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toon

| 2012. 9. 18. 08:03

잘 만든 영화이긴 하나 모든 면에서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의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 총평.
플래툰, 우리 말로 돌리면 소대라고 하는 한 작은 집단의 단위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모습을 약간은 소심하나 명민한 두뇌를 가진 주인공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영화의 주요 컨셉이라든지,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거나 전쟁은 적과의 싸움이라기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적은 우리 안에 있었다"와 같은 짧으면서도 강한 문구를 제시하는 거라든지, 전중반부까지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전장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나 인물들의 개인적인 배경을 다루는 모습이라든지, 후반부의 가장 치열한 전투를 마치고 난 뒤 뭔가 후련하지만 뒤끝이 남는 듯한 인상의 엔딩이나, 전투라는 인간의 가장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아이러니하게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 같은 것들, 짧게 줄여 말하면 영화 《플래툰》의 뛰어난 점이라고 들 수 있는 대부분의 요소들은 이미 숱한 전쟁 영화를 보고 자란 21세기의 힙스터들에겐 진부함의 집대성이라고 보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란 세대들에게 《플래툰》이라는 전쟁 영화의 훌륭함이란 어쩔 수 없이 빛이 바랜 무언가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스탠리 큐브릭 빠로서 바라 보기엔 이보다 1년 뒤에 개봉한 《풀 메탈 자켓》이 이보다는 더 흥미로운 영화라는 생각이며, 《하얀 전쟁》의 열렬한 팬으로서 보기에도 《하얀 전쟁》의 플롯이 《플래툰》의 그것보다는 더 생생하게 와닿는다는 평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플래툰》은 ㅡ 과연 내가 위에 열거한 요소들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영화가 《플래툰》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ㅡ 요즘의 관객들에겐 진부하다고 느껴질 만한 모든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뛰어 넘는 합을 만들어냈다.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요소들이라고는 하지만 그 짜임이 치밀하여, 그냥 그럴싸한 것들만 이리저리 모아놓고는 좋은 영화인 척 떠들어대는 그렇고 그런 영화들과는 이미 그 클라스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명장면 중에 역시나 머리에 깊게 남는 장면은 엘리아스 중사의 최후가 아닐까.
생사의 문턱에서 결국 베트민들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하고 하늘을 향해 팔을 뻗으면서 쓰러지고 마는 그 장면 ㅡ 여기서 미군 대 베트민의 관계를 선악 관계로 규정하고 마는 어리석은 판단은 삼가도록 하자 ㅡ 은 이념이나 피아의 관념을 초월한, 인류 본연의 어떤 숭고함을 자아내게 하는 무언가가 느껴지는 장면이다.
그 숭고함이라는 것이 궁금하다면 이 링크를 따라가보도록.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다. http://www.moviesonline.ca/2010/11/top-veterans-day-war-movies/platoon-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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