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2011. 12. 16. 15:57

오래 전부터 추천 받았던 영화를 이제야 보게 되었다.
이 정도면 거의 한국형 '킬 빌'이다.
한국 영화의 뉴-타입이라든지, 스타일리쉬함의 끝을 보려고 작정한 영화라든지, 느와르 스릴러의 신기원을 열었다든지 뭐 웬만한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전혀 아까움이 없다.

어릴 때부터 좋은 양분을 먹고 자란 감독의 패기가 느껴진다.
화면 구성, 이야기의 진행, 연출 모두 거침이 없다.
카메라 또한 대단히 세련되었다.
물론 피사체들의 포스가 철철 넘치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사람을 찍어내는 것에 기가 막힌 재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등장 인물의 시선 처리, 특히나 주인공인 이병헌의 시선을 대변하는 장면들은 감정 이입에 매우 도움이 된다.


영화의 중반부를 장식하는 격투신
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쌈빡함마저 느껴진다.
세트의 미쟝센과 카메라의 움직임, 일대다 격투 특유의 군무 모두 '킬 빌'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고 김지운을 타란티노의 추종자 정도로만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달콤한 인생'은 타란티노식의 컬트함을 갖추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왕가위식의 우아함도 지니고 있고 거기에 김지운식의 아방가르드함도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매력의 영화다.
왕가위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단정한 수트에 머리를 반듯하게 넘긴 모습의 이병헌에게서 '아비정전'의 장국영이 생각나는 것은 나뿐인가.

여태까지 대한민국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지 않다가 요새 우리의 밴드 음악을 들으면서 한국에도 이렇게 주옥 같은 음악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느꼈던 그 설명하기 힘든 부끄러움과 자책감이 느껴진다.
일단 김지운의 필모그래피를 섭렵하는 것으로 이 부끄러움을 없애야겠다.
'장화, 홍련' ㅡ 이 영화는 고등학교 때 TV에서 하는 것을 밤에 혼자서 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공포스러운 영화는 아니었던 기억이 있다 ㅡ 과 '달콤한 인생'의 연장선 상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일단 제쳐두고 그나마 저 연장선과 비슷한 추세도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악마를 보았다'부터 감상해야지.

아, 그리고 이 영화에서 잊으면 안 되는 것이 신.민.아.
이병헌의 인생이 달콤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영화의 제목에 '달콤한'이라는 형용사가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다 신.민.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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