점을 제시하는 영화랄까.
기승전데미무어로 포스트를 마친다. 별점 5개 만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이지와칭 웰메이드 코미디 영화다.
http://www.jsrpages.co.uk/fdmy.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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