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음악 이 주의 발견 - 국내 앨범 8월 다섯째 주 40자평

네티즌 선정위원단 활동을 하면서 항상 느껴 왔던 것은 대중상 선정위원단의 점수가 "대중"의 코드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위원"으로서의 평가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으쌰 으쌰 해줘도 모자랄 여러 소중한 앨범들에 너무 박한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엄정한 평의 의의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고 또 박한 평을 받는 앨범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식의 합리화를 들이대면 어느 정도 수긍하고 넘어갈 정도는 됐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번 주의 평점은 너무 심했다.
신나는 섬의 앨범을 제외하면 모든 앨범의 평점이 5점을 넘지 못했다.
누가 보더라도 불필요한 엄격함이다.

대중상 선정위원단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신나는 섬의 앨범이 이 주의 발견으로 뽑혔다.

클라인 신(Klein Sin) 《The Beginning》
5점

40자평 : 기초가 탄탄한 건 알겠는데 영 기초밖에 없다.

요새는 후크후크한 느낌이 없는 노래가 잘 귀에 안 들어온다.
이 때의 후크란 후크(hook) 송의 그 후크가 아니라, 복싱에서의 훅(hook) 동작이 주는 그런 느낌으로, 매가리 있는 한 방 같은 느낌이 충만한 노래가 아니면 재미가 없어서 잘 안 듣게 된다는 말이다.
클라인 신이라는 사람의 커리어를 짧게 살펴 보면 분명히 내공이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고, 그가 만든 음악을 들어 보면 실제로도 그런 내공을 적잖이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훅감(感)이 없다.
그래서 조금 아쉬운 앨범.

매스티지(Masstige) 《The Gallows》
5점

40자평 : 랩을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도 애널로그한 반주 정도는 즐길 수 있다.

이 앨범이 내게 준 인상은 빈지노의 앨범이 내게 준 그것과 상당히 흡사했다.
다만 빈지노의 앨범이 애시드 하우스라는 수단을 사용했더라면, 매스티지의 앨범은 애널로그한, 또는 어쿠스틱하다고도 할 수 있는 노선을 채택했다.
결과적으로 40자평에 썼듯이, 랩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어느 정도 범용적으로 즐겨 들을 수 있는 앨범이 되었다.

박지원(Jiwon Park) 《The Rabbit》
8점

40자평 :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하는, 개개인의 장르 선호를 무시하는 기타 연주 앨범.

당연히 이 앨범이 이 주의 발견에 뽑히지 않을까 했던 나의 낙관적인 기대는 대중상 선정위의 가차 없는 평가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최근 한국 앨범에서 들어 본 기타 사운드 중에 가장 범용적이면서 깊이 있는 소리를 들려 준다.

김샛별 《운동(Exercise)》
7점

40자평 : 자칫 쓱 듣고 넘겨버리기 쉽지만 의외로 완성도가 높다.

최근 DIY 위주의 홈메이드 음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스튜디오가 갖춰지지 않으니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은데, 혼자서 띡띡 찍어 만드는 이와 같은 음악은 다수가 만들어내는 피드백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쉽게 만드는 음악, 쉽게 만들어진 음악이라는 감상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편견의 적절한 반례가 될 수 있는 신선하고 싱그러운 앨범, 《운동(Exercise)》

신나는 섬 《망원동로마니》
7점

40자평 : 대한민국 대중 음악 다원화의 정점.

대중상 선정위의 평점을 가지고 징징거렸던 이유가 신나는 섬의 앨범에 주어진 평점이 과도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사실.
좋은 앨범이다.

팬텀(Phantom) 《Phantom City》
3점

40자평 : 대체 이 정체성이라곤 없는 음악은 뭘까?

이미 나의 분명한 의견을 3점이라는 점수로 충분히 표현했으니 그 이상의 말은 아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