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Soundsystem <Sound Of Silver>

| 2011. 12. 26. 01:50


긴 말 필요없다.
LCD 사운드시스템의 2집 'Sound Of Silver'는 댄서블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봐야 할 앨범이다.
요새 유행하는 일렉트로 락을 즐겨 듣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 앨범을 들어야 한다.
뮤즈, 콜드플레이, 킨, 스타세일러 류의 브리티쉬 락 밴드들의 대부가 라디오헤드인 것처럼, LCD 사운드시스템의 'Sound Of Silver' 앨범은 2010년을 전후로 나타난 대부분의 일렉트로 락의 대부이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듣다보면 다소 지루함을 느끼곤 했던 1집과는 영 딴 판이다.
음악적 스타일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2번 트랙 'Time to get away'는 간소화된 'Daft Punk is playing at my house'이고, 8분 32초에 달하는 'Us v Them'은 1집의 'Yeah'의 판박이다.
여전히 제임스 머피 특유의 익살은 풍부하다.
음악을 채우는 사운드가 전반적으로 풍성해지긴 했지만 그 근본을 이루는 구성소의 성질은 그대로다.
하지만, 'Sound Of Silver'는 듣다보면 지루해지는 앨범이 아니다.
오히려 들으면 들을 수록 계속 듣고 싶어지는 그런 블랙홀의 마력을 가진 앨범이다.

블랙홀은 모든 것을 끌어 당긴다.


첫 트랙 'Get innocuous!'은 정석적인 LCD 사운드시스템 스타일의 곡이다.
기본 비트를 시작으로 차차 다른 파트가 차곡차곡 쌓이고, 그 각각의 파트가 내는 고유의 진동이 상호 조합하여 놀라운 시너지를 내고는, 서서히 분위기를 다운시켜 끝을 맺는 트랙.
아웃트로 부분의 기묘한 현악 세션은 자칫 싸구려 떨이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이 곡에 왠지 모르게 고품격의 도장을 찍어준다.
이어지는 'Time to get away'는 토킹 헤즈 스타일의 뉴 웨이브풍의 곡으로 빈티지한 소리를 내는 악기를 사용해 복고의 느낌을 한 껏 뽐낸다.
이 앨범의 첫 싱글로 발표되었던 3번 트랙 'North American scum'은 그 가사를 통해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이지만 도무지 무슨 말인지는 알 수가 없는 답답한 트랙이다.
'Someone great'는 꼭 글렌 체크를 연상시키는 소리로 시작하는데 곡의 전개는 글렌 체크의 음악이 좀 더 격한 움직임의 춤을 불러 오게끔 신이 나는 것에 비해 LCD 사운드시스템의 트랙은 차분한 편이다.

5번 트랙 'All my friends'는 완전히 캐멀식의 프로그레시브한 인트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내 빠른 16비트의 드럼이 빈 자리를 치고 들어오면서 제임스 머피의 색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기본적인 구성은 'Get innocuous!'와 마찬가지로 다른 소리가 하나 둘 쌓이고 그것들이 변주하며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키다가 일시에 빵 하고 끝나는 식이다.
앨범에서 가장 긴 트랙(8분 32초) 'Us v Them'은 카우 벨의 활약이 빛나며, 앨범에서 가장 짧은 트랙(3분 57초) 'Watch the  tapes'는 포스트 펑크적 색채가 짙은 트랙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 트랙을 'Daft Punk is playing at my house'의 후계자로 봐도 되겠다.

여기까지가 7번 트랙.
이제 이 앨범에서 가장 흥미로운 두 트랙이 남았다.

초기 훵크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남자들의 그루브 넘치는 합창으로 시작하는 'Sound of silver'.
"사운드 오브 실버는 너가 10대의 느낌을 기억해내기 전까지 그 10대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어지게 한다. 그리고 넌 다시 그 생각을 반복한다."라는 개똥만큼의 의미도 없는 가사를 무한반복하며 단조롭게 흘러간다.
그렇게 천편일률적으로 흘러갈 것만 같았던 곡은 2분이 다 되어가면서 분위기를 극적으로 변화한다.
계속 곡이 흘러감에 따라 분위기는 점점 우주 어딘가로 날아가고 4분이 넘어가면서 다시 한 번 분위기를 바꾼다.
화려해진 베이스 라인이 그루브함을 돋게 하고 여러 가지 변주를 시도하다가 깔끔한 마무리.

마지막 트랙 'New York, I love you but you're bringing me down'은 도저히 유튜브 클립을 퍼오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다.
감동이 물씬 느껴지는 뉴욕 쿨가이의 눈물 젖은 상념을 마지막으로 하며 평을 마친다.
트랙에 대한 세세한 평은 이 곡을 들을 독자 개개인의 몫으로 남겨둔다.

앨범 한 번만 더 쓱 듣고 자야지.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Bad Company - Rock steady  (0) 2011.12.29
목로주점 하  (3) 2011.12.28
이승열 <이날, 이때, 이즈음에...>  (0) 2011.12.28
네이버 음악 이 주의 발견 - 국내 앨범 12월 둘째 주 40자평  (0) 2011.12.27
Buried  (0) 2011.12.27
김건모 - 서울의 달  (0) 2011.12.26
Interpol <Our Love To Admire>  (0) 2011.12.25
오랜만에 CD 구매  (0) 2011.12.25
악마를 보았다  (0) 2011.12.25
KMFDM <What Do You Know, Deutschland?>  (0) 2011.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