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오늘의 뮤직 네티즌 선정위원단이 되다

| 2011. 6. 17. 19:41

언제인지 잘 기억도 안 나는 걸 보니 최소한 3주는 흐른 것 같다.
3주 전쯤이라고 추정되는 그 언젠가 지인으로부터 네이버에서 2011 네티즌 선정위원단 모집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알려준 소식이었지만 왠지 그의 의도가 나보고 한 번 지원해보라는 것처럼 읽혔기 때문에 관심있게 관련 정보를 읽어보았다.

지원 방법은 간단했다.
기본적인 자기 소개서와 앨범 리뷰 2개를 작성하는 것.
자기 소개서는 대충 끄적이면 되겠다 싶어서 리뷰의 대상으로 올라온 앨범들이나 살펴보자 했는데 이럴 수가 눈이 띠용.

띠용!


두 번째 그룹에 내가 입이 닳도록 혀가 닳도록 칭찬하던 자미로콰이의 신보 'Rock Dust Light Star'가 있는 것이다!
'오오미, 자미로콰이라면 한결 성님이 갑이었제'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이 앨범 하나만 보고 이 공모에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역시 나 같은 음악 초보에게 그 뒤로 펼쳐지는 길은 험난함의 연속이었다.

처음으로 맞닥뜨린 관문은 도무지 첫 번째 그룹에서 어떤 앨범을 골라야 할 지 감이 오질 않았다는 것.[각주:1]
감이 오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없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첫 그룹에 속한 앨범의 아티스트들 자체가 흔히 '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장르의 아티스트들 뿐이었고, 보통 그런 음악을 잘 듣지 않는 나로서는 그야말로 옆구리를 푹 찔린 것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은 그나마 내가 여태까지 조금 들어봤던 아티스트의 앨범을 찾는 것.
그래서 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에이브릴 라빈을 골랐다.
그나마 나의 6번째 밴드의 선곡을 위해 그녀의 1집과 2집 앨범을 들었다는 경험을 기반으로 한 선택이었다.

자, 그럼 준비는 끝났다.
먼저 작업할 글은 제일 무난한 자기 소개서로 정했다.
이름, 성별, 나이 등 다들 괜찮았다.
오히려 음악을 평하는 것은 그 평을 하는 사람의 취향 문제가 가장 많이 관여하는 법인데 그 평하는 사람에 대해 이렇게 적은 정보를 가지고 무엇을 판단할 수 있을지 의심이 될만큼 항목이 쉬웠다.
자기 소개와 지원 동기 같은 부분은 어차피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거 그냥 허세나 잔뜩 부려보자 싶어서 거만거만열매를 5개 정도 먹고 글을 써내려갔다.
뽑아볼테면 뽑아보라는 식이었다.
처음으로 음악을 접했던 시기와 그 곡에 대해서 쓸 때도, 관심 있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음악 장르를 쓸 때도, 이 주의 앨범 선정 시 기준으로 삼고 싶은 것과 그 이유를 쓸 때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기존에 유지하던 그 자신감 과도의 모습과 현학적인 태도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뜬금없이 두 번째 문제에 봉착.

국내의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2명이나 써야 한다는 것!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이유는 수많은 목록 중에 고작 두 팀을 뽑아야 한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 국내의 아티스트 중에 그렇게 관심을 가져본 아티스트가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전문성을 보일 필요가 있는 글을 쓸 때 도무지 누구를 골라야 할 지 감이 안 왔기 때문이었다.
여러 후보들이 떠올랐지만 고심 끝에 '못'과 '국카스텐'을 골랐다.
그래도 그 등장부터 꾸준히 지켜봤던 사람들이고 무엇보다 오디오를 틀어둔 환경에서 글 작업을 할 수 있게 음반을 가지고 있던 아티스트들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고비라고 생각했으나 바로 다음 란에서 최종 보스가 나타났다.

드래곤볼의 끝판 보스, 마인부우의 인자한 미소가 연상되는 그녀.


최근 관심이 가는 '신인' 아티스트로 국내 한 팀, 국외 한 팀을 골라서 글을 쓰라니!
영화도 그렇고 책도 그렇지만 나는 음악이라는 분야에서 특별히 절대 '신인'의 음악을 찾아듣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못과 국카스텐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 그들이 신인일 무렵 접할 수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저 두 팀이 유일할 정도로 나는 신인 아티스트에 관심이 없다.
이 세상에 얼마나 들을 음악이 많은데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인들의 음악을 들으며 나의 마음의 드는 것과 들지 않는 것을 구분하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랴.
멍하게 나의 CD들을 바라보다가 의외로 국내의 신인 아티스트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바로바로 '검정치마'가 나의 선택.
일요일에 태어나 이름이 휴일이 된 '조휴일'의 음악은 예전부터 좋아하고 있었고 공연에도 한 곡 올려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뭔가 떠들어댈 말도 적지 않은 편이었다.
신인 해외 아티스트에 대해 많은 인터넷 검색을 했다.
데뷔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사람들일지라도 나만의 개똥철학을 펼쳐[각주:2] 신인이라고 우길 준비까지 되어있었으므로 많은 장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린 신인 밴드, 신인 싱어송라이터를 많이 찾을 수 있었다.
두 이름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였다.
'티아고 요르크'와 '브루노 마스'.
주요 곡을 들어보니 둘 다 느낌이 괜찮았다.
더 들어보다가 호감이 가는 쪽으로 골라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일단 보류.

이제 진짜 중요한 앨범에 대한 평을 쓸 차례가 되었다.
아니 근데 이게 뭐야.
내가 제법 괜찮은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브루노 마스의 데뷔 앨범이 내가 울며 겨자먹기로 에이브릴 라빈을 골랐던 그 첫 번째 그룹에 떡 하니 올라가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모든 문제가 다 풀렸다.
상당히 진기가 빠지는 작업이었지만 나는 기간 내에 무사히 글을 마쳤고 담당자 메일로 자기 소개서와 리뷰를 보냈다.
처음 메일을 보낼 때 제목에 오타가 나서 빨리 발송 취소를 하고는 다시 보냈다.
정성을 들인 작업이었기 때문에 사소한 실수도 없애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지난 주 금요일이 발표인줄 알았는데 하루가 다 가도록 메일이 없길래 역시 무리였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글을 썼다는 사실을 빨리 잊었다.
그런데 오늘 메일을 확인해보니 또 띠용!

띠용!!


내가 되었단다.

카투사 합격 문자가 왔을 때부터 생긴 의심병은 오늘도 마찬가지로 도졌다. 나는 네이버에 올라온 공지사항을 보고서야 확신했다.


이메일 알파벳순 정렬도 아니고 지원자 이름순 정렬도 아니면 내가 선발 결과 1등이라는 뜻인가?
단순히 내가 뽑힌 사람들 중에 가장 먼저 메일을 보냈다는 뜻이겠지.

어쨌든 나는 꽤나 얼떨결에 1년간 간간히 의무감을 가지고 글을 쓰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혹시나 내가 쓴 글이 네이버에 올라오게 되면 참 기쁜 일이므로 다시 블로그에 올릴 예정.

네이버에 보냈던 앨범 리뷰는 조만간 글의 내용을 조금 손보고 블로그에 포스팅할 계획이다.[각주:3]
당사자는 왠지 기억하지 못할 것 같지만, 만약 이거에 뽑힌다면 내가 쓴 자기 소개서를 블로그에 올리겠다는 누군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문을 아래에 공개한다.
나는 다시 읽을 자신이 없다.
쓱 보고 태그가 될만한 것만 뽑아 태그 등록만 시켰다.
제출했던 원본에서 달라진 것은 1도 없다는 뜻이다.

  1. 정해진 리스트 중에 두 앨범의 리뷰를 쓰는 것이 미션이었는데 아무 앨범이나 떡떡 집을 수는 없었다. 각각 12개의 앨범이 포함된 2개의 그룹에서 하나씩 앨범을 뽑아야만 했다. [본문으로]
  2. 발매한 정식 앨범이 하나라면 모두 신인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이 골자다. [본문으로]
  3. 최종 제출을 하기 전에 한 번 검토를 하리라고 마음을 먹었으나 에너지가 바닥이 되어서 그냥 보내버렸다. 그래서 지금 다시 읽어보면 손발이 퇴갤할지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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