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ing

| 2013. 2. 20. 09:36

과도하게 친절한 트레일러를 보면 대충 영화의 내용이 어떨지 짐작이 될 것. 《내일을 향해 쏴라》의 주역들, 감독인 조지 로이 힐과 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드가 4년 만에 뭉쳐서 만든 영화다. 저 유명한 주제곡, 스캇 조플린의 'The entertainer'의 발랄한 랙타임(ragtime)은 영화를 지배하는 유쾌함과 유머를 대변한다. 그나마 이야기에 약간의 굴곡이 있었던 《내일을 향해 쏴라》와는 달리, 시종일관 희희낙락하고 긍정긍정한 분위기이며 이야기에 반전이랄 만한 요소는 찾아보기 힘들고 스릴 있는 액션신이라든가 딱히 "명장면"이라고 손꼽힐 장면은 없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영화는 무척이나 재밌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ㅡ 설 연휴에 부모님과 함께 볼 영화를 찾다가 고르게 된 영화인데 역시나 고전이라고 불리는 영화 중에 여태까지도 그 이름이 전해지는 영화는 절대로 실패하는 법이 없다는 귀납적 명제를 지지하는 또 하나의 좋은 예가 생겼다. 다른 시상식에서는 그 이름을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각주:1] 어쨌든 아카데미 한 영화제에서만 총 10개 부문에서 노미네이션을 받았고 그 중 7개 부문을 수상했다고 하니 대중과 평단의 반응,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영화라는 진부한 표현을 쓰는 것에도 별 거리낌이 없다.

위키피디어를 보면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에 어느 정도 이야기의 기반을 두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구글링을 통해 그 실제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삶의 여정을 살펴 보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극적인 요소가 있는 삶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사기를 치다가 잡힌 곤돌프 형제 ㅡ 실존 인물이다 ㅡ 는 감옥에서 나온 뒤엔 그들의 예전 일을 계속하기에 너무 늙어버렸고 남은 여생을 비교적 평온하게 보내다가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비록 영화는 화려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사는 실제 세계는 그와는 너무 다른, 아예 정반대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절대 잊어선 안 될 교훈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내일을 향해 쏴라》의 리뷰에서도 강하게 언급했지만, 이런 류의 반사회적인 현실 미화는 뭐랄까 그냥 웃고 넘기기엔 생각해 볼 만한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는 정리와 함께 포스팅을 마친다.


  1.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인터넷에 딱히 명시되어 있는 에피소드는 없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