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 2013. 2. 14. 10:44

주의. 전지현이 출연한 영화라면 그것이 심지어 《블러드》 같은 영화가 될지라도 어떻게든 칭찬을 할 수 있는 사람의 글이니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말 것. 그런 의미에서 포스트 시작도 전지현 사진으로.

http://www.nemopan.com/talkmoviefree/6854010/page/2

최근 한국 영화 중에 단연 최고 화제작이라고 꼽을 수 있는 작품인 만큼 훌륭한 리뷰들이 이미 온라인 세상에 널리고 널렸을 것이(라고 추정하므)로 나의 감상평을 온전하게 여기에 다 옮기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라고 써놓고 내가 영화를 보기 전에 읽었던 평들 중, 영화를 보고 나서 그나마 가장 나의 개인적인 평과 가깝게 느껴지는 평 하나를 링크해두고 룰루랄라 여유를 부리려고 했는데 도저히 그 링크를 찾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다지 중요한 에피소드는 아니므로 다시 나의 페이스에서 영화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아무래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영화의 스토리다. 내가 읽었던 그 평, 전체적으로 영화에 대한 강한 호(好)를 표현하는 그 평에서조차 영화 《베를린》의 내러티브가 관객에게 친절한 편이 아니라는 표현을 썼던 것 같다. 그리고 내 개인 페이스북 뉴스 피드에 뜨는 《베를린》의 짧은 평들 중 가장 빈번하게 등장했던 내용 역시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거나, 진행의 속도를 따라가기에 벅찼다는 이야기였다. 인정한다. 심지어 영화의 초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숙지하고 갔던 나 역시 ㅡ 절대 이것이 내 지성의 우월함을 과시하는 게 아닌 게, 이 영화를 본 사람 중에 최소한 이 정도의 성의라도 보인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지를 생각해보자 ㅡ 영화가 끝나고 나서 같이 영화를 봤던 사람과 조금 이야기를 맞춰봐야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베를린》의 전반적인 이야기 구조가 지탱되기 위해서 다소 복잡해 보이는 각 집단의 알력 관계는 불가피한 것임이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국정원, 북한에서 온 두 파벌의 파견원들, 이스라엘 정보국인 모사드, 아랍계 무기상까지, 각각의 집단이 이루고자 하는 바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류승범을 주축으로 한 세력이 이야기의 전반적인 흐름을 쥐고 흔들 수 있으며 나아가 영화 중간 중간에 벌어지는 소반전들이 지탱될 수 있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쉬운 스토리라인과 진부한 액션 영화의 한쪽 극단과 다소 복잡하면서 독특한 냄새를 내는 액션 영화의 다른 한쪽 극단에서 《베를린》은 후자에 좀 더 가까운 스탠스를 취했다는 말이다. 이런 영화의 일반론적인 특성을 무시한 채 무작정 영화의 이야기가 복잡해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으며 그러므로 영화의 재미가 반감되었다는 평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내가 애초에 작심하고 이 영화를 좋게 보려고 한다는 점을 잊어서도 안 되겠다.

그 다음으로 많이 접했던 평은 특정 고유명사를 들먹이며 ㅡ 그것이 감독의 이름이 되었든 어떤 한 시리즈의 영화 이름이 되었든 ㅡ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뉘앙스를 풍기던 것들인데, 그 중에 두 개만 간추리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첫째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냄새가 많이 났다는 의견에 대해선 거의 동의할 수 없고, 본 시리즈를 닮았다는 말에 대해선 본 시리즈가 21세기 액션 영화의 스타일에 있어서 매우 굵고 획기적인 한 획을 그었기 때문에 그 후로 나온 액션 영화들은 불가피하게 본 시리즈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그 외에 언급하고 싶은 점을 단타로 끊어보면, 영화 후반부 들판에서 벌어지는 격투신은 정두홍이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연출할 수 없는 격투신이고, 간간이 등장하는 CG는 살짝 실망스러웠으며, 딴지일보의 평에도 있었지만 류승완이 거대한 맥락에서의 진부한 블록버스터 액션의 마도(魔道)에 빠져든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는 점. 끝.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지현과 관련된 이야기인데, 전지현의 연기력이 나아졌네 마네 하는 이야기가 많지만 내가 보기에 전지현 필모그래피의 분수령은 이 다음 작품이 될 것이 분명하다.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발전이라는 것이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배역, 다시 말해 배우로서의 진정한 능력을 보여주기에는 다소 부족한 역할 안에서만 통용되는 것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녀가 명배우까지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좋은 작품으로 스크린에 오르는 배우가 되길 바라는 내가 보기에, 강력한 한 방을 보여줄 준비는 다 끝냈다고 본다. 이제 그 강력한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역할만 맡으면 된다. 그리고 그 역할만 준수하게 소화하면 그녀의 필모그래피 또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믿는다.

정리. 누나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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