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lice

| 2014. 10. 12. 18:28

  원래 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영화 추천을 잘 받지 않는 편이다. 여러 이유의 종합이다. 첫 번째, 세상에는 평생 영화만 봐도 다 보지 못할 만큼 훌륭한 영화가 많다. 둘째, 그 중에 내 취향에 맞는 영화를 보는 것만 해도 벅차다. 셋째, 내 취향은 확고한 편이다. 우선 주연 여자배우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으며 독특한 감각을 가진 감독들의 작품을 선호한다. 평범한 것을 싫어하진 않으나 평범함을 넘어 클리셰로 뒤범벅이 된 영화는 대단히 싫어한다. 이렇게 세 가지 이유만 합치더라도 다른 사람의 영화 추천이 내게는 대단히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말해 내가 직접 골라서 보는 영화는 대부분의 경우 만족스럽다. 이미 까다로운 필터링을 암묵적으로 거친 이후이기 때문이리라.

  《스플라이스》는 추천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지인에게서 접한 영화였다. 그리고 그렇게 신뢰할 수 없는 루트를 통해 소개 받은 영화는 정말 근래에 본 영화 중 최악이었다. 어떤 대상에 대해 일방적으로 나의 판단을 강요하는 것을 싫어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이 영화는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http://splicemovie.wikia.com/wiki/Dren

 정말 성의없게 만든 영화다. 영화의 플롯에는 항상 책임이 뒤따르는 법이다. 하지만 《스플라이스》에서는 그런 책임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 과학적 설득력도 부족하고 윤리학적으로 시사하는 문제성도 없다. 그렇다고 스릴러의 전제 조건인 긴장감 조성이 있냐면 그런 것도 아니고 아예 관점을 옮겨서 일종의 포르노라든지, 일종의 공포 영화로 본다고 해도 그 어떤 성의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영화를 더욱 최악으로 만드는 것은 가득 찬 클리셰다. 어처구니 없는 오픈 엔딩이 대표적인 예지만 남녀 주인공의 갈등 구조가 발전되어 가는 과정이라든지 연구 과정에서의 긱스러움? 너드스러움? 따위도 너무 인위적이라 뭐라 할 말을 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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