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pic Thunder

| 2013. 1. 16. 02:13

전형적인 미국식 블랙 코미디의 형태를 띄고 있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수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블랙 코미디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그 "검은" 농담들을 무리없이 소화했고 거기에 나름의 메시지까지 담아낸데다가 기타 영화의 다른 구성 요소까지 딱히 빠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기억난 것이 이 영화가 국내에 처음 개봉되었을 때 쏟아졌던 수많은 악평들이었다. 사실 그 좋지 못한 평들을 먼저 접했던  나는 이 영화가 잭 블랙의 과도한 오버스러움, 또는 벤 스틸러의 그저 그런 억지스러운 개그의 남발로 인한 망작이 아닌가 하며 《트로픽 썬더》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들었던 생각은 단순히 이 영화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해하기엔 너무 낯선 소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때로는 찐득하지만 때로는 간결하기 이를 데 없는 그 냉소주의의 미학이라든지, 지나간 명작들 ㅡ 대개 명화라고 알려져 있는 ㅡ 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 흑인 영어의 뉘앙스가 갖는 특유의 포인트, 미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흔한 스테레오타입 등 단순히 웃기 위해 영화관을 찾은 보통의 한국 관객들이 잘 가지고 있지 않을 만한 기본적 소양을 요구하는 영화가 바로 《트로픽 썬더》다.

내가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실제로 내가 이 영화에 줄 수 있는 점수는 다음 영화 페이지에 네티즌들이 준 5.5점이라는 초라한 점수가 아니라 IMDB의 7.0점로튼 토마토스의 8.3점, 그 사이 어느 정도에 위치한다. 그만큼 현지 관객들과 우리나라 관객들이 내린 평가 사이에 작지 않은 갭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물론 내가 무슨 미국 교포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국 유학생도 아니고 해서 정말 90% 이상의 신뢰도의 말 ㅡ 한국 관객들이 이해하기엔 조금 버거운 영화라는 바로 그 주장 ㅡ 을 한다고는 자부할 수 없지만, 이 정도 객관적인 지표가 있다면 충분히 납득이 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안 그런가?

정리하면, 이 영화는 그렇게 쓰레기 같은 영화가 아니다. 아니, 조금 오버를 보탠다면 이 영화는 근래에 개봉한 코미디 영화 중에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영화다.

http://www.aceshowbiz.com/still/00000913/tropic_thunder02.html

비록 표면적으로는 감독을 맡은 벤 스틸러의 캐릭터가 가장 중요한 캐릭터로서 부각되지만 내가 《트로픽 썬더》에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캐릭터, 다시 말해 내가 보면서 가장 많이 웃었던 캐릭터는 단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커크 라자루스다. 애초에 그 컨셉부터가 기이하기 짝이 없었는데다가 정말 상황과 절묘하게 맞는 개드립을 촘촘하게 배치한 덕에 관객들에게 정말 큰 웃음을 안겨 주었을[각주:1] 그런 캐릭터다. 하긴 아이언맨 시리즈에서 보여준 재치라면 이 정도의 우스꽝스러움은 어렵지 않게 연기해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다만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마지막에서야 갑자기 튀어나온 저 감독 녀석의 행방이다. 인터넷에서 조금만 더 검색을 해보면 쉽게 그의 플롯이 어떻게 짜여져 있었는지 알 수 있겠지만 오랜만에 운동을 하고 왔더니 약간 피곤하기도 하고 나 스스로 내일까지 러셀의 책을 다 읽기로 약속을 해놔서 별로 그러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마음씨 착한 익명의 네티즌이 이 포스트를 보고 댓글을 달아준다면 참 좋겠지만, 별로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도 않다. 끝.

  1. 여기서 왠지 자신 없는 말투가 튀어나온 것은 주변에서 이 영화를 봤다는 사람을 실제로 만나지 못해서일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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