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ll

| 2013. 2. 13. 09:45

오랜만에 훌륭한 영화인지 그런 척을 하는 영화인지 아니면 아예 아무 것도 아닌 영화인지 평가하기 애매한 영화를 봤다. 굳이 어떤 잣대에 기대어 이 영화를 평가해야 한다면, 내게 이 정도의 신선함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ㅡ 사족이지만 내게 신선함은 모든 예술 작품을 평가할 때 거의 1등으로 중요시되는 조건이다 ㅡ 영화 《더 폴[각주:1]》은 수작이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는 데이빗 핀처의 이름을 보고,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무했던 나는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스릴러가 펼쳐지겠거니 했는데 ㅡ 게다가 그 의미심장한 흑백의 슬로우 모션 필름을 보고 있자면 이 가설이 현실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처럼 보인다! ㅡ 그 뒤로 이어지는 내용에 적잖이 당황을 하고 말았다. 《더 폴》은 사실 스토리라인만 놓고 보면 그다지 남는 것이 많은 영화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액자식 이야기 구성을 채택했고 현실과 그 가상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관객에게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카타르시스를 유도해내는 정도 이상의 것이 없다. 짐짓 참신해보일 수도 있는 특유의 상관 관계는 《유주얼 서스펙트》를 한 번이라도 봤던 사람들에겐 뭐, 얄짤 없다.

이 영화의 강점은 모든 것을 떠나 단 하나에 있다. 영상미.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간다면 환상적인 로케이션이다. 아마 《더 폴》에 대해 논하는 모든 글은 이 영화의 로케이션에 대해 논하고 있을 것이다. 진정 어떤 영화가 판타지 영화라는 칭호를 그 누구의 도움 없이 끌어내려고 한다면, 최소한 이 정도의 화면 정도는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트레일러에서 보이는 모든 배경엔 CG가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도 대체 이 세계 어느 곳에 가야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는 것인지, 그렇게 유명한 작품도 아닐 텐데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러운 CG를 쓸 수 있었던 건지 궁금했는데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그 궁금증이 풀렸다고 말할 수 있겠다. 뭐 4년이 넘는 세월 동안 26개국을 돌아다니면서 찍었다라든지 하는 촬영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른 포스트들, 예를 들면 이 링크이 링크를 참조하는 것이 온라인의 불필요한 정보 범람을 방지하는 수단이 될 것.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인정 받는 영화에, 영상미 하나만으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는 것이 무슨 이야기인가 궁금하다면, 영화를 직접 보거나 또는 구글 검색을 생활화합시다 여러분.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인 추락에 대해선, 안타깝지만 그냥 영화 전반에 걸쳐 이곳저곳 두루두루 등장한다는 것 외에 별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굳이 뭔가를 갖다 붙이자면 이상으로부터 현실로의 필연적인 회귀랄까.

한 편의 아름다운 판타지 서사시였다. 이야기만 좀 더 어떻게 잘 구성했더라면 역대급 퀄리티가 나왔을 것. 아래로는 대충 구글링을 통해 찾은 무작위적인 이미지가 이어진다.

http://www.theculturist.com/home/quint-at-the-fridge-film-screenings-the-fall.html

http://www.theculturist.com/home/quint-at-the-fridge-film-screenings-the-fall.html

http://my.spill.com/profiles/blog/show?id=947994%3ABlogPost%3A565329

http://www.2ndfirstlook.com/2011/06/fall.html

http://wallpoper.com/wallpaper/the-fall-342138

http://www.dvdbeaver.com/film2/DVDReviews40/the_fall_blu-ray.htm

http://www.dvdbeaver.com/film2/DVDReviews40/the_fall_blu-ray.htm

http://www.dvdbeaver.com/film2/DVDReviews40/the_fall_blu-ray.htm

  1. 우리나라 개봉명은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지만 아무래도 뒷부분에 달린 부제는 사족에 불과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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