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 2014. 2. 17.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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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는 이 정도의 수작이 여태까지 이렇게 묻혀 있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마음에 검색을 해보았으나 여러모로 평점도 낮고 구글에 영화 이름으로 이미지 검색을 했을 때 영화 관련 짤방이 반, 그냥 "은밀한 매력"이 발산되는 짤방이 반인 것을 봤을 때 다수의 대중에게 외면을 받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와 같은 사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을 멈출 수 없었던 나 같은 사람에겐 상당히 아쉽다고 할 수 있으나 그러는 동시에 영화가 좋은 평을 받지 못하는 이유 또한 어느 정도 알 것도 같아 그 아쉬움은 개인적인 감정으로 치부하는 것이 맞겠다.

기본적으로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그다지 섹스가 주요 소재가 되는 영화는 아니다. 아마 상당히 많은 비율의 관객이 섹스 코미디를 기대하고 봤다가 그저 성인 블랙 코미디에 불과한 영화를 보고서는 혹평을 쏟아냈지 싶다. 영화의 진정한 웃음 포인트들이 사실상 섹스 이야기나 베드신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관객의 기대와 실제 영화 사이의 괴리는 최근에 잘 돌아다니는 자료인 망한 영화 마케팅류의 한 예로서 거론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렇다면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을 결과론적으로 어떤 장르로서 구분을 해야 할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영화의 분위기는 블랙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다. 스토리면에서는 감히 성장 영화라는 말을 붙일 수 있겠고 형식적으로 B급 컬트의 그것과 닮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얼굴을 가진 영화를 단순히 섹스라는 키워드로만 묶어 보려고 하니 혹평이 나오는 것이 당연지사.

영화에서 거품을 물고 칭찬할 수 있는 것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게 꼭 어제 직접 만났던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캐릭터들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뚜렷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물론 캐릭터가 살아날 수 있었던 것엔 배우들의 연기력이 한 몫 했을 터, 문소리, 지진희, 박원상, 유승목, 신주아, 조성하까지(그리고 씨네21 사이트에서 확인이 잘 안 되는 그 외의 수많은 배우들을 포함해서) 모두 내가 주목해야 할 배우들이 되었다.

옴니버스의 냄새가 날 만큼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은 편집과 소재의 내재적 한계가 드러났기에 망정(?)이지, 그마저도 없었더라면 내가 근래에 본 가장 재밌는 한국 영화가 될 뻔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