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 전국시대 서울 올스타즈 1월 25일 공연 후기

| 2014. 2. 17. 19:00

나는 공연장에 들어서기 이전에 이미 전화기의 배터리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인의 사진을 빌려왔다.

1월의 토요일들엔 오전에 커피를 배우러 정독도서관 건너의 까페에 나가곤 했었다. 문제의 1월 25일도 그런 커피를 배우는 토요일 중의 하나였다. 오전에 커피를 열심히 배우고 점심은 근처 중국집에서 중국 요리를 먹었다. 문제의 토요일은 왠지 아무런 일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까페 바에 앉아 조금은 자다가 조금은 이야기를 하다가 조금은 커피를 마시면서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블루스 공연을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귀가 번뜩이고 온몸에 따뜻한 피가 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거절할 것이 없었다. 게다가 《블루스 더, Blues》앨범의 주인공들이 나온다고 하지 않는가.

시간에 맞춰 홍대에 도착했다. 지난 김간지x하헌진의 앨범 리뷰에서 이제는 한국 대중가요 시장에 블루스 르네상스의 존재를 예언했던 나는 현장 예매 표가 이미 다 매진이 된 것은 아닐까 내심 걱정을 하고 있었다. 급하게 찾은 상상마당 입구는 블루스 공연과는 상관없는 사람들로 적당히 붐비고 있었고 적당히 씁쓸한 심정과 함께 매우 쾌적한 환경에서 표 구매를 마칠 수 있었다. 공연 시작까지 잠시 남은 시간 동안 조폭 떡볶이를 먹었고 입가심을 위해 음료수를 사들고 공연장에 입장하려 했으나 음료는 반입이 안 된다고 하길래 그 자리에서 후룩 다 마셔버리고 입장을 했더랬다.

평소에 수도 없이 반복해서 들었던 블루스 뮤지션들을 눈 앞에서 보는 것은 실로 가슴이 벅차는 일이었다.

전성기가 특유의 깔끔하면서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가볍게 스타트를 끊었고 이미 그들의 세션으로 무대에 올라와 있던 김간지x하헌진의 공연이 이어졌다. 두 사람이 만담처럼 주고 받는 멘트도 훌륭했지만 하헌진의 기타 연주보다 빛이 났던 것이 김간지의 사자왕 같은 드러밍이었다. 서울 블루스는 그야말로 폭발하는 감성을 절제하지 않고 뿜어냈고, 펑카프릭 림지훈은 아줌마 아저씨들이 말하는 뽕끼 있는 블루스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그를 받쳐주는 세션이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

많은 기대를 했던 로다운 30은 의외로 적은 곡만을 연주하고 내려갔는데 뒤이어 나온 강산에와의 콜래보 무대를 위해 자신들의 시간을 할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본다. 어쨌든 마지막 무대에서 기다리던 강산에가 나왔다. 같이 갔던 지인은 강산에의 그 무대 하나만으로 입장료 값은 건진 것이 아니냐는 극찬을 했는데 나와 같은 열혈 블루스 팬은 아니었던 그의 평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는 것이, 강산에 이전의 팀들이 결국에는 매니아 층이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장르적 한계를 굳이 벗어나려 하지 않은 반면 강산에의 경우는 선곡부터 애초에 좀 더 다수의 대중들을 포용할 수 있는 곡들을 골랐기 때문이다. 물론 강산에의 빛나는 무대 매너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나 아무래도 그 점이 강산에의 무대에 대한 나와 내 지인의 평을 조금 차이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대단히 훌륭하고 정말 돈이 아까울 수가 없는 웰메이드 공연이었다. 여전히 대한민국의 블루스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는 나 같은 바보들을 위해 앞으로 이런 방식의 공연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물론 이런 공연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나 같은 바보들이라도 이들의 공연을 먼저 열심히 따라다녀야 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