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스나이퍼 출신 레인저가 밝히는 아프리카 야생 동물의 밀렵 실태에 대해

데미안 만더(Damien Mander)는 호주 해군 특수 부대 스나이퍼 출신으로 2008년 군 복무를 마친 뒤 세계 여행을 하던 중, 아프리카에서 야생 동물들이 밀렵의 위기에 노출된 현실을 깨닫고 국제 반밀렵 재단(International Anti-Poaching Foundation)에서 자신의 옛 장기를 살려 근무하고 있다. 이어지는 인터뷰는 6월 21일에 Reddit에서 있었던 데미안과의 AMA(Ask Me Anything)를 각색, 번역한 것이다.

전직 스나이퍼 출신 레인저가 밝히는 아프리카 야생 동물의 밀렵 실태에 대해

밀렵 당한 코뿔소. 출처: Wikimedia

Q: 현재 아프리카 야생 동물들이 대하는 가장 큰 위협은 뭔가?

데미안 만더: 사람들이 자연 보호 구역을 끊임없이 잠식해나가는 것이다. UN 인구분과위원회는 아프리카의 거주 인구가 2040년까지 약 20억에 다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이 거대한 대륙의 사람들에게, 당장 눈 앞의 이익을 노리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야생 생태계를 보존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이라는 것을 설득하는 것에 별로 자신이 없다. 여기에 생태계 보존에 대한 정치권의 소극적인 태도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잘 알듯이 이 문제는 아프리카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Q: 하지만 당장의 의식주를 부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거주민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일은 없나?

데: 아프리카의 세계적인 자연 유산들에 대한 개발 압력은 영원히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또한 큰 그림은 이해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세계 야생 전쟁(World Wildfile War)의 최전선에서 필요 이상의 출혈을 막는 동시에 어떻게 자연에 인간의 삶을 끼워맞출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역 커뮤니티와 같이 일하는 전문적인 단체들과 협업하여 평행적인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생계형, 자급자족형 밀렵은 전체 비율에 비하면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우리 단체의 주 목적은 코뿔소나 코끼리 같이 집중 밀렵 대상들을 사냥하는 군대화된 밀렵꾼을 잡아내는 것이다.

Q: 밀렵이 갖는 위험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는 어떤까?

데: 야생 동물에 대한 밀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범죄 산업 중의 하나다. 총기, 마약, 심지어는 인신 매매까지 모든 범죄가 관여되어 있다. 문제는 인도주의에 관한 목소리에 비해 동물과 자연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전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균형적인 관심이다. 환경이 무너지면 모두가 무너진다. 그나마라도 남아 있는 유산을 지켜야 한다.

Q: 재단 가입은 어디서 할 수 있나?

데: http://www.iapf.org

Q: 재단에 가입을 하면 혹시 나도 무기를 소지할 수 있나?

데: 우리 재단은 전 세계의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로부터 비슷한 문의를 받는다. 군대나 경찰 등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밀렵 방지에 뛰어들고 싶어하기도 하고, 월급을 받는 일을 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그 뙤약볕 아래서 아무 대가도 없이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사람도 많다.

레인저(ranger)는 당연히 최전선에서 일을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수풀은 바그다드의 거리나 뉴욕의 빌딩 숲이나 호주의 해변과는 굉장히 다른 공간이다. 레인저가 맞닥뜨리는 가장 큰 위험 요소는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바로 그 야생 동물들이다. 밀렵꾼들로부터는 당연히 야생 동물들을 보호하는 것이 임무지만 반대로 그런 야생 동물로부터 우리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 역시 우리의 임무다.

아프리카의 수풀에서 일을 하려면 프로 가이드와 항상 동행해야 한다. 취업 비자, 보안 허가, 그 외에 나라마다 다른 적당한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당연히 무장이 허락되지 않는다. 이런 절차를 밟는데 길게는 2년까지 걸리는 나라도 있다.

훈련 중인 레인저들. Imgur.

Q: 무장한 밀렵꾼들에게 공격을 받아본 적도 있나?

데: 꽤나 종종 밀렵꾼들에게 공격을 받는다. 그 정도로 위험한 일이다. 크루거 국립 공원(Kruger National Park)에서는 남아공의 특공대까지 출동해야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마치 전쟁과도 같다. 양 편으로 갈라져서 끊임없이 사상자가 발생한다. 게다가 상황이 나아질 기미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Q: 사냥 중인 밀렵꾼들에게 직접 사격을 하는 것도 합법적인가?

데: 짐바브웨에선 무장한 밀렵꾼들에게 현장 사격하는 것(shoot on site)이 정책이다. 나라마다 조금씩 정책에는 차이가 있다. IAPF는 레인저들에게 무력의 단계적 사용을 교육한다. 다른 서방 국가들의 법 집행 모델과 비슷하게 어떤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최소한의 무력 사용을 허가한다는 뜻이다. 밀렵꾼들의 목숨에 치명적인 조치가 필요할 경우에도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훈련된 레인저의 목표는 야생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목숨까지 구하는 것이다.

Q: 당신의 경험했던 밀렵꾼들의 사고방식은 어땠나? 거기에 공감해 줄 만한 여지가 있나?

데: 다른 범죄자들과 같이, 사람마다 다르고 범죄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순수히 생존을 위했던 사람들도 있고, 먹을 것이 모자라 은행 강도를 하는 것처럼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있다. 반면 상업적인 밀렵꾼들은 대단히 재산이 많은 경우도 있는데 이들에게 밀렵은 그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다.

우리는 이렇게 검거된 밀렵꾼들을 재교육한다. 야생 생태계를 해치는 것보다 돌보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납득한 사람들은 실력 있는 레인저로 근무를 하게 되기도 한다.

Q: 현지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 협조적인가, 아니면 부정적인가?

데: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 어떤 프로젝트는 정확히 필요한 부서로부터 지원을 받을 때도 있고, 어떤 프로젝트는 시간이 좀 필요할 때도 있다. 아프리카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은 굉장히 받기가 어려운 것이지만 그런 만큼 그 지원은 대단히 소중하다.

짐바브웨의 국립공원관리공단(Zimbabwe Parks & Wildlife Management Authority)로부터 치자리라 국립공원(Chizarira National Park)을 25년간 맡아달라는 제안을 2011년에 받은 적이 있다. 공원과 가까운 곳에 머물 공간 등 거주할 준비를 마치고 현실성 있는 관리 계획을 완성했다. 경제적, 기술적 지원을 약속했던 정부 측 사람들과 좋은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장기간의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2012년 3월, 호주의 비밀 특수부대가 아프리카에 첩보 활동으로 파견되었다는 뉴스가 온 짐바브웨에 퍼지게 되었다. 그리고 프로젝트에 결정적인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데미안 만더. 출처는 그의 사진 앨범.

Q: 거기 마실 맥주는 좀 있나? 농담이고, 금전적 후원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나?

데: 밤에 마실 맥주 정도는 충분히 있다.

밀렵의 실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 고맙다. 우리 모두의 자각하는 자세가 세계의 환경과 관련된 운동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줄 것이다.

IAPF 웹사이트에 위시리스트 페이지가 있다. 거기에 적힌 물품들은 실제 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Q: 변화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당신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데: 고맙다. 그런 응원들이 힘든 일이 있을 때에도 나 자신이 계속 동기 부여 받을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