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산

| 2012. 12. 2. 13:35

시험 기간이 되어 너덜너덜해진 멘탈을 바로 잡기 위해 화끈한 무협 액션 영화를 보고 싶어 골랐던 영화.
하지만 꼭 머리 빡빡 깎은 소림사 승려가 주인공이어야 할 것 같은 제목의 《관음산》은 무협 액션과는 여러모로 거리가 먼, 사람 내음 가득한 드라마였다.
사람 내음이 가득하다는 것과 "관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느낌에 《관음산》에서 화끈한 베드신을 기대하고 있다면 그것 역시 오산.
비록 중구권 최고의 미녀 배우인 범빙빙이 주연으로 나오긴 하지만 뭐랄까 진심으로 끈적끈적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장면 따위는 없다.
제목에서 유추되는 이런 여러 상상들은, 이 영화 《관음산》의 영어 제목이 "Buddha Mountain"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존재의 정당성을 지지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http://mj-mymoviecritic.blogspot.kr/2011/07/buddha-mountain-guan-yin-shan-2010.html

영화는 여러 모로 B급 냄새를 풍기는 콜라주다.
중국식 청춘 감성이라든가 뭔가 어렴풋이 왕가위에의 트리뷰트 같은 느낌이랄지, 아니면 뭐 개인들의 상처 상처 이야기와 그에 대대한 힐링 힐링 이야기라든지 하여튼간 영화가 관객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화면, 들려주려고 하는 이야기가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하기에 《관음산》의 내러티브나 카메라 워크는 다소 조잡하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보면 저렇게 각각 따로 노는 요소들을 어떻게든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냈다는 점, 배우들의 연기에서 만큼은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대륙의 자연 환경을 담백하게 화면에 담아낸 점 등의 장점으로 내재적인 단점들을 열심히 커버한 결과 그냥 생각 없이 쓱 보기에는 무난한 그런 영화가 뽑힌 것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인 발견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범빙빙의 연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왠지 연기에 대한 기대를 하면 안 될 것 같이 생긴 범빙빙은 내 기대를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의 연기력을 구사하고 있었는데 한 10년 내에 인생의 역작을 찍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포스트를 적당히 마무리 지을 말이 생각나지 않으니 범빙빙 연기만을 따로 편집해놓은 클립 하나 띄우면서 글을 마쳐야겠다.
시험이 끝나고 더 여유로운 멘탈을 가지고 이 영화를 봤더라면 좀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1 정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