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lourious Basterds

| 2013. 6. 27. 16:21

역시 타란티노! 헠헠! 타란티노보다 타란티노스러운 영화를 더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앞으로 인류 역사상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원근법을 우습게 보는 저 당당한 머리 크기를 보라! http://blog.mondotees.com/2009/08/25/inglourious-basterds-is-actually-kinda-historically-accurate/

라고 무작정 빨기에는 왠지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던 영화였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선 내가 타란티노의 영화를 반복해서 여러 번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수에 있어 적잖게 본 사람이고 ㅡ필모그래피를 보니 이번에 본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이 타란티노가 감독한 영화 중에는 일곱 번째로 본 영화더라 ㅡ 그의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며 ㅡ 현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 감독 중에는 세 손가락 안에 꼽는다 ㅡ 이 영화 또한 즐겁게 감상했다는 점을 밝혀둔다.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을 보면서 나 스스로에게 가장 놀랐던 점은 어느 순간에 내가 영화에서 지루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아마 영화의 중반부 어디쯤이 아니었나 하는데, 타란티노 영화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힘든, 존재의 당위성이 떨어지는 장면이 분명히 몇 군데 있었다. 그것이 뛰어난 카메라워크 때문이든, 긴장감 넘치는 플롯 때문이든, 빈틈없이 빽빽한 편집 때문이든 타란티노 영화의 흐름에는 항상 명민함이라는 특성이 거의 절대적인 전제로서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 명민함이 돋보이지 않았다. 역시나 그 원인은 뛰어나지 못한 카메라워크 때문이든, 긴장감이 떨어지는 플롯 때문이든, 다소간의 치밀함이 부재한 편집 때문이든, 저 중의 둘 때문이든, 또는 저 세 가지 요소 전부 때문이든일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정확히 어떤 점 때문에 ㅡ 콕 집어내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ㅡ 내가 이 영화에서 지루함을 느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좀 그랬다.

실체가 불분명한 이 점을 제외하면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은 "썩어도 준치"의 수식을 만족시키기엔 충분한 영화다. 타란티노식 컬트함이 영화 전반에 묻어났다는 점은, 타란티노빠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커리어 필모그래피의 정점을 달리고 있는 브래드 피트의 그야말로 "미국식" 군인의 전형적인 연기는 박수를 보낼 만했고, 크리스토퍼 발츠를 포함한 주·조연 배우들의 군더더기 없는 연기는 흠 잡을 데가 없다. 굉장히 낯이 익었으나 그와의 일면식을 도저히 떠올리지 못했던 다니엘 브륄에 대해선, 거의 일주일이 지나고서야 《신과 함께 가라》에서 그의 수준급의 연기를 감상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별 거 아닐 수도 있겠지만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은 개인적으로 영 맘에 들지 않았던 타란티노의 여배우 캐스팅에 대한 우려(?)를 일순간에 날려버린 영화이기도 했다. 짐작컨대, 멜라니 로랑과 다이앤 크루거라는 쌍두마차가 영화에 대한 남성 관객의 몰입력에 기여한 바는 적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의 남성 관객에 나 자신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제 남은 작품은 《장고: 분노의 추격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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