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중앙일보 사회란에 실린 기사는 제목에서부터 어떤 의도가 다분하게 드러난다. "'착한 민박'이 변종호텔로 …'에어비앤비' 논란".
기사를 보면, 기본적으로 "변종"이나 "변질" 같은 가치 편향적인 단어가 이유없이 등장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흐름을 보면 대충 이렇다. 에어비앤비가 무엇인지 모를 꼰대들을 위한 간단한 소개, 갑자기 돈 이야기, 그러다가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영역에 놓여 있다며 위생과 안전 문제, 그리고 탈세 의혹(?)을 제기한다. 에어비앤비의 세계적인 시장 규모, 그리고 요새 우리나라에서의 트렌드를 언급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왜냐하면 사람들이란 자기랑은 별로 상관 없는 일일지라도 남 잘 되는 꼴은 잘 못보니까 말이다.
왜 중앙일보에선 이런 기사를 썼을까? 원인을 몇 가지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숙박업체의 사주를 받았다. 둘째는 기관이다. 그것도 아니면 기자 본인이 나서서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거나. 기사에 보면 지난 12일 에어비앤비의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되어 있는데 그 날 머물렀던 집이 맘에 안 들었을 수도 있겠다. 그만 비아냥거리고 기사의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보자.
우선 에어비앤비가 대충 어떤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서비스인지, 최근의 공유경제라는 트렌드와는 어떻게 맞아떨어지는 사업인지, 과거는 어땠고 현재는 어떤 상황이며 미래에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위 영상을 살짝 감상해보자. 세계적인 변종호텔의 기술대표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를 섭외해 촬영한 KBS의 프로그램이다. 초반에 나오는 이 교수 ㅡ 라고 쓰고 방송인이라고 읽어도 무방 ㅡ 의 이야기는 그다지 영양가가 없으므로 초반 몇 분은 대충 넘겨도 된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 있게 얘기하냐고? 내가 직접 가서 봤던 방송이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서비스의 핵심 개념은 노는 자원의 공유다. 놀고 있는 집이 있으면 그곳에 머물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돈을 받고 빌려주는 것이다. 결국 에어비앤비의 거래 대상은 누군가는 살았던, 또는 살고 있는 공간이다. 그런 공간에 방염처리가 되지 않은 커튼이 달려 있다고 해서 문제를 삼을 것이라면 ㅡ 기사 중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에어비앤비 객실"이라는 표현이 어떤 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것인지 도저히 생각해낼 수도 없긴 하지만! ㅡ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가정집의 커튼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방염처리도 안 되는 커튼을 가정집에 달 수 있게 허락할 수 있는가. 기왕에 커튼 검사를 하면서 위생도 점검했으면 좋겠다. 국민들의 건강이 이토록 중요한데 나라에서는 이런 것들을 제도권 아래 두지 않고 무얼 하고 있나.
물론 기사에서 문제 삼고 있는 대상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가정집과는 거리가 있다.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는 순수하게 임대업만을 위해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활용하는 이른바 업자들, 그리고 그 업자들이 사실상 숙박업과 다를 바 없게 운영하고 있는 객실들의 문제다. 분명히 존재하는 문제고 개선되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서비스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보다는, 서비스의 악성 사용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안타깝게도, 에어비앤비는 원래 그런 서비스기 때문이다. 원래 그런 서비스기 때문에 매력적이고, 매력적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공유경제라는 개념을 이끌어나가는 것이다.
기사 후반부에 해외에서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소개된 두 가지 방법 모두 에어비앤비를 "변종"호텔로 "변질"된 서비스라 생각하고 접근했다고 보기 힘들다. 그저 왜 기자가 이 사안에 별로 건설적이지도 못하고 회의적이기만 한 시각으로 접근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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