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열 <이날, 이때, 이즈음에...>

| 2011. 12. 28. 16:43

유앤미블루의 실패 이후, 이승열은 6년만에 자신의 솔로 앨범을 들고 다시 음악계로 복귀했다.


나는 이승열의 1집을 들으면서 두 가지에 주안점을 두었다.
하나는, 내가 이승열의 음악이 어떠냐고 물어봤던 지인이 말해준 것으로, 소리를 어떻게 집어넣는지에 관한 것이고, 둘은 이승열의 주특기이자 내가 그나마 가장 잘 연주할 줄 아는 기타의 소리에 관한 것이다.

이승열의 음악은 빈 틈이 없다.
그의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는 꼭 묵직한 바위 덩어리 같아서 멀리서 보기에는 꼭 가까이서 보면 빈 틈이 송송 있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막상 다가서서 보면 그 바위의 사이를 자그마한 조약돌이 치밀하게 채우고 있는 느낌이다.
소리와 소리 사이의 간극이 거의 없다.
이를 두고 그가 곡을 쓸 때 매우 심사숙고하여 여러 번의 퇴고를 거친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데 그가 빈 공간을 채워넣는 방식을 살펴보면 절대 즉흥적으로나 무작위적으로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밀하게 계산된 소리들.
그러면서도 너무 작위적이지도 않으며 어느 적정 정도를 넘어선 부담스러움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의 중반부에 들어간 깊은 신디 솔로는 노골적인 예, '분 (憤)'에서 브릿지에서 기타가, 코러스에서 신디가 가세하는 부분이나, 'Secret'과 '5AM' 전반에 걸쳐 있는 다양한 소리의 향연은 조금 더 간접적인 예가 되겠다.

이런 식의 분석에서 벗어나는 트랙은 딱 하나, '기다림'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트랙에서는 피아노 소리와 이승열의 노래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 있는 것은 '기다림'에선 다른 악기의 사용이 배제된 만큼, 사운드에 대한 그의 세심한 배려가 줄어든 만큼 그의 목소리가 내뿜는 매력이 최고조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승열만의 송라이팅도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트랙이 아닌가 싶다.

http://kest114.blog.me/80136532617


기타 소리로 화제를 넘겨보자.
처음으로 앨범과 동명의 트랙 '이날, 이때, 이즈음에...'를 처음 들었을 때 초기 라디오헤드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기타를 듣고는 가슴이 뛰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락 기타, 락 드럼, 락 베이스, 락 보컬 등 정말 락의 요소만 가득 가득 모아 담은 트랙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의 기타는 변화무쌍하다.
그루브감이 충만한 'Mo better blues'에서는 산타나 스타일의 솔로를 구사하기도 하고, 'My 발라드'에서는 클리셰와 매너리즘에  빠진 에릭 클랩튼이 느껴지기도 한다.
2번 트랙 '다행-믿어지니?'에서는 존 메이어가 라이브에서 많이 쓰는 오브리가 들리는데 여러가지 정황을 고려했을 때 이 경우엔 이승열이 존 메이어의 스타일을 답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냥 우연의 일치로 성향이 비슷한 솔로가 나왔다고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설명인 듯.

내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라 하는 트랙은 '내 안에 따스한'이다.[각주:1]
이승열의 기타, 그의 사운드 메이킹, 그리고 그의 노래가 마치 바이오 리듬의 그래프처럼 서로 떠오르고 지는 주기가 오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특성을 골고루 느낄 수 있는 트랙이다.

아무래도 2011년 내 음악 세계의 가장 큰 발전은 이승열이라는 아티스트를 알게 된 것이리라.
  1. 아쉽게도 유튜브 클립이 없다. 알아서 잘 들어보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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