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n

| 2013. 3. 2. 00:04

포스터가 이게 뭐야. http://observer.com/2011/10/brooklyn-looters-try-to-recreate-the-town

꽤나 괜찮은 영화였는데 그 평을 글로 옮기자니 마땅히 할 말이 별로 없는 영화다. 등장 인물이 상당히 다양하게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평균보다 긴 러닝 타임을 가지고 있음에도 여타 2시간 남짓 되는 영화를 본 것과 체감상 별 차이를 못 느낄 만큼 이야기의 몰입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음악의 사용도 극도로 자제하면서 영화 특유의 무거우면서 진지한 분위기를 잘 살렸고 촬영 또한 흠 잡을 곳이 없었다. 특히 영화에 꾸준히 등장하는 자동차 씬은 그 내용과 형식적인 측면에서 모두 인상 깊은 편이었다.

정말 사소하지만 영화 《타운》에 불만이 있는 부분을 고르자면 이 영화의 마케팅 방식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봤던 모든 포스터와 예고편이 주 컨셉으로 잡고 있는 저 유명한 수녀 복장의 은행 강도는 사실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에서 어떤 한 단면을 대변하기엔 크게 모자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컨셉이 더더욱 나쁜 이유는 대다수의 잠재적 관객들에게 영화가 단순한 무장 강도 범죄 스릴러 영화라 착각하게 만들면서 정통 범죄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고, 범죄 스릴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이 영화를 볼 기회 자체를 박탈해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타운》이라는 영화를, 그 제목이 문자 그대로 의미하는 바로 해석하자면, "더 타운"이라 불리우는 하나의 지역적 바운더리에서 유래한 숙명적 관계를 그린 영화라고 보는 것이 영화를 보는 가장 타당한 관점이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하지만 저 수녀 강도 또는 강도 수녀는 영 센스 없는 선택 ㅡ 조금 더 정확히 하자면 관객들의 말초적 관심사만을 자극하고 알맹이라고는 전혀 없는 선택이다. 포스터 자체의 상업성은 조금 떨어지겠지만 "타운"의 전경을 찍은 사진이라든가 아니면 각 등장 인물들 간의 얽힌 인간 관계, 출신 성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 등을 포스터에 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벤 애플렉의 연출력이 이 정도로 뛰어나다면, 이미 아카데미에서 공인을 받은 《아르고》 역시 훌륭한 영화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올 여름이 오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하지만 《아르고》가 아무리 뛰어난 영화일지라도 《타운》이 그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영화일 리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타운》은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