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inelli

| 2014. 2. 17. 03:38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영화 좀 본다고 하는 사람들은 많이들 봤을 영화 《파리넬리》다. 주인공 파리넬리의 정체, 카스트라토라는 위험할 만큼 흥미로운 주제 때문에 학창시절 음악 선생님이 겨울 즈음에 보여줬을 법도 한 영화이기도 하겠다.

영화로서의 《파리넬리》 이야기를 하자면 우선 음악 하나만으로도 대단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영화를 보던 때에 적당한 취기가 올라 있었기 때문이라는 개인적 이유를 들 수도 있겠지만 《파리넬리》의 음악이 주는 감동은 한낱 취기가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파리넬리》라는 제목을 참고했을 때, 오히려 영화는 한 사람의 인생을 조망한다기보다는 그저 그의 인생에 단편적인 사건들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집중을 했다는 점엔 조금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다. 관객들은 이야기 자체에 집중을 하기보다 극 중 파리넬리의 소름 돋는 목소리를 듣고 싶게 되기 때문에 장면과 장면 사이의 유기성이 상당히 떨어지고 오히려 파리넬리라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하지 않는" 장면들에 쉽게 지루함을 느끼게끔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해서 이야기하면 영화는 그저 조각조각들에 불과한 음악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이미 대단한 영화의 경지에 올라 있다. 라는 개인적인 평이다.

파리넬리를 비롯해 카스트라토라는 주제 전반에 관심이 있어 인터넷 검색을 조금 해보았다. 아래부터는 그렇게 찾아 얻은 결과들의 조악한 집합체다.

1. 파리넬리는 실존 인물로 오페라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가수 ㅡ 카스트라토라는 범주를 넘어서 ㅡ 중의 하나라고.

2. 영화 속 파리넬리의 노래는 한 곡을 제외하곤, 이름을 어떻게 읽는지 모르겠는 폴란드 출신의 소프라노[각주:1]와 미국 출신의 흑인 카운터테너[각주:2]의 목소리를 조합해서 만들어낸 목소리라고 한다. 당연히 일상적인 말은 원래 주연 배우인 스테파노 디오니시의 것이고.

3. 여러모로 영화의 인물 관계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각색된 부분이 많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음악의 어머니 헨델이 어느 정도 악의 캐릭터를 가지게 된 것이나 그(또는 그녀)의 형(또는 오빠)가 사실은 파리넬리의 음악적 커리어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인물임에도 굉장히 주목을 받은 것이나 다 구라뽕이라고 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

4. 카스트라토의 실제 목소리가 굉장히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당연히 우리의 인터넷은 흥미로운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위키피디아 링크를 타고 가면 마지막으로 존재해던 카스트라토라는 알레산드로 모레스키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아무래도 말년에 녹음된 목소리라 그런지 전반적으로 음정이 불안하며 감정 전달도 벅차보이긴 하나 이런 거 한 번쯤 꼭 들어보고 싶은 사람 ㅡ 나 포함 ㅡ 이 있을 것 같아서.

http://pann.news.nate.com/info/251382403

정리하는 의미에서, 따지고 보면 애초에 카스트라토라는 소재를 두고 성 정체성과 관련된 이야기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조금은 무리 있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싶긴 하다. 어찌되었든 (아마도) 자신의 선택이었을 것이고 우연한 일도 아니었으며 지극히도 후천적인 일이기 때문에 애초에 영화가 처음에 의도했던 것만큼의 감정선이 잘 살지 않았다는 느낌적 느낌.

  1. Ewa Malas-Godlewska라고 한다. [본문으로]
  2. Derek Lee Ragin이라고 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