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를 바라보는 조금 더 올바른 방법

| 2015. 1. 28. 21:51

시사통에서 오늘 오전에 보도(?)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와의 인터뷰를 보고 든 생각을 정리해본다. 요새 이리저리 생각을 배설할 곳은 적고 사색할 시간은 쌓여가는데 막상 그럴싸한 결과물로 정리할 시간이 참 없다.

0. 최근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일련의 폭력 사태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꼭 구조의 문제를 짚는 것을 개별 사안에 대한 옹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덧붙이는 게 습관이 되었다. 간결한 글쓰기에 있어 대단히 방해가 되는 점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의도치 않게 오해를 몇 번 사다보니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진다.

1. 우리나라에서 아동학대로 "인정"되는 사안의 수는 신고 건수의 절반 정도, 그리고 그렇게 인정된 아동학대 사건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약 4%라고 한다. SNS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리고 웬만큼 사람이 모인 자리에 가면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보육교사들을 향한 응집된 분노가 진정 아동학대라는 행위에 대한 지탄이라면 나머지 96%를 돌아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공감 능력에 있어 일반적인 범주에 드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느끼게 되는 분노야 ㅡ 이 영상 초반에 등장하는 파란 티셔츠 사내의 반응을 보면 아마 범국가적인 반응이 아닐까 ㅡ 당연히 참작할 수 있지만 그 감정에서 한 발짝 물러나 우리 앞에 놓여진 숫자를 바라보면 사실 이미 이 사태가 흘러가는 방향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당연히 아동학대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곳은 가정이다. 우리나라 아동학대 사건의 약 70~80%가 가정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공리주의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의 아동학대를 줄이기 위해 가장 많은 신경을 쏟아야 할 곳은,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가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아동학대로 인정되는 사건 중 많은 경우에서 당사자들, 즉 학대를 하는 이와 학대를 받는 아동 모두가 정작 학대의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르게 말해 실제 아동학대 건으로 신고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잠재적 범죄가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다.

3. 그렇다면 가정에서의 아동학대는 어떤 식으로 해결하는 게 옳을까? 아동학대로 적발된 가정에 벌금을 물리고 다시는 해당 부모가 보육 활동을 할 수 없게 조치를 취하고 몇 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집에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하고 이웃집에서 아동학대를 신고하면 신고 포상금을 올리고 부모가 되기 전에 의무적으로 몇 학점 이상의 교육을 받게 한다고 하면 가정의 아동학대가 없어질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거의 대다수의 사람이 이런 일이 현실화되는 것을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정에서의 아동학대를 사후처리의 방식, 강력한 사후처리 규칙으로 사고 예방에 일조하려는 방식보다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는 예방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4. 여기서 구조 이야기가 나온다. 왜 아동학대를 하는 부모들은, 심지어 상당수가 자신들의 행동 중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도 알지 못하고, 아동학대를 하는 것일까? 인터뷰에서는 유교적 관행에서 기인한 인습, 일종의 "부모 수업"의 부재, 두드러지는 핵가족화로의 경향, 한 부모 가정 등 새로운 가정 형태의 등장 등을 원인으로 들고 있는데 앞의 두 가지는 인권이라든가 학대라든가 하는 개념에 대한 교육을 다방면으로 펼쳐나감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 보고 뒤의 두 가지의 경우엔 정부와 각종 단체들의 여러 사회적 지원을 통해 조금이나마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뭐 잘 아는 게 없으니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시할 수 없다. 무상보육 정책이 문제인 것인지 ㅡ 그런데 무상보육을 주장하던 것이 새누리당 아니었나 ㅡ 무상보육 정책이 전면적으로 실행되지 않는 것이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관관계가 아닌 인과관계에 집중할 수만 있다면 어느 방향이든 시스템의 결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TV를 많이 보는 아이들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해서 TV를 치우자는 식의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아이들이 방치되는 시간을 효율적이고 건설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식의 결론이 나와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루어질 것이며 진정한 의미의 예방책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5. 다시 어린이집 이야기로 돌아가자. 사실 3번에서 해결책이랍시고 제시한 이야기는 현재 국회에서 어느 정도 논의가 되는 이야기와 인터넷 여론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섞어놓은 것이다. 과연 저 방안들이 아동학대를 궁극적으로 없애줄 해결책이 되겠는가. 어린이들을 전문적으로 보육하는 기관에 이미 존재하는 저 여러가지 규칙들을 강화한다고 해서 현존하는 아동학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겠는가. 그렇게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분노를 하는 사람들은 정작 그보다 훨씬 빈번하고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는 가정의 아동학대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눈 앞에 보이는 자극에 스스럼없이 자신의 감정을 소모하고만 있는가. 생각해볼 점이 많은 이야기다.

Bad parenting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