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시대

| 2013. 7. 2. 20:52

참 창업 같은 아이템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의 조국 교수 이름이 띠지에 큼지막하게 박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을 때는 마치 조국이 이 책을 쓴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그 띠지의 인상은 강렬했다. 과연 조국 교수가 말하는 창업의 교과서란 무엇일까? 얼마나 대단한 내용이 있길래 "교과서"라는 교과서적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창업의 시대

저자
윤성구 지음
출판사
비아북 | 2013-05-1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창업의 성공 원칙을 배워라!『창업의 시대』는 다양한 사업을 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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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좋은 아저씨 ㅡ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는 것을 보면 조국 교수와는 동문이겠지 ㅡ 윤성구가 지은 《창업의 시대》는 우리가 막연히 창업이라는 단어를 말했을 때 적용되는 모든 분야에 대해 짧고 간략한 조언들을 실어놓은 책이다. 다르게 말하면 이전에 읽었던 《벤처야설》과는 내용의 범위와 질적인 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이고, 본인이 써놓은 창업에 대한 일반론적 접근이 막상 본인 창업의 성격과는 굉장히 거리가 있는 것 같아서인지 개인적인 평으로 여러 면에서 《티몬이 간다》보다 더 전문적이지 않은 그냥 꼰대 아저씨의 오지랖 시리즈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당연히 IT 계열의 창업을 꿈꾸고 있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히 추측하건대 비IT 계열의 창업을 꿈꾸고 있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몇 가지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이 책에 가장 많이, 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다. 이런 얘기들을 연달아서 보고 있자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지 않는 도서 부류인 자기 계발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조국 교수처럼 이 책에 한 마디의 평을 붙일 수 있었더라면, 모욕적인 의미에서 "창업계의 자기 계발서"라는 말을 붙여줬을 것이다. 왠지 글쓴이 아저씨라면 저 자기 계발서라는 단어에 오히려 흐뭇해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제공받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무엇을 팔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과 같다. 뭐든지 다 판다고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안 판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두 번째는 그냥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말이다. 아래 문단을 무슨 뜻으로 쓴 건지 저자 본인에게 직접 묻고 싶다. 내가 공학 계열을 전공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몇 번을 읽어도 ㅡ 방금 인용을 하기 위해 내 블로그로 옮기면서도 몇 번 더 읽어봤다! ㅡ 정말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결과 '원가<가격<가치(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라는 부등식이 성립하면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만일 원가가 가격보다 높거나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가 가격보다 낮다면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원가를 낮추거나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일 품질 개선 방안이 없다면 생존부등식(원가<가격<가치)이 성립될 때까지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기보다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말이다. 이 책에는 한 장이 끝날 때마다 "읽을거리"라는 코너로 ㅡ 본인이 쓴 글을 "읽을거리"라고 표현하는 패기는 인정한다 ㅡ 본인의 경험에 비춘 뭐랄까, 인생의 참된 것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 수록되어 있다. 과반수 이상의 이야기는 적당히 넘어갈 만하지만, 저자의 가치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보게끔 하는 이야기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 아래의 예는 그 중 하나. 책을 쓰던 당시에 부인 분과 어떤 마찰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괜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제부터 아내 없이는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는 환상을 깨어주자. 자생력을 갖추자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수십 년간 살림을 맡아온 아내보다는 못할 것이다.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똑같은 김치찌개를 만들어도 레시피에 따라 만든 것과 수십 년 손맛이 깃든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급적 협력하되, 먹고 입는 걸 무기로 삼는다면 과감하게 물리치자.

대체 의도하는 바가 뭡니까?

물론 《창업의 시대》에 저렇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내용만 온통 깔린 것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예는 창업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기억해둬야겠다고 생각을 한 구절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 책을 통틀어 이 한 구절말고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는 것 정도.

발품을 팔아야 한다. 집안에서 책을 읽고 인터넷으로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현장을 내 발로 찾아다녀야 한다. 남의 말만 듣지 말고 하고 싶은 사업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 내 눈으로 확인하고 또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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