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ried

| 2011. 12. 27. 21:36

나의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에 이 영화가 적혀 있는 위치를 보면 보고 싶다고 마음 먹은 지 1년은 족히 넘었을 영화다.
그 당시에는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상당히 컸지만,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호기심은 거의 하한가가 되었다.
그래도 그 순수했던 열정을 잊지 않기 위해 영화를 보기로 마음 먹었다.

굉장히 고립된 공간에 갇히게 된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127시간'과 비슷한 느낌을 낸다.
다만 '베리드'가 공간의 제약이 훨씬 더 극심하고 외부와의 소통성은 훨씬 더 낫다는 것이 차이랄까.
'베리드'가 내 기대에 엄청나게 못 미치는 영화였고, '127시간'은 내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점도 차이라면 차이겠다.

http://screenville.blogspot.com/2011/01/cost-control-fail.html


엄청난 긴장감을 주는 오프닝 ㅡ 솔직히 말하면, 그 뒤로 이어지는 영화의 스토리를 보나 스케일을 보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 같다 ㅡ 이 지나면서 등장하는 관 속 공간, 그것이 이 영화의 배경 전부다.
관 속의 라이언 레이놀즈는 스칼렛 조핸슨과의 이혼에 대한 분노를 ㅡ 영화를 찍을 당시에는 부부로 잘 지내고 있었겠지만 ㅡ 유감없이 표현하며 관객들을 그와 같은 공간 안에서 호흡하게끔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영화에는 도무지가 긴장감이라는 것이 없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연기는 준수하다는 평을 줄 수는 있어도 관객을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는 게 나의 의견.
침착해야 살 수 있는 상황에서 비상식적으로 침착하지 못한 콘로이의 모습에 공감이 되지 않는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스릴러가 스릴을 주는 것에 실패했다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라도 전달해야 본전을 치게 되는데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스릴을 주는 것이 실패하지 않으리라고 믿고 쓴 시나리오에서 그런 메시지를 찾는 것은 아무래도 비합리적이다.
그래도 굳이 이 영화를 깎아내리기 위한 나의 의견을 고집하여 뭔가를 찾아보고자 한다면 몇 가지 흠 거리를 집어낼 수 있다.
'비상 대책 위원회'를 떠올리게 하는 비효율적인 계층구조의 일 처리를 풍자했다든지, 극에 치달은 미국식 개인주의를 폭로했다든지, 단순히 미국이 만들어낸 이라크의 비극적인 상황을 르포로 담아냈다든지, 반대로 이라크 테러리스트들의 잔인함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든지 하는 것들인데 대충 읽어보면 알겠지만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저런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소설이다.
결말도 뭐 나름 시니시즘을 표현하려고 한 것 같은데 그닥 그 결과가 신통하진 않았다.

결국 '베리드'는 스릴러라는 이름표를 내건 하나의 실험적 시도로서의 가치만 존재하는 영화라고 본다.
그 이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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