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꾸이에서 온 소년》으로 시작되는 4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면서, 평단에서 대단한 찬사를 받았다는 허우 샤오시엔의 《연연풍진》은 아마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내게 큰 잔향을 남기지 못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생각보다는 이 영화의 감성이 어필할 수 있는 대상군이 그렇게 넓지는 않은 것 같다. 철저하게 도시 인간으로 자라온 80년대 후반 생인 나에게 ㅡ 심지어 나는 여전히 불안한 영혼을 가진, 동시에 자신만의 완벽한 세계에 둘러쌓여 빠져나올 수 없는, 그러면서 내 시야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것들에 회의 섞인 동정을 보내는 그런 거지 같은 20대 후반의 사내인 것이다 ㅡ 영화가 전제로 하는 인간 본연의 감성이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영화의 디테일에 대한 이해나 등장 인물에 대한 감성적 동조가 떨어진다.
사실 이 문제에는 감독이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방식 또한 조금 책임이 있다. 영화가 등장인물들을 그리는 방식은 매우 관조적이다. 과거나 미래 이야기에 대한 단서를 줄 만한 이야기조차 없다. 드라마틱한 사건으로 몰입도를 높이는 일도 없다. 지극히 평범한 시각으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바라본다. 비단 블록버스터 류의 기계적인 스릴에 익숙해져 있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취향에 따라서는 충분히 심심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가뜩이나 내용적으로 영화에 빠져들기 힘든 내게 형식적인 면까지 도움을 주지 않으니 영화를 감상하기가 꽤나 지루했던 게 사실이다.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이 영화의 장점은 뛰어난 로케이션이다. http://www.city.fukuoka.lg.jp/fu-a/ko/film_archives/detail/382.html
그럼에도 영화는 훌륭한 편이다. 무엇보다 로케이션이 내 맘에 이보다 더 들 수는 없는 형태였고 인물에 대한 묘사는 심심했으나 촬영 기법 하나는 긴장을 내려놓을 수 없는 롱테이크의 연속이었다. 나의 지난 기억들의 생생한 정도가 조금 빠져서 색도 좀 바래고 냄새도 덜 나고 그래서 그 때가 한여름의 밤이었는지 한겨울의 아침이었는지 살짝 헷갈리는 그런 나이가 되었을 때 다시 보면 분명히 이 영화에 아낌없이 박수를 쳐줄 수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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