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위드 러브(To Rome With Love)

| 2014. 9. 7. 19:27

처음 이 영화를 접했던 곳이 '영화는 수다다'였기 때문에 당시에 내가 어떤 흥미를 가지고 이 영화를 볼 마음을 먹었는지 다시 상기하기 위해 유튜브에서 클립을 찾았다. 2013년 4월 27일 방영분이라는데 무려 16개월 가량이나 지나도록 영화를 보지 않은 것도, 16개월 뒤에라도 끝끝내 보고야 마는 그 집념도 모두 대단하다 할 수 있겠다.

애초에 '영화는 수다다'라는 코너 자체가 한 영화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나 지적을 제기하는 곳이라기보다 그야말로 신변잡기식의 "수다"를 통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거나 내공 있는 담론이랄 게 존재하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 코너, 또는 화자들의 이야기에 동의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잘 성립하지 않기는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접했을 때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비록 내가 우디 앨런 영화의 큰 팬은 아니지만 말이다.

휴머니즘과 위트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런 현상에만 집중하게 되면, 이 영화를 본 적지 않은 수의 사람이 그랬던 것 같은데, 확실히 진행도 중구난방이고 각각의 이야기 사이에 큰 연관성도 없어 주의가 산만한 영화 이상의 것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이동진이 언급했듯이 시끌벅적한 해프닝 이면에 블랙코미디적 냉소나 '하지만 중생들아, 모두 덧없다.' 같은 메시지, 깨알 같은 디테일이 얼마든지 숨겨져 있는 영화기 때문에 그런 소소한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사람에겐 그렇게 지루하지도, 난잡하지도 않게 느껴진다고 본다. 심지어 그런 이면의 뭔가, 감독의 의도 이런 걸 다 무시한다고 해도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일상 속 비일상적인 이야기, 이것만으로 재미가 쏠쏠하지 않나 생각하기도 한다.

http://moviemansguide.com/main/2013/01/review-toromewithlove-bd/

마지막으로, 《로마 위드 러브》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페넬로페 크루즈다. 크루즈 같은 누나가 있으면 좋겠다. 친누나 말고 아는 누나로.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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