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8일 목요일의 하루는 무언가 일과가 있는 사람들의 일상과 비슷하게 흘러갔을 것이다. 적당히 아침에 일어나 적당히 준비를 하고 적당히 일을 하면서 밥을 먹고 또 일을 하다가 퇴근하는 것. 그 날의 내게 조금 달랐던 점은 퇴근 후에 부지런히 움직여 광나루의 악스홀로 달려가 그토록 기다려왔던 프란츠 퍼디난드의 내한 공연을 보는 계획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소와는 달리 나는 다소 굼뜬 움직임을 보였고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6호선 열차를 타기 위해 신용산에서 삼각지까지 달려가야만 했다. 정말 오랜만에 목적 의식을 가지고 달리는 것이었는데 침이 줄줄 흐를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까지 달려 겨우 열차를 탈 수 있었다. 객실에서는 땀이 뻘뻘 나서 칭칭 감고 나왔던 목도리를 풀렀는데, 그래도 땀이 계속 나는 것 같아서 외투까지 벗어서 들고 있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공연장에 겨우 도착했더니 내 표를 들고 있는 친구가 늦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거의 강박적으로 공연이 시작하니 빨리 입장해달라고 외쳐대던 공연 관리팀의 고함에 거의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았으나 ㅡ 아니 당신들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챙겨주지 않아도 그 돈 내고 표 산 사람들은 알아서들 빨리 들어가려고 할 것 같단 말이다 ㅡ 꾹꾹 참고 친구를 기다렸다. 분명히 공연은 시작한 것 같았지만 친구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따뜻하지만은 않았던 11월 말의 날씨에서 15분 정도를 기다리고 나서야 ㅡ 땀이 식기 시작하니 체감 온도는 더욱 낮아진 느낌이었다 ㅡ 친구를 만나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앞에 한 곡 정도는 놓치고 들어갔다. 그런데 그 곡이 꼭 들어보고 싶었던 'No you girls'인 것은 공연이 다 끝나고 알게 되었다. 사실 공연 자체는 그렇게 대단히 인상이 깊었다거나 하진 않았다. 약 두 달이 지난 지금 더 잘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공연 전후의 에피소드이니 말이다.
확실한 것은 아무래도 짬밥이 있다 보니 공연을 이끌어나가는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다는 점, 눈에 띄는 실수는 있을 리 만무하고 무대 매너나 곡 구성도 어설프지가 않고 짜임새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더랬다. 애초에 신보의 트랙 스타일을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내 입장에선 대단히 훌륭한 공연을 봤다기보다는 그냥 내 삶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를 체크했다는 기분 정도였다.
공연이 끝나고는 이미 입장해 있던 다른 친구와 함께 셋이서 낙원상가 앞 포장마차에 가서 가볍게 술을 한잔 먹었다. 그리고서는 계동 근처에 있는 단골 술집에 가서 기타 고수들에게 잼을 처발리고는 하루를 마감했다. 요새는 그 기타 고수들 중 한 명에게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더 이상의 처발림은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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